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가상화폐’라 이름붙이고, 심지어 시대에 뒤떨어진 한국의 모 전직장관은 이것을 ‘사기’라고 떠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름부터 잘못 되었습니다.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란, 이름 그대로 컴퓨터 내의 ‘가상현실’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인 반면에, ‘빗코인’등의 정식이름은 ‘가상화폐’가 아니고,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이며, 제한된 범위내에서 일부기능만 발휘하는 전자화폐나 디지털화폐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실제로 이런 암호화폐로 커피, 햄버거, 자동차, 집 등 우리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달 스페인의 한 프로축구단은 선수와 빗코인으로 계약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이 아직은 극 소수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결국, 이 암호화폐는 가까운 미래에 대중화가 될 것이며, ‘세계인들의 공용화폐’가 될 것 입니다.
이미,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은 이런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기반이 상당히 준비되어 있고, 미국과 캐나다정부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예로, 일본, 중국, 유럽연합은 국가주도로 암호화폐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곳 캐나다 국세청(CRA) 웹사이트도 암호화폐로 수익을 올린 사람은 소득세를 내야 된다고 꽤 오래 전부터 나와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는 소득세를 암호화폐로도 받는 주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IT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은 세계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마 전에야 암호화폐에 대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달러화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석유나 선물구입시, 또는 무역거래 시에 미화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관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이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빗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송금하거나, 대금을 지불하는 개인이나 회사 또는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으니 미국달러의 약세는 점차 가속화 될 것이고, 미국의 패권주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캐나다 한국일보 2001년 1월 26일자 오피니언/독자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