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확률이 의심되는 말이다. ‘가짜뉴스’라면 모를까. 전파로 ‘가짜뉴스’를 쏘면 고래가 바다에서 모래사장으로 올라오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10살 때 겪은 가짜뉴스는 지금도 황당하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여름이었는데 원자탄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지방 소도시에서 약 30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 그 뉴스가 전해지자 주민들은 너나없이 짐을 꾸려 인근 벌판으로 가 노숙을 했다. 지나가던 미군 전투기가 수상했던지 기수를 돌렸다. 조종사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렸을 게다. 콕핏의 천장을 열고 손을 내밀어 권총을 발사하는 게 아닌가. 농사꾼들의 동작이 신통치 않자 전투기는 폭음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전 해괴한 메일을 받았다. 대량유포 되는 전달물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가 오는 7일(1월의) 연하의 미국유명힙합가수 닥터드레와 화촉을 밝힌다는 것이었다. 김대중이 남긴 막대한 비자금을 미국으로 가져가려면 미국 시민과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당시)는 “이제는 그 분의 행복을 빌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방년 95세의 이희호 여사가 재혼을 한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기사 밑에는 ‘널리 전파해야 합니다.’라는 댓글도 붙어 있었다. 


 박대통령의 탄핵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역시 ‘가짜뉴스’로 북적댔다. 대통령 대리인단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정의의 대변자,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라고 하며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촛불집회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이나 대선주자들이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이런 유치한 수법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젠 더 이상 재활용이 안 되는 모양이다. 통일부가 확인한 결과 인용한 노동신문은 ‘가짜뉴스’다. 이어 “탄핵 반대 진영의 입맛에 맞게 합성 조작돼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노동신문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지난 대선 기간 중 가짜뉴스가 홍수를 이뤘다. SNS에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많이 소비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대부분이 클린턴보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금메달은 프란시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는 가짜뉴스가 차지했다. 은메달은 힐러리가 이슬람극단주의단체인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허위기사에게 주어졌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가 SNS 상에서 무한대로 확산돼 인위적인 여론조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염려되는 것은 그래서다. 원자탄이 터진다고 했을 때 마을에 단 한 사람이라도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한 밤중에 들판에 나가 노숙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군사적 가치가 없는 지방 소도시에 원자탄을 쓴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들판으로 나갔다고 해서 원자탄의 위력을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고래와 다른 것은 뇌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짜뉴스가 설쳐도 판단력을 잃지 말고 함부로 춤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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