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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힘내세요!

 

 

아빠의 자리가 흔들이고 있다. 권위문제야 애교로 보면 되려 귀엽긴 한데 자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 심히 민망할 일이다. 여성 파워에 밀리고 있는 것쯤은 평등권의 시각으로 보면 당연한 귀결이니 할말이 있다면 되려 치사하지만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면 분명 위기다.


영어로 남자를man이라 하고 여자를woman이라고 하는데 이는 man 앞에 womb(자궁)를 붙인 꼴이란다. 얼핏 보면 여자를 비하한 듯 하나 정작 생산을 할 수 있는 참 사람은 여자란 뜻이고 남자는 그저 그 생산에 필요한 정자 한 방울 슬쩍 제공하는 보조자 역할에 불가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자궁만으로 생산을 가능하게 하면 그나마 아빠라는 역할마저도 무용지물, 절로 도태될 비운의 신세는 운명적 수순이다.


수 만년, 아니 수백만년 누려왔을 “아버지”라는 가부장적 절대권위가 하필 내가 사는 이 시대에 와서 간 큰 남자의 상징으로 인류역사박물관 20세기실에 코미디 시리즈 소재 감으로 전락 되었는지 모르나 억울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해도 인공수정이라는 아빠의 역할이 빠져버린 조작으로 엄마 할머니라는 족보서열에 혼선을 빚더니 21세기에 넘어오면서 급기야 생명복제라는 유전자 조작으로 근본우주질서에까지 손이 닿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아빠자리가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이다.


아빠 없이도 출산이 가능하다는 과학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고개 숙인 남성 심벌도 비참하지만 무척 심심해질 것 같은 미래 인류학 모습이 명경 들여다보듯 훤히 보이니, 생산에 참여 못한 실직자 아빠의 처진 심벌이 가련하다.


아니 더 나아가 음(-) 양(+)이 우주질서를 주관하는 본질이듯 암(女) 수(男)라는 묘한 관계설정을 통해서만 영원한 날까지 생명체의 보존(출산)을 가능케 할 것으로만 알았는데, 인간이라는 요사한 동물로 인해 지구촌 전체 생명체질서에 혹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그리하여 멸종이라는 종말론이 혹 이로서 증명되는 건 아닌지, 뜻 있는 이는 노심초사 떨고 있다.


난자와 정자, 이 유전 미립자들 속에 들어 있는 웃음, 눈물, 사랑, 시기 등 온갖 생명기질의 기억들이 암 수의 사랑행위에 의해 출산이라는 새 생명의 기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 순리(順理)인데, 사랑유희 행위가 빠져버린 유전자 조작 출산이라는 역리(逆理)의 미래가 그래 과연 온전할까? 


탄생의 기적은 인간지식능력(과학) 밖의 영역이며 경이 그 자체인데 이제 생명복제의 성공으로 그 기적도 그 경이도 무효화 돼버릴 듯하니 자연질서는 무슨 힘으로 버틸까?


“생명복제는 안 된다”라는 여론이 아무리 강경하다 해도 하늘의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인데, 암의 정복보다 “생명복제”의 성공이 빨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그만큼 쉽고 간단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더욱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미래로 이어질 기술력의 파장을 생각하면 경악 그 자체이다. 


이제 누군가가 숨어서 아편을 재배하듯, 원자탄을 생산하듯, 지각능력이 빠진 복제인간을 생산하여 군대를 조직하고, 폐, 간 같은 장기만을 빼내어 판매하는 세상이 안 온다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만약 지구촌 생명체가 하늘 의지의 작품이 맞다면 하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과학이 생명창조에까지 손이 닿았다는 것은 하늘에 대한 도전이고 월권이라 하늘의 방어(징벌)는 어떤 형태로든 들어낼 것이고, 그래서 피조물인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음(-암) 양(+수)이라는 하늘의 계산된 의도인 사랑행위를 빼버린 것만은 우주근본질서를 무시한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오만이며 대재앙의 초대장임이 분명하다.


암 수 교합이라는 애무를 통해서만 생산(출산)을 가능하게 한 하늘의 의도는 권태에서 올 퇴화를 염두에 둔 진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데, 나의 이 짐작이 맞다면 아빠의 역할이 빠진, 사랑유회절차를 생략해버린 연속적 기계조작의 미래 종자는 퇴화의 길을 밟다 결국 멸종이라는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자연 생태계는 주어진 환경에 순(順)하며 상부상조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 그 중 지능이 좀 나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자연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성이 안차 지배 파괴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생명체복제라는 유전자조작에까지 손을 뻗어 천기누설죄를 뒤집어쓰고서도 아직도 하늘의 대응에 노심초사는커녕 다투어 앞장서려 하고 있으니, 이 못 말릴 인간의 탐욕이여! 인간의 오만이여!


영원한 날까지 연속적 생명체복사라는 자연질서에 의해 살아가야 할 모든 후대 생물체에 이 비극적 유산을 넘겨주어야 하는 사실이 민망하고 죄스러운 일이다. 아니 참으로 비극이다.


생물의 연속 유전복제 방정식에서 뺄 수 없는 상수(常數)인 암수의 사랑행위를 빼버린 기계적 방정식으로는 멸종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나의 목소리가 그래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춘향이가 몽룡에게 보내는 봄기운 같은 향기의 추파는 더 이상 효력을 낼 수 없고, 쥬리엣이 로미오를 따라 죽을 낭만 또한 물 건너간 싱거운 시대에 무슨 정열의 용솟음으로 살아질지, 후대의 아빠들이 너무너무 불쌍해진다.


“아빠 힘내세요!” 그런데 이 외침에도 힘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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