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는 힌츠페터 미망인, 문대통령, 배우 송강호

 

 

 어제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오후 2시경, 해가 멀쩡히 떠있는데 갑자기 어둑해지는 거였다. 100W짜리 전구를 60W짜리로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바로 그 짝이었다. 누가 하늘에 올라가 100W짜리 태양을 60W짜리로 바꾼 모양이었다. 밖에서 화분들을 손보다가 갑자기 사방이 흐릿해지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업을 그만 둘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일식의 조화였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발생시간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여니까 희한한 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힌츠페터가 간첩이라는 거였다. '푸른 눈의 목격자'가 아니라 '푸른 눈의 간첩'이란다. 여기서 ‘푸른 눈의 목격자’는 사진기자 힌츠페터를 가리킨다. 국영 방송 KBS가 2003년 방영했던 광주항쟁 다큐의 부제였는데 그의 별명이 된 것이다.


 메일의 내용은 점입가경이다. 그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현지에 잠입한 거나 비행장에서 픽업해 태우고 간 택시운전사도 간첩이라는 거다. 또 힌츠페터가 북한으로 들어가 노동당 창건 기념식장에 참석한 사진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 사진 속에는 광주에 침투했던 6백 명의 인민군 얼굴들도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개봉한지 한 달도 못돼 관객 1천만을 넘긴 블록버스터. 그리고 힌츠페터는 광주항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어 전 세계에 최초로 알린 사람이다.


 광주항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시민들의 민주화 항쟁’이고 다른 하나는 ‘폭도들의 반란’이다. 


 "한국 정부는 광주사태의 원인을 공산주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왜곡함으로써 시위가 계엄령 반대와 군부의 과잉진압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숨기려 하고 있다."는 게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CBS의 당시 보도다.


 힌츠페터는 생전에 유해를 광주에 묻어달라고 했다. “5•18 민중항쟁은 광주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세계적으로 중요한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폭도들의 반란’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거나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말이 나올 수나 있었겠나. “수많은 이들의 피를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화가 이뤄졌음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한 그다.


 그런 그를 간첩이라니 말이 되는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염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인민군이 6백 명이나 침투하고 힌츠페터도 간첩이었다면 당시의 군부나 정부로부터 공식발표가 있었을 거 아닌가. 미국의 CIA도 부정한 바 있는데 이런 메일을 유통하는 것은 구제불능의 행태다. 


 문제는 그런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다.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모른다. 동족을 간첩으로 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외국 기자까지 간첩으로 몰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유치한 발상이 아닌가. 달이 아무리 해를 가려도 암흑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어제 본 개기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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