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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하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

 

요즘 ‘꼰대’들의 음악으로 여기던 트로트가 젊은 세대들의 관심까지 얻는 것 같다. 지난 설날 연휴 고국 방송을 보다 보니, 트로트 프로그램이 많아져 놀랬다. 각 방송사마다 뉴트로(New-Tro) 예능 프로를 경쟁하듯 만들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데, 이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음악 시장이 형성되는 듯하다.

 

 

 


 
트로트(Trot)가 일본의 엔카풍에서 우리의 노래로 정착하기까지 이난영, 이미자, 배호, 나훈아, 남진, 주현미 같은 가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트로트는 어느덧 ‘올드 패션’의 노래를 칭하는 용어가 되고 트로트 가수들은 TV에서 볼 수 없어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미스트롯>이라는 종편 프로그램에 송가인이라는 쌉쌀한 여가수가 나타나며 트로트가 다시 돌풍을 일으킨다. 이 현상은 서태지 이후, 아이돌 그룹에게 빼앗겨 버린 ‘음악 방송’을 되찾으려는 중장년 층의 ‘이유 있는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돌에게만 있었던 팬 클럽이 송가인에게도 생기는데, 열성 팬 카페 ‘어게인(Again)의 회원은 4만5천명에 달한다. 놀랍게도 적극적인 활동의 중심에 50~60대의 중년들이 자리잡고 있다. 청소년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듯, 송가인은 흥행의 대박을 주도하는 대형 스타로 떠오르며 <미스 트롯>에서 <미스터 트롯>으로 이어지는 트로트 전성시대를 만들고 있다. 


송가인은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했다. 아버지 송순단은 진도 씻김굿 전수 교육 조교였기에 자연스레 판소리를 익히게 된다. 목포 명창 박금희에게 판소리 <수궁가>와 <춘향가>를 배운 송가인은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에서도 전통 국악을 공부한다.


대중들이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건 7년간의 무명 생활을 거치면서 차곡차곡 쌓은 실력과 혹독한 연습이 결실을 보게 됐다는 데 있다. 송가인이 부르는 트로트에서 옛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찾고, 가슴에 담아놨던 희로애락의 감정을 끄집어 내는 듯하다. 중장년 층들은 지치고 힘든 세상을 그녀의 소리로 위로 받고 싶어 한다. 


송가인의 노래에는 판소리가 녹아 있다. 판소리는 조선 중기까지 만해도 서민들을 위한 판놀음 가운데의 한 장르였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구성되었기에 그 소리 들으며 힐링과 희망을 찾고자 하는 것은 지금의 서민이 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트로트와 판소리는 민초들에게 더 사랑받는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에 대한 갈증이 요즘 뉴트로(New-Tro)에 빠져드는 이유인데, 송가인 트로트가 그 뉴트로의 문을 활짝 열었다. 또한 트로트에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발라드, 성악, 비트박스, 락 등의 다양한 장르가 조화될 수 있기에 융화된 뉴트로를 청년 세대와 중-장년 층이 함께 즐기기를 기대한다. 


  

 


출연료 대신 농산물도 받던 송가인이 이난영, 이미자, 하춘화, 주현미, 장윤정, 홍진영으로 이어진 여성 트로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벌써부터 청년 세대들까지 아우르는 송가인의 판소리가 곁들어진 트로트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곳 토론토도 트로트 세대들이 이민와 이룬 곳이지만, 트로트 만큼이나 2세대와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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