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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의 눈동자

 

응시의 눈동자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고 
비탈길을 지름길이라 우기고 
낭떠러지를 천국행이라고 외쳐댄다. 
이미 이십여 년 전부터 그대는 줄기차게 
황도대가 내뿜는 빛살 품은 물병자리 
새 소식을 전하는 시대의 나팔을 불었지만 
황도대 끝자락 메말라 타들어 가는 지구촌에서 
응답할 수 있는 들을 귀 있는 자 극히 적으니 
차디찬 응시의 눈동자로 선 그대는 뻐금대는 
물고기 자리 저무는 세상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가.


 
 
끝없는 모르스 부호로 수신을 보내지만 
눈과 코와 입의 형상은 바로 있으되
눈도 귀도 마비되어 수신이 막혀버린 영혼들
세상은 전파가 닿지않는 고장난 라디오 
혼불로 일어나는 소통의 스위치란 꿈쩍도 않고 
그대를 향해 내미는 손이란 오직 
빗물과 햇살에 흥겹게 춤추는 산천 초목
무수한 잎새들만이 진정한 눈과 귀가 되어 
바람의 향내마저도 한껏 양손을 벌려 
뜻깊은 태초의 언어를 수신하고 있구나.

 


에덴에서 추방된 것은 부끄러운 인간뿐
소경이 소경을 이끌어 가는 저자 거리마다 
길게 어둠이 깔리고 유황불 연못이 들끓을 때 
메루산 드높이 그대는 회색 도포자락 휘날리며 
허깨비 웃음만 같은 골바람으로 떠도는가.
오늘도 저무는 시대의 풍악소리에 취해 
고장난 수신기로 넘쳐나는 혼미한 세상을 굽어보며 
가없는 주파수를 보내며 램프불을 두루 비추는
만년설 성산 위에 우뚝 선 그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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