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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이다. 일간 신문을 뒤적이다 보니 '명당 판매'라는 큼지막한 글자로 한국의 묘소 명당 세일을 하니 다 팔리기 전에 빨리 계약하라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연락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어느 풍수지리 연구소 지부(지부가 있으니 어디고 본부가 있겠지)로 몹시 권위 있어 보이는데 같았다. 명당 가격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재고품이 얼마나 있는지는 적어놓았다.


 명당 보유 목록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나올 자리 69개, 왕비 나올 자리 30개, 국무총리 90개, 장관 600개, 장군 600개, 국회의원 2000개, 판검사 600개, 안기부장 15개, 올림픽 위원장 1개, 월드컵 위원장 6개, 유엔 사무총장 4개, 기타 600개. 모두 3600개가 넘는 명당 터는 앞으로 1500년에 걸쳐 효력을 발휘할 자리로서 당대에 두 자리 이상은 나올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불초소생이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직업, 즉 교수는 눈에 뜨이지 않았다. 성희롱 하다가 잡혀 들어간 교수, 연구비를 떼먹다가 쇠고랑을 찬 교수, 그와 명예롭지 못한 이유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교수들이 많아서 그럴까, 아니면 너무 흔해서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 교수라 그럴까. 좌우간 원통하다. 내가 교수라는 직업이 이 영광스러운 대열에 끼이지 못해 원통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천직에 대한 이 불초 소생의 피 끓는 사랑과 프라이드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대통령이 나올 명당이라 해도 그 명당 효력은 명당매입문서에 도장을 찍은 날부터 15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사이 어느 때에 나타날 것이라 하니 그 때면 이 몸은 영혼조차도 미라가 되었을 때가 아닌가. 


 장관자리가 600개가 있다 하나 월요일에 들어와서 다음 월요일에 나가는 요새 같은 하루살이 벼슬자리를 두고 어찌 장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기야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 묘소 명당 중에는 잘못하면 큰 도둑으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끝내는 감옥살이로 패가망신을 할 위험이 있는 자리도 1000개가 넘는다.


 문제는 유엔 사무총장이다, 올림픽 위원장이다, 하는 권위와 영광이 차고 넘치는 자리를 왜 나라 안에서만 팔려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이런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수백만 명이 넘을 텐데 기왕이면 CNN 같은 방송을 통해서 광고를 하면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명당 인기가 너무 좋은 날에는 돈이라면 지옥도 마다않는 장사꾼들에 의해 그린벨트(greenbelt)도 명당으로 팔려나가고, 결국에는 국토 전체가 공동묘지가 될 위험도 있지만.


 앞으로 이 묘소 명당 판매 사업이 번창하게 되면 요사이 한창 인기가 올라가는 납골당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시신을 화장해서 납골당에 모시질 않고 그 재를 바람에 날리거나 강물에 흘려보내는 것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위원장, 유엔 사무총장 같은 고상하기 짝이 없고 국익을 가져 올 수 있는 그런 자리를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분명 비애국적이요 반민족적 행위다. 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겠다.


 그러나 속이 타는 사람은 소생이다. 비록 50년 후가 될지 500년, 100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불초소생의 피를 받은 후손이 장차 이 나라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엄청 놀라운 소식이다. 운명아 듣거라,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에헴, 소생의 가문에 대통령이.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내가 왜 구태여 권력의 맨 꼭대기인 대통령 자리를 탐을 내느냐는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 즉 좀더 고상한 말로 선비라 불리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 할줄 알며 세상 명예나 이익은 뜬구름 보듯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 이씨 가문에 대통령이 나온다고 이렇게 좋아하니. 벼슬에 나가 감투를 써야 부모에 효도하는 것이고, 가문을 빛낸다는 그 욕망의 피가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내 핏줄 밑바닥 어디에 흐르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조선시대의 선비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말로는 깨끗하고 의리 있는 말과 행동을 외치고, 돌아서서는 남을 모략중상하고 정치 패거리를 만들어 자기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 친 그 이중적인 피가 내게도 흘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지족안분(知足安分)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기억은 분명하지 않지만 언젠가 채근담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은 적이 생각난다. "권력이 더럽다, 더럽다 하는 사람은 그것을 속으로는 은근히 그리워하는 것이다. 진정 권력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말을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묘소 명당 세일 광고는 한번 본 후에 다시 보질 못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돌 지난 아이 어학연수 보내는 것도 마다 않는 한국부모의 극성을 생각하면 명당판매 사업이 시원치 않아서 회사가 부도를 맞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첫번 광고에 동이 난 모양이다. (200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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