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매서운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개와 산책 나간다. 아무리 추워도 이 한번의 산책을 목 빼고 기다리는 애완견의 간청하는 눈망울을 무시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집안에 머무는 이 친구는 아침 뒷마당에 소변 한차례, 저녁 산책시 대, 소변을 눈다.
착각으로 저녁 산책을 데리고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힘들어 끙끙대면서도 청결한 집안 유지를 위해? 아침까지 생리현상을 참는 기특한 친구와 밤을 정적을 깬다.
“뽀도독 뽀도독” 눈 밟는 소리가 상큼하다. 몇 겹의 옷을 뒤집어썼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기가 몸으로 배어든다. 천천히 폐 속 깊이 숨을 들어 마신다. 청량음료보다 더 짜릿하다. 장갑을 뚫고 들어온 한기로 손 끝이 시려 온다.
추위를 느낀다는 그 자체,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는 밤이다. 한국이 IMF로 어려웠던 시기, 중국 심양에 다녀온 적이 있다. 고등학교 친구 기홍이가 한국 음식점 “설악산 소고” 개업식에 초대하여 축하해주러 참석한 것이다.
소고란 숯불구이를 뜻 한다. 개업 하루 전날 그 곳에 갔다. 일제 식민 시절, 광복군이 암약하던 곳이다. 저녁에 도착하여 본 도시의 첫 인상은 별로 였다. 도시 대부분이 오래된 낡은 저층 건물로 구성돼 있다.
지나치는 대로 좌우 측엔 차 한대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들, 가로등이 거의 없어 어두컴컴한 밤거리… 금시라도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하고 오래된 거리들을 지나쳐 조금은 현대식이고 앞길도 널찍한(?) 친구 숙소에 도착했다.
“왜 이런 곳에서 사업하려는 발상을 했을까? 독립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참 기발한 발상이네. 낙후되어 보이는 이 도시에서 외식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 생각했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걱정으로 잠 못 이루다, 술 몇 잔을 마신 후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사업장소에 가서야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키가 185cm인 이 친구, 배포 역시 컸다. 서울 세종로처럼, 심양 중심가 넓은 광장을 낀 플라자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식당에 도착하니 앞 광장에서 브라스 밴드가 개업 축하공연을 벌인다. 구경꾼이 식당 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니 1000석은 족히 넘어 보이는 좌석에 개업 준비로 많은 수의 여종업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종업원이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100명이 좀 넘는다고 한다. “밖에 밴드 공연 보러 몰린 사람들로 오늘 점심 장사는 잘 되겠네.”말하니, 기홍이가 씩 웃으며 하는 말 “오늘 하루 종일 밴드와 사물놀이 팀이 공연할 거야. 하지만 밖의 구경꾼들이 오늘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아.”라 한다.
“왜?”하고 물었더니 “한 주간은 식당 소개하려고 고급 공산당원과 유지에게 무료 시식 초대권을 배포하였어. 시식권 1장에 한 가족 4명까지 데려와 함께 소고기 숯불구이를 즐길 수 있다 하였으니 그들로 식당좌석이 메워질 거야. 밖에 손님들은 1주 후에나 맛 볼 수 있지.”한다.
처음 먹어본 그곳의 숯불구이. 인절미를 두 겹으로 썰어 놓은 듯한 크기의 소 갈비살을 숯불에 구운 후, 노란색 인절미 콩가루를 묻히고,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의 맛은 일식 새우튀김을 찍어 먹는 장과 비슷하다. 우리가 즐겨먹는 갈비살 구이에 콩가루만 더 묻히기에 고소함이 더해진 별미였다.
개업식 다음날 친구의 배려로 만리장성, 자금성 등을 다닌 후 귀국하였다. 1년 후 그 친구는 사업이 번창해 북경에 지점을 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민 왔다.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친구와 작년말 카톡을 통해 안부를 나누었다. 너무 반가웠고 “내가 캐나다로 가든, 네가 한국으로 나오든 곧 한번 만나자.”는 친구에게 흔쾌히 “그러자.” 하고 옛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짖고 만날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었다.
오늘 그 친구가 죽었다는 동창회 부음 카톡을 보았다. 집안 일을 하다 사고로 세상과 이별하였다고 한다. 망치로 맞은 듯 정신이 멍해진다. 자신은 건강하다며 내 몸 건강을 염려해 주던 친구가 이제 세상에서 사라졌다. 조문 가지도 못하는 마음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조용필씨의 <친구>를 들으며 마음으로 친구 조문을 한다. 기홍아 몸은 갔어도 마음은 항상 내 곁에 머물게나. 내게 와주어 참 고맙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음을 알지만, 죽음도 우리를 완전히 갈라놓지 못하네. 친구 사랑하네. 인생무상, 공수래 공수거, 마음을 비우니 평안해진다.
오늘 재정난으로 고민하는 이와 BI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이 법은 일시적인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를 경제적 장애인으로 간주, 이들이 재활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BI(Bankruptcy and Insolvency Act)법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분의 제약 없이 이 법을 이용하여 과중한 빚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법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1. 파산(Bankruptcy): 채무를 100% 탕감해 주는 방안
2. 채무삭감(Consumer Proposal): 채무의 일부(약 70%)를 삭감해 주는 방안
미납세금을 포함 대부분의 채무가 이 법에 적용되어 100% 탕감되거나 일부 삭감된다.
대개의 경우, 파산 신청시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된다. 최소 비용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고, 별도의 제약이나 불이익은 없다. 복지 국가인 캐나다의 BI법은 다른 국가 파산법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파산이라는 어휘에 신경쓰기보다는 제반 여건과 소요 비용을 고려, 어떤 방안이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하여야 한다.
캐나다의 BI법은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해결해 주지 않는 미납 세금도 처리해 준다. 세부적으로 궁금한 사항은 전화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법을 관장하는 유자격자는 트러스티와 인솔벤시 카운셀러 뿐이다. 여타 자격을 내세우며 호객하는 브로커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
재정난은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근심을 떨쳐버려라. 용기 내어 내일의 희망을 품자.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긍정적, 거시적으로 보며 살자. Bruce Trails이 그리운,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힐링의 시간에 빠지고픈 날이다. 더 치열하게 사랑하고픈 날이다. 내 사랑이 친구에게 전해지도록.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의 사랑만 있다면 삶은 낙담할 이유가 없다.”는 쾨테와 교감한다. 나누는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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