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이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자야 1주간 지친 몸과 마음의 활력을 되찾는데… 번뇌에 빠져 방황하는 유치한 내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 지금 내 정신 연령은 중학생 수준이다. 오늘 ‘로마 백부장의 사랑과 믿음’을 주제로 한 강론을 들으며 사랑을 듬뿍 담고, 주님이 내 안에 현존하심을 느끼며 감사히 교회를 나왔는데…
몇 시간의 삶이 나를 바꾸어 놓았다. 저녁 초대를 받고 지인들과 모여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던 중 일행 중 한 명이 내 미래에 대해 듣기 거북한 말을 하였다. 말에는 덕담, 재담 그리고 악담이 있다. 지인들 모임엔 덕담이나 재담을 하며 서로를 나누는 것이 상례다.
어제 지인의 초청으로 색소폰 연주회를 갔었다. 그 날 저녁 식사를 하며 동일인이 똑같은 말을 하였다. 듣기 거북했지만 웃자고 한 재담이려니 생각하고 지나쳤다. 여러 사람 앞에서 연 이틀간 듣기 거북한, 저주와 같은 말을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틀간의 언행에 뼈가 있다. 상처 입은 늑대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3개월 전, 지인이 새로 개업한 식당에 함께 가서 비즈니스 관련 이야기와 가벼운 덕담을 하고 웃으며 헤어졌던 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냥 서로를 좋은 지인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저의가 무엇인가?. 이게 잠이 오지 않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오랜 시간 고민해도 찾지 못하는 원인에 집착하며 번민하는 내가 바보임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말로 상처입지 않아야 한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인정하고 가벼이 넘기기로 했다. 앞으로 더 많이 배려하고, 잘 대하면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 “내 탓이요”를 외치니 이제야 마음이 평화롭다.
우리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이 결정권을 행사하면 선한 양이 우리의 삶을 선으로 이끌고, 악이 득세하면 늑대가 후회할 삶으로 이끌고 간다. 나 또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동일한 상황이 되풀이 되더라도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고 이에 따라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양처럼 살기 원하지만 변화되는 환경과 도전에 대처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늑대가 전면에 나서서 나를 끌고 간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거기에는 눈가에 자잘한 주름이 많은 낯선 사람의 얼굴이 있다.
세수할 때 건성으로 보고, 유추하고 있던 내 얼굴이 아니다. 외부의 자극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달관한 모습도 아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일까? 어떤 이는 늑대로, 어떤 이는 양으로 생각한다면 그 나마 다행이지만 대다수가 나를 늑대로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이 자주 발현하는 삶을 산다면 편히 잠들 수 있으리라. 캐나다인의 행복지수가 세계 선두권이고, 대다수 캐나다인 얼굴표정에 여유가 묻어난다. 내 아이들도 순박하고 맑게 자랐다. 앞으로도 바보처럼 헤벌쭉 웃으며 살아가게 해달라고 주님께 청원기도를 한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그릴 때, 동일한 모델을 보며 예수님과 유다를 그렸다는 설이 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마음을 비우고 사랑을 담아, 로마 백부장처럼 살고 싶다. 주위와 함께 사랑을 나누면 그 사랑이 퍼져 주변을 밝게 하고 평화를 불러올 텐데, 뉴스를 들으면 전쟁과 테러 이야기 등 늑대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다.
세속적인 목표에 눈먼 이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평화를 깨부수고 있다. 타인에게서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빼앗아 물질적으로 잘 살아야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살아간다. 지금도 중동지역에서는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 실적이 저조하고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재정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을 보이자. 그들은 무력감으로 어두움 속에서 앞을 보지 못하고 신음하며 살아간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희망을 불러온다.
얼마 전 이곳 토론토에서 식당을 하던 분이 재정난으로 자살했다. 사망신고 후 지급되는 생명보험금으로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해지는 재정적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 어머니의 큰사랑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방치한 가족과 지인들도 이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관심과 사랑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함께 풀려고 노력하였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사회복지제도를 잘 구비한 캐나다에 사는 동포가 재정난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관련 일을 하는 전문가로서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BI법에 대해 널리 알리지 못한 책임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언어장벽과 한국에 살면서 기 주입된 관련법에 관한 막연한 선입견으로 BI법의 실상에 어두운 이가 많음에도, 이 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 내 직무를 소홀히 하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어려운 문제도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BI법을 이용하면 재정난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으니 재정난으로 자살하였다는 슬픈 소식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주위에 널리 알려 주기 바란다.
BI법은 재정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가 혼자 짊어지고 가기 버거운 짐을 내려주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도록 돕는 재활법이다. 이민자이건 방문자이건 캐나다에 사는 이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누구나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제 BI법에 대해 개략적인 지식을 습득하였으니 재정난으로 고민을 하는 이가 주변에 있다면 그들에게 이 법을 알려주어 그들이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하자. 나눔의 빛이 사회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밝은 희망을 불러온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라고 하였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다. 어려움이 닥쳐도 ‘하느님께서 내 영혼의 성장을 위해 주신 선물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대하자. 주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을 성장통으로 선사하신다.
도전과 시련을 통하여 성장하고 강건해진다. 진주는 조개 속에 들어간 이물질이 만든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분출한 체액이 이물질을 감싸면서 생성된다. 자신과 주변의 어려움을 사랑으로 감싸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
지금 재정난으로 고민한다면, 합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근심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품어라. 겪고 있는 문제가 크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으로 남을 뿐이니 용기를 잃지 말자.
인생무대에서 퇴장하면 남은 이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퇴장시 빈손으로 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지금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고 있나?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이고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목표를 세우고 굳은 신념으로 정진하면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우리 안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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