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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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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 이야기(7)

 

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 & 사진

 

(지난 호에 이어)

 

 

아내가 좋아 날뛰는 모습이라니! 남편의 목을 감싸 안아 질식할 뻔한 남편도 벅찬 행복에 겨워 말했어요. “여보, 이제 무어인의 유산에 대해 더 할말이 없겠지요? 앞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을 돕는다고 나를 나무라선 안되오.”

 

 물지게꾼의 아내는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을 놀랍게 잘 지키고 있었지요. 하루 반나절동안은 동네 수다쟁이 마누라들에게 둘러싸여 지냈지만, 자기 옷이 너무 낡았다며 양해를 구하고 금빛 레이스와 방울이 달린 새 옷을 주문해야겠다고 말해두었어요.

 

또 남편이 건강에 좋지 않은 물지게 지는 일을 그만 둘 생각이란 것도 슬그머니 말해두고요. 여름엔 아이들을 데리고 산 공기가 좋은 시골에 가서 지내련다는 말도 덛부치고요.

 

이웃 아낙네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 불쌍한 여자가 정신이 나간 모양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든 말든 페레힐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치장하기 시작 했어요. 누더기 옷차림에 목에는 동양의 진주목걸이를, 팔엔 무어인의 팔찌를, 머리엔 다이아몬드 화관을 쓰고 방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깨진 거울쪽에 비친 자기 모습에 한없는 찬사를 보내기도 하구요.

 

운명의 장난인지, 길 건너 이발소에서 빈둥거리며 염탐하던 이발사 페드리요의 감시망에 그녀가 머리에 쓴 화관의 다이아몬드가 반짝! 걸린거에요. 다음 순간 그는 문구멍으로 물지게꾼의 아내가 동양의 신부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모습을 잘 관찰하고는, 읍장에게 당장에 달려갔어요.

 

잠시 후엔 굶은 이리 같은 형리가 냄새를 맡아, 운 사나운 페레힐은 그날 해지기 전에 다시 한번 재판관 앞에 불려 왔어요. 드디어 읍장님의 호령이 떨어졌어요.

 

“어찌된 건 가, 이 악당같으니. 너는 내게 그 이교도가 텅 빈 상자 말고 남긴 게 없다고 말했겠다! 그런데 네 처는 누더기 위에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휘감고 있다니, 비열한 자로다! 그 불상한 희생자에게서 노략질한 걸 다 내놓아라. 그리고 너 같은 자를 기다리다 지친 교수대에 매달릴 준비나 하라.”         


 겁에 질린 물지게꾼은 무릎을 꿇고 그가 보물을 찾게된 사연을 자세하게 털어놓았어요. 읍장은, 주문을 외운 무어인도 잡아오라고 명령했지요. 무어인이 반쯤 겁을 먹고 들어와 탐욕스런 집행자들과 풀이 죽은 물지게꾼을 보자 사태를 짐작했어요.

 

그는 페레힐 곁을 지나가며 가만히 말했어요. “이 한심한 작자야, 네 마누라에게 떠버리지 말라고 경고한걸 잊었나?” 무어인의 진술은 그 동료의 진술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으나, 읍장은 엄격한 수사와 투옥을 들먹거리며 협박조로 나오네요. 그러자 평소 빈틈없는 무어인이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어요.

 

“진정하십시오. 현명하신 재판관 나리. 우리 모두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느라 이 행운을 놓쳐선 안됩니다. 우리들 말고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비밀을 지킵시다. 그 동굴 안에 우리 모두 부자가 될만한 보화가 충분히 남아 있습죠.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약속만 해주신다면 그 문은 열릴 것이오, 아니면 그 동굴은 영원히 닫혀 있게 됩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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