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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쾌한 아침이다. 이른 아침의 기류는 약간 차게 느껴진다. 라디오에서 젊었을 때 즐겨 불렀던 이브몽땅이 부른 가을노래 ‘고엽’(The Fallen Leaves)이 경음악으로 흘러 나온다. 너무나 오래 전에 즐겨 부르고 듣던 노래다.

 

 

 오! 기억해 주기 바라오
 우리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그 시절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더 뜨겁게 우리를 비추었다오
 무수한 고엽이 나뒹굴고 있다오
 당신이 알고 있듯이 나도 알고 있다오
 추억도 그리움도 그 고엽과 같다는 것을
 북풍은 그 고엽마저 차가운 망각의 밤으로 쓸어가 버린다오

 


    
노래 가사에서 보듯이 가을에 대한 정서가 어찌 그들만의 느낌이었을까?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인가, 마음으로 듣는 것인가. 스르르 눈이 감기며 사색의 한 자락을 계절 속에 녹여간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본래의 마음을 잃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연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귀속엔 순수한 자연음을 멀리하고, 복잡한 기교음만을 즐겨 들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노인의 눈에 비치는 뒤뜰의 풍경은 구석마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너무도 아름답고 축복에 찬 계절의 그림이 아닌가? 찬 바람 부는 계절이 다가오면 나뭇잎은 누렇게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검고 칙칙한 암녹색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아름다운 빛깔의 계절이 되는 것이다. 가을이 이미 우리 곁에 왔다는 증거다.


 주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재촉하는 아내의 계속되는 목소리에 아침 잠에서 깨어났다. 밖에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가 내리쬐지 않고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이슬 같은 비가 와서 그런지, 거리는 아주 깨끗하게 보인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 자동차 트렁크 속에 있지만 그냥 갔다. 나는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을 꽤 귀찮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산을 들고 다닐 기회도 그리 많지 않지만 들고 다니다 보면 잘 잃어 버린다. 늙어 가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건망증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출할 때면 두 번 세 번 부엌, 전기를 확인하고 차고 문이 닫혔는지 여러 번 되돌아와 재확인 하곤 한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는 젊은 운전자들의 난폭한 버릇도 문제이지만 나이 때문인지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성당 주차장이 모자라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주차 장소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짝 긴장을 하고 성당에 도착해서 안전하게 주차가 끝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친교실에서 풍겨 나오는 커피향 때문이다. 커피란 참 묘한 맛이 있다. 술과 담배처럼 일반 음식물과는 전혀 다른 특이한 맛이다.


 미사 시간이 될 때까지 친교실에는 커피를 즐기기도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자질구레한 소식에서부터 고국의 정치, 경제 얘기로 모두가 유명한 정치인, 검사, 판사도 되고, 대통령이 되어 시국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저마다 갖고 있는 이야기는 천차만별이지만 공유하는 감정은 비슷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느끼는 즐거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느끼는 슬픔 같은 감정은 우리 모두 겪어봤으므로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헤아리기 힘든 감정도 있다. 현명한 삶이란 스스로 인내하고 생각하며 사는 삶일 게다.


 참맛 칼국수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꽤나 오랜만에 가보는 조용한 한국식당이다. 4가정이 모여 식사를 했는데 이곳에서의 대화는 친교실 분위기와는 전혀 달리 가족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특히 아들, 딸들의 성장과정과 성공담의 즐거운 이야기들이었다. 


점심 식사에 함께 했던 Mr. Lee의 딸은 5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왔다고 했는데, 지금은 23살의 공주로 변해서 부모를 닮아 훤칠한 키에 미인이기도 하지만, 그 유창한 한국말로 노인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른들끼리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젊은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모든 만남은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 사랑하는 연인 등 기쁨으로 충만될 수 있는 모든 만남이 그렇다. 즐거운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식사 후에 다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슬비는 심술궂게 오후 골프 약속을 못 지키게 만들었다. 속이 후련했다. 시원한 가을 낮이었다. (2018.10)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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