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 다시 다가온 계절 고길자(문인협회) 미디어1 ([email protected]) Mar 26 2026 11:55 AM 수필이 있는 뜨락(30) 여성의 활동이 흔치 않던 시절에 나의 어머니는 자신의 일과 함께 그 분야의 학원을 운영했던 현대 여성이었다. 어머니가 늘 바쁘다보니 집안 살림은 가사도우미에게 의존해야 했고 육아는 외할머니의 몫이었다고 한다. 5남매 중 첫째 아이로 태어난 나는 거의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고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며 따랐다고 한다. 잠시도 할머니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했던 나는 6.25 사변 때 피난 지였던 외갓집에서 아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나의 유년을 품어준 곳은 호두과자로 유명한 충청남도 천안에서 40 리를 더 들어간 산골 “광덕”이란 곳이었다. 조선시대 임금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광덕사”라는 절의 아랫동네였다. 광덕사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천년 고찰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다수의 유형문화재가 보전되어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또한 우리고장 특산물인 호두를 국내 최초로 재배한 곳으로도 알려졌다. 고려시대에 중국 원 나라에서 가져온 이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나라의 보호를 받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광덕 계곡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절 아래 마을로 끝없이 펼쳐졌던 대나무 숲은 “댓거리”라는 마을 이름을 탄생시켰고 그곳이 바로 내가 자란 외갓집 동네였다. 우리는 멀리 있어 그리워하는 말로 고향을 이야기한다. 아득히 먼 시간을 건너온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늘 애틋하고 소중하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지난날의 흔적과 세월의 향기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구김 없이 뛰놀던 그때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지만 따스한 햇살 같은 그때의 추억은 내 기억 속에서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시간을 건너 다시 옛 계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든다. 그 시절의 사계절은 오늘날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계절마다 지닌 냄새와 빛깔 그리고 사람들이 주고받던 정은 지금까지도 잊혀 지지 않고 내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봄이면 앞산 뒷산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꽃 내음이 바람결에 실려 오고 들과 산에 파릇파릇 돋아난 봄나물은 겨우내 허술했던 밥상 위에 올라온 첫 희망 같은 것이었다. 봄 도랑둑의 햇쑥을 뜯어다 쌀가루 대신 밀가루를 묻혀 쪄낸 쑥버무리는 이웃과 나눠먹던 더없이 맛있는 간식이었다. 집집마다 장독대에 올려 진 커다란 채반 위에서 삶은 고사리나 취나물 같은 산나물이 마르면서 뿜어내던 독특한 냄새는 자연이 지닌 오묘한 향기였다. 여름이 되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가까운 이웃과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찐 감자나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밤하늘의 별과 함께 풀벌레 소리를 듣던 장면들이 흑백사진처럼 나의 머릿속에 알뜰하게 저장되어 있다. 모기를 쫓기 위하여 마른 쑥을 태우던 알싸한 냄새 속에서 할머니의 부채바람에 더위를 잊고, 어른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었던 달콤한 순간들이 너무도 그립다 . 가을이 오면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바람이 불면 벼이삭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벼이삭이 여물어서 무거운 고개를 숙이면 동네사람들이 서로 품을 나누어 추수를 하였다. 감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감이 붉게 익어가고 앞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가 말라가는 동안 저녁밥을 짓는 장작불 냄새가 구수하게 피어올랐다. 그때 사람들은 갓 수확한 햅쌀밥 한 그릇에 고단함을 잊고 행복해 하였다. 한겨울 초가지붕에 소복이 내린 흰 눈은 하늘이 덮어준 솜이불 같았고 굴뚝에서 퍼지는 연기는 아궁이 속의 고구마 냄새를 품었다. 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차가운 달빛 아래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도 방안은 가족들의 따뜻한 숨결과 온기로 포근하였다. 등잔불 아래에서 할머니는 바느질을 하셨고 할아버지는 밥상 위에 책을 펴고 공부하던 나에게 화롯불에 밤을 구워 주셨다,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간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의 일상은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모자람 속에서도 족함을 아는 자족의 삶을 살고 있었다.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찾고 서로를 아끼며 배려하는 인정이 넘쳐나던 그시절을 돌아보면서 맑은 가난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 나는 지금 시간을 건너 다시 다가온 계절과 함께 돌아가신 부모님들과 고향 산천을 뜨거운 가슴으로 회상하며 지난날들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있다. 한없이 순수하고 정겨웠던 아 옛날이여! 출처 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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