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6년 발간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소설은 1차대전후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길 잃은 세대(Lost Generation)의 공허함과 방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필자가 40여년간 캐나다에서 만난 20여명의 영국인들과의 사교 생활에서 느껴지는 끊임없는 일상 대화와 모임의 분위기가 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대화중 제이크와 브렛의 가슴 아픈 연인 관계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주요 인물 분석
|
인물
|
역할
|
성격 및 특징
|
|
제이크 반스 (Jake Barnes)
|
화자, 미국인 기자
|
전쟁 중 입은 부상으로 성적 능력을 상실. 브렛을 깊이 사랑하지만 육체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고뇌하며, 혼란스러운 일행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관찰자(어네스트 헤밍웨이)
|
|
브렛 애슐리 (Lady Brett Ashley)
|
영국 귀족 여성
|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지만 내면은 공허하다. 제이크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과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으며 방황하는 인물.
|
|
로버트 콘 (Robert Cohn)
|
유대인 작가, 복서 출신
|
일행 중 유일하게 전쟁을 겪지 않았다. 브렛에게 집착하며 낭만적 사랑을 믿지만, 결국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다른 일행들로부터 소외되고 공격받는다.
|
|
페드로 로메로 (Pedro Romero)
|
젊은 투우사
|
순수한 열정과 기술을 가진 인물로, 타락하고 공허한 길 잃은 세대와 대비되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
줄거리: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두 사람"
1. 파리의 권태와 소모적인 일상
제이크와 브렛을 포함한 일행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서 의미 없는 술자리와 사교 모임을 전전한다. 제이크는 브렛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전쟁의 상흔인 신체적 결함 때문에 그녀에게 완전한 남자가 될 수 없다. 브렛 역시 제이크를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육체적 만족이 없는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과 염문을 뿌린다.
2. 스페인 팜플로나의 축제와 갈등
이들은 투우 축제를 즐기기 위해 스페인 팜플로나로 향한다. 축제의 열기 속에서 긴장감은 폭발한다.. 브렛을 추종하는 로버트 콘의 집착 그리고 브렛이 젊은 투우사 페드로 로메로와 사랑에 빠지면서 일행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제이크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로메로)와 이어지도록 돕는 비극적인 중개자 역할을 자처하며 깊은 자기혐오에 빠진다.
3. 축제의 끝, 그리고 허무한 자각
축제가 끝나고 일행은 뿔뿔이 흩어진다. 로메로와 떠났던 브렛은 결국 그를 떠나보내고 마드리드에서 제이크에게 구원 요청을 보낸다. 제이크는 다시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두 사람이 택시 안에서 나누는 마지막 대화는 이 소설의 주제를 관통한다.
브렛: "제이크, 우리가 함께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즐거웠을까(What a fine time we could have had)." 제이크: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참 좋지(Isn't it pretty to think so)?"
제이크와 브렛의 관계: 비극적 낭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이다. 제이크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고 헌신하지만, 결코 그녀의 곁에 안착할 수 없다.

소설의 영화
1957년 헨리 킹 감독이 연출하고 타이론 파워(제이크 역), 에바 가드너(브렛 역)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원작의
길 잃은세대의 허무함과 화려한 할리우드 시스템이 만난 독특한 결과물이다.
당시의 시사평가
호화 캐스팅과 시각적 풍요로움: 당시 비평가들은 이 영화의압도적인 시각적 미학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기법으로 담아낸 스페인 팜플로나의 투우 축제와 프랑스 파리의 거리는 마치 관객이 그 자리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했다.
에바 가드너의 브렛: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 불리던 에바 가드너는 원작의 파괴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브렛 애슐리를 완벽하게 시각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국적 정취: 전후 관객들에게 유럽의 낭만과 스페인의 열정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여행 영화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다.
원작의 '허무' vs 영화의 '낭만
가장 엇갈린 평가는 원작의 냉소적이고 건조한 톤을 영화가 얼마나 잘 살렸느냐는 점이었다.
부드러워진 결말: 헤밍웨이의 소설이 "우리는 안 돼"라는 절망적 인식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1957년 영화는 할리우드 황금기 특유의 낭만적 감수성으로 이를 다소 순화했다. '약점을 보완하는 사랑'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비판적 시각: 일부 평론가들은 주연 배우들의 실제 나이가 원작 캐릭터들에 비해 너무 많아(타이론 파워는 당시 40대 초반), 전후 20대 청년들의 방황이라는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 (에롤 플린의 재발견):이 영화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지점 중 하나는 몰락한 귀족 마이크 캠벨 역을 맡은 에롤 플린의 연기다.
그는 실제 자신의 삶처럼 알코올 중독과 파멸에 이른 남자를 처절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연기하여, 원작이 가진 상처 입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가장 잘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본 시사평가: 1957년작은 원작의 차가운 허무주의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으려 시도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화 속 제이크와 브렛은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며 그 고통을 함께 견뎌낸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불구를 넘어,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임을 뇌가 인지하고 선택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에서의 시사평가: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