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아마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의 근원은 사랑이며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생명체도 존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이 없는 인간사회란 상상할 수가 없다.
인류의 영원한 스승인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오면서 한순간도 사랑에 빠져 있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 연인을 향한 사랑 에로스(Eros), 가족에 대한 사랑 스토르게(Storge), 이방인을 배려하는 사랑 크세니아(Xenia), 친구간의 사랑 필리아(Philia), 인류를 품는 무조건적 사랑 아가페(Agape)…
0…이 중 나는 두 사랑에 주목한다. 스토르게와 아가페 사랑이 그것이다.
스토르게는 인간의 본능인 가족간의 사랑이다. 따뜻함과 다정함, 호의가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사랑. 이는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타난다. 우선적으로는 직계가족 관계에서 나타나지만 같은 부족 내에서 혹은 같은 임무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고결한 스토르게는 인류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에서부터 비롯된다.
아가페는 가장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사랑이다.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자기희생적이고 무조건적 사랑으로, 아가페를 실천한다는 것은 진정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가페는 사랑을 베푼 대상이 자신에게 보답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아가페가 충만한 사랑은 아무 대가 없이 주고, 무조건 사랑하며, 보상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으나 자신이 준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 경우도 많다.
0… 사랑을 표현할 때 보통 하트(heart) 모양을 사용한다. 하트는 빨간 심장의 이미지이다. 하트를 통해 상징되는 사랑의 의미는 뜨거운 감정이자 설레는 마음이다. 즉 하트는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사랑에 대한 이 같은 통념에 반기를 든 학자가 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결단이라고 이야기한 에리히 프롬이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프롬은 저 유명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그에게 사랑이란 뜨겁고 설레는 감정적 경험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하는 훈련의 영역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 문제보다 ‘받는’ 문제로만 생각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보다 상대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데 집중한다. 프롬은 이에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며 사랑의 ‘대상’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고 감정은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고 설파한다.
프롬은 말한다. “사랑처럼 큰 희망과 기대 속에 시작됐다가 실패로 끝나고 마는 사업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노력과 훈련 없이 그저 희망과 기대만 갖고 뛰어드는 사랑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0…기다리던 큰딸이 마침내 출산을 했다. 내가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솔직히 무척 반갑고 기뻤다. 애당초 성별(性別)은 관심이 없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지금도 아들타령을 하는 사람이 있나 본데 두 딸을 둔 나는 그런 건 초월한 지 오래다.
아무튼 내 팔 길이만한 핏덩이를 안아보니 가슴이 뛰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생명의 신비여. 그 작은 신체에 있을 건 다 달려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 손가락 발가락 열개씩, 새까만 머리숱… 직계 손자는 아니지만 아무리 바라보아도 신기하기만 하고 시간 가는줄 모르겠다.
예로부터 ‘내리사랑’이라 했다.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내 자식보다 손주 사랑은 더 각별한 것 같다. 그것은 자식을 낳을 때는 한창 정신없이 일할 때여서 온전히 기뻐하거나 정을 쏟을 여유가 없었으나 손주를 볼 때 쯤이면 여러 면에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겨 더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 손주들은 아무래도 내 자식들보다는 살아서 오래 얼굴 볼 시간이 적기에 애틋한 마음이 들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막내자식에게 더 정이 쏠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지.
0…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단어. 사랑이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하지만 프롬의 말대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손자가 사랑스럽다고 무조건 받들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이 험한 세상 풍파 잘 헤쳐나가도록 강하게 훈련을 시킬 것인가.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전혀 없다. 아버지마저 어릴 때 여의었는데 할아버지는 더더욱 기억 같은게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냥 예뻐하기만 하면 되나. 아니면 엄할 때는 엄하게 훈육시켜야 하나…
어쨌거나 손자에게 이 외할아버지는 인자하고 때론 근엄했던 인물로 기억되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항해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고요한 바다는 안전하고 편한 항해를 하게 하는 반면, 거친 바람과 높은 파도는 위기대처 능력을 가진 훌륭한 항해사를 키워내게 된다.
손자가 이름(지용-志?) 그대로 의지가 뛰어난 인물로 잘 자라주길 기대하는 한편, 할아버지로서 나의 사랑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생각해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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