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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선의 大佳里(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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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찾아서(48)-짠물 앞에 끊어진 단물의 수로

 

가이사랴 항구에서 조금 북상하여 올라가면 해변을 따라 끝이 안 보이도록 지어진 수로가 있습니다. 그 옛날, 로마가 이 지역을 관할하며 번영을 구가하던 시절에는 헬몬 산에서부터 이곳까지 물을 대어 주노라 마를 틈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말라 부서진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수로! 그 길이와 위용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집니다.

어떻게 그 옛날에 이렇게 대단한 수로를 단지 경사만을 이용하여 그 먼 곳에서부터 여기까지 물을 보내오게 할 수가 있었을까요? (하긴…. 후일, 유럽을 다니다 보면 이 정도는 그리 놀랄만한 규모도 아니었습니다.)

이 물을 마시면서 삶을 영위하였고, 이 물을 이용하여 목욕문화 속에 향락을 누려 깊이 빠지다 보니 결국은 제국의 멸망에로 이르게 한 수로.

그 대단한 위용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 바로 그 수로 옆에 그득히 찰랑대는 바닷물을 보면서도 먹을 수 있는 물을 위해 이렇게 큰 공사를 하여야만 하는 우리의 육신의 한계가 새삼스럽습니다.

로마 제국이 그 세력을 세계로 넓혀 가면서 제일 먼저 건설하는 것이 도로와 수로, 그리고 원형극장과 목욕탕이었습니다. 그들의 권력 승계는 대부분 권모술수와 음모, 암살과 투쟁이 커진 전쟁 후에 얻은 힘의 자리였습니다.

그러니 정통성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벌써 그 때부터 3S로 국민들의 이목을 돌리는 방법을 잘 터득하였던 것입니다. 요즈음 민중의 이목을 돌리는 방법으로 "3S방법", 즉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라마다 프로 구단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편을 갈라 열광케 하고, 저녁에 TV를 켜면 나오는 드라마는 수위를 넘나드는 불륜과 성애묘사, 그리고 두려우리만큼 잔인한 폭력으로 흥미를 끌다 보니, 사회가 불륜을 당연시하게 되고, 또 폭력이 지나치게 난폭해지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 호화 목욕탕과 유흥주점이 길가에 즐비하다 보니 스스로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착각하도록 만들어 주는 수많은 졸부들의 등장 속에, 정부는 정부대로 자신들의 권력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법들을 만들어 놓는 악순환의 연속!

그러다가 또 새로 머리를 드는 세력에 꺾이는 것이 역사상 이어져 온 일들이었으니까요. 스크린이 없었던 옛날에는 Live Show를 하였다는 기록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더 자극적이었을 것입니다.

로마에서 열리는 검투사 경기를 보러 찾아 드는 관객이 5만여 명이나 되었다니까요!

유대 지역을 다스리는 총독부가 가이사랴에 있고 보니 이 곳에도 원형극장과 전차경기장, 목욕탕이 필요하였고, 그 많은 인구의 해갈을 위해서 수로 또한 필요하였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지척에서 출렁이는 파란 바닷물을 보며 목말라 하는 부서진 수로를 보는 아픔이 참 미묘하여 집니다. 물은 물이로되 먹을 수 있는 물과, 먹을 수 없는 물이 있음을 보면서 신은 신이로되 믿을 수 있는 신과 믿을 수 없는 신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살아가노라면 세상에는 신이라고 믿으며 그 권력에 복종하라고 강요하는, 믿을 수 없는 신이, 믿을 수 있는 신보다는 엄청 많이, 엄청 오랫동안 존재해 오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먹을 수 있는 단물을 얻기 위해서는 그 먼 헬몬 산에서 이곳까지 쉼 없이 흐르도록 수로를 건설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믿을 수 있는 신을 믿기 위해서도 이렇게 힘들여 수로를 건설해야 하듯, 쉼 없는 노력 또한 지극하여야 하리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잘라진 단면의 모습이 마치 누군가는 누구의 수고로 쉽게 입만 가져다 대면 쉬 마실 수 있는 물이라 하더라도, 그 물이 그 곳에 있게 하기 위하여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노력과 죽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는 입 모양 같이만 느껴 졌습니다.

그 당시라고 왜 유혹이 없었겠습니까! "그냥 바닷물을 마시고 말지, 뭐하러 이렇게 힘들여 수로를 건설하는가?"라고요. 마치 요즈음 제 교회들에서 "거저 쉽게 편하게 믿고 말지, 왜 그렇게 힘들여 극성을 떨며 믿어야 하느냐? 하나님만이 신이 아닌데…"라고 유혹하듯이 말입니다.

기독교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바티칸에서도 다원주의를 표방하며 다른 종교들과도 연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면 아무 지식도 없고 별 믿음도 없는 우리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지를 점점 더 헷갈리게 하는 혼돈된 세상이 되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 믿음이 틀렸다고 나무랄 만한 지식이나 신앙심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믿음에도 그 나름 대로의 경의를 가지고는 있지만 내가 믿는 하나님과 그들이 믿는 다른 신들을 혼합하려고 하나님을 온전히 믿으려는 사람들을 흔드는 그 주장이 싫은 것입니다.

물이야 한 모금 마셔보고 뱉으면 기껏해야 설사 몇 번하고 말겠지만, 한번 밖에 없는 삶을 놓고도 “이 신도 좋고, 저 신도 좋고….” 이런 도박을 할 수가 있을까요?

아니면 어느 신이 진정한 신인지를 모르기에 이 신, 저 신, 보험을 드는 것일까요?

“나는 지금 어떤 물을 마시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실 수 있는 물에도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가 있다고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셨는데…. 그 예수님은 지금쯤 어디에 와 계실까요?

다시 한 번 지중해의 바다와 지금은 말라버린 수로를 바라보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제 짠물의 땅을 떠날 때가 되었나 봅니다.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흔적들이 뇌리에 남긴 잔영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반추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눈으로 보아온 많은 것들은 마치 성황당에 있는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 것도 많았지만, 그 안에도 무언가 숨은 뜻이 분명 있을 것만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순례자들이 그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순례를 다녀갔고, 또 앞으로도 다녀갈 것입니다.

앞으로 찾아갈 신약 시대의 흔적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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