하나,둘, 셋, 넷..의 외침속에 흘러간 시계침이 12시 자정을 넘기는 순간 2012년 임진의 해가 드디어 밝았다.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날은 '으뜸되는 아침'이라는 뜻을 지닌 원단(元旦), 혹은 원일(元日) 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원일 음식으로는 우리가 즐기는 떡국과 시루떡을 들 수 있다. 한 그릇 씩의 떡국만큼 한 살씩 더 먹어가면서 나이를 빨리 먹기를 바랬던 10대와는 달리 이젠 더하여지는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되는 나이에 접어들게 되어서는 연말마다 접하는 새 달력을 볼 때마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회고와 함께 새로운 해에 거는 희망과 기대감에 설레이는 마음을 가져 보기도 한다.
임진년의 해인 2012년은 검은색을 뜻하는'임(壬)'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난 해라고 해서'흑룡의 해’라고도 말을 하고 있다. 흑룡은 검은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길한 기운을 불러올 것 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흑룡이 승천하면 그 해엔 정권이 바뀐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우연히도 올해엔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멕시코,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선이나 총선 등의 선거가 세계 곳곳에서 치러질 전망이라고 하니 흥미롭게 느껴진다.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인물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중기의 학자인 이이로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태몽에서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 들어오는 꿈 때문에 이이의 어릴적 이름을 견룡이라 지었다고 한다. 흑룡의 해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1592년 일본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사건인 임진왜란을 들 수 있고, 1712년엔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백두산 일대 국경선을 표시한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사전에 의하면, 용( 龍)은 - 동아시아의 신화 및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한국에서는 용을가리켜 미르라는 고유어로 불렀고, 뱀이 500년을 살면 비늘이 생기고 거기에 다시 500년을 살면용이 되는데, 그 다음에 뿔이 돋는다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용의 모습은 중국 한나라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9가지 종류의 동물의 모습을 합성한 모습으로, 즉, 얼굴은 낙타, 뿔은 사슴,눈은 귀신, 몸통은 뱀, 머리털은 사자, 비늘은 물고기, 발은 매, 귀는 소와 닮았으며 입가에는 긴 수염이 나 있고 동판을 두들기는 듯한 울음소리를 낸다. 머리 한가운데에는 척수라고 불리는 살의 융기가 있는데, 이것을 가진 용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고 - 설명되고 있다.
그래서, 용의 상징과 능력을 비유하여 용은 곧 신이나 권력이나 지배를 뜻하기도 하여서 황제의 얼굴을 ‘용안,’ 황제의 옷을 ‘용포,’ 황제의 보좌를 ‘용좌,’ 황제의 눈물을 ‘용루,’ 조선의 역대 군주 들을칭송한 서사시 ‘용비어천가’도 이런 의미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용은 신성이 되고 싶은 인간의 절대 권력에 대한 욕망의 표출대상의 동물이자 인간이 닿지못하는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구현에 대한 최대의 발상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흔히 성공담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고 출세의 관문으로 표현되는 등용문(登龍門)의 고사도 있다. 이 등용문에 대한 고사의 배경은 후한 시대로 환관들의 득세로 인해 충신들이 힘을 펼치지 못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상관이었던 이응은 그러한 환관의 권세에 눌리지 않고 정의를 위해 주관을 꺾지 않았던 인물로 '천하의 모범은 이응이다'라고 할 정도로 모든 관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젊은 관리들은 이응을 알게 되면 용문(龍門)에 올라간 것 같다고 하며 자랑까지 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바로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이 등용문의 일화는 황하 상류의 작은 고을이 하진이었는데, 급류의 물살이 강해 배가 다닐 수가 없는데다가 강과 바다의 큰 물고기들이 용문의 아래에 수천 마리나 모였었지만 아무도 올라갈 수 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급류를 올라갈 수만 있다면 용이 된다고 하여 일명 용문(龍門)이라고도 하는데서 생겼다고 한다.
격랑을 헤쳐 올라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도 쉽게 좌절하거나 명문명리에 휩싸여 주변의 불의와 타협 및 안주하는 자세가 아닌 난관을 무릅쓰고 올라가려는 불굴의 자세와 끈질긴 노력등은 분명 자신과의 처절한 고통스러운 싸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용자 (勇者)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시대에 바른 자세와 정직한 마음을 가진 이응과 같은 천하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으로 비상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