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영웅'의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
(지난 호에 이어)
정의를 지향하여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윌 케인에 반해 소시민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퀘이커 교도인 에이미. 서로는 갈등 관계에 놓이며 이들의 대립과 갈등이 심리적인 스릴러로 작용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긴장감은 점증되며 관객도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심리적 압박감을 받게 되지만,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우선한다.
'하이 눈'은 마을 사람들을 짓누르는 두려움의 분위기와 그들의 암묵적인 비겁함은 당시의 해들리빌 마을을 초월하여 오늘날 어느 사회에도 존재하는 일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야 할 일'을 하려는 '행동하는 양심'의 전형인 '하이 눈'은 결코 자신감 넘치고 멋있는 영웅이 아닌 극히 인간적인 '보통 영웅'을 창조하였다.
따라서 미 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등기소 설립 첫 해인 1989년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영화로 선정되었고,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보기를 권장했던 영화로 기록되었다.
'하이 눈'은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1929~1982)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다. 이듬해 1953년 존 포드 감독의 '모감보'에 출연한 뒤부터 그녀는 본격적인 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1954년에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 발탁되어 '다이얼 M을 돌려라'와 '이창(裏窓)' 등 2편에 출연하고, 빙 크로스비와 공연한 'The Country Girl'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이듬해 케리 그랜트와 공연한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1955)'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와 공연하고 루이 암스트롱이 출연한 '상류 사회(1956)'를 마지막으로 나이 26세 때 모나코의 레니에 3세 대공(大公)과 결혼하여 대공비가 된다. 그녀는 모나코 공녀 카롤린과 알베르 대공, 그리고 스테파니 공주를 낳았다.
그러나 꿈을 이룬 신데렐라를 운명의 여신이 질투해서인가? 1982년 9월14일 그녀는 자동차를 운전하던 도중 갑작스런 발작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53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딸 스테파니 공주는 살아남았다.
케이티 후라도(Katy Jurado, 1924~2002)는 '하이 눈'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첫 번째 멕시코 출신 배우이다. 그녀는 71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스펜서 트레이시, 로버트 와그너, 리처드 위드마크 등과 공연한 '부러진 창(Broken Lance•1954)'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말론 브랜도 감독•주연의 '애꾸눈 잭(One-Eyed Jacks•1961)'에서 칼 말덴의 아내 마리아 역으로도 출연했다.
프레드 진네만(Fred Zinnemann, 1907~1997) 감독은 몽고메리 클리프트, 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커 주연의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70mm 대형 스크린의 효시인 '오클라호마!(1955)',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노인과 바다(1958)', 오드리 헵번 주연의 '파계(破戒•1959)'를 비롯하여 '사계절의 사나이(1966)' '자칼의 음모(1973)' '줄리아(1977)' 등의 숱한 명작을 남긴 거장이다.
그는 65편을 오스카상 후보에 올려 본인은 물론 연기자에게 24개의 상을 안겨준 '스타 제조기'라는 관록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계 유대인이다.
진네만 감독은 영국 런던에서 심장마비로 1997년 3월에 90세로 사망했는데 그의 부인도 같은 해 12월에 사망했다.
게리 쿠퍼(Gary Cooper, 1901~1961)는 장신(長身) 미남배우로 수줍어하는 동작이 지니는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마카로니 웨스턴'과는 달리 인간미를 풍기는 서부영화의 대명사가 되었고, 또한 '마천루(摩天樓•The Fountainhead•1949)',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원작의 '무기여 잘 있거라(1932)'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그리고 '우정있는 설복(1956)'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기도 했다. [註: '무기여 잘 있거라'는 1957년 찰스 비더(Charles Vidor, 1900~1959) 감독에 의해 제니퍼 존스, 록 허드슨 주연의 딜럭스 컬러 시네마스코프로 리메이크 되었으나 작품성은 1932년 흑백판보다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우정어린 설복'에서는 '하이 눈'과 반대로 게리 쿠퍼가 퀘이커 교도인 제스 버드웰 역을 연기했다.]
'하이 눈'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디미트리 티옴킨(Dimitri Tiomkin. 1894~1979)은 서부 영화 음악을 잘 만들기로 소문난 러시아 이민자 출신이다. 그가 만든 주제곡들은 '비상 착륙(The High And The Mighty•1954)‘ '우정어린 설복' '자이언트(1956)' ‘O.K.목장의 결투(1957)‘ ‘로하이드(1959)‘ ‘리오 브라보(1959)’ '알라모(1960)' 등 셀 수 없이 많다.
리 반 클리프(Clarence Leroy "Lee" Van Cleef, Jr., 1925~1989)는 뉴저지 출신 미국 배우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에 복무한 후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으나, 188㎝의 훤칠한 키에 실눈과 매부리코 그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 덕분(?)에 존 스터지스 감독의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1957)'에서 에드 베일리 역, 존 포드 감독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에서 악당 리 마빈의 부하 역 등 주로 악역에 출연하였다. 그러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속 황야의 무법자(1965)' '석양의 무법자(1966)'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했지 싶다. 그는 심장마비로 64세로 죽기까지 90편의 영화와 109편의 TV극에 출연하였다.
이안 맥도널드(Ian MacDonald, 1914~1978)는 '쟈니 기타(1954)' '아파치(1954)' 등의 서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 배우이다.
군더더기: 제작자 스탠리 크레이머가 윌 케인 역으로 맨 처음에 그레고리 펙을 지목했으나, 그가 주연했던 '건파이터(1950)'와 비슷한 역이라 거절했는데, 펙은 나중에 그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였다고 술회했다. (끝)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5월 25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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