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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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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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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

 

Editor’s Note

 

-더러운 진흙에서 자라지만

-청초롭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 ‘그 꽃’ 전문)

한국에서 잘 나가던 중견 정치인이 선거에 낙선하고 난 뒤 등산으로 울분을 달래던 어느날 나와 대폿집에 마주 앉아 들려준 시다.

그는 말했다. “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없이 바쁘게 생활할 땐 오로지 목표만 보였을 뿐 주위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갖게 되니 안 보이던 일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끔은 하산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0…17자의 짧은 위 시 구절에 인생의 많은 의미가 함축돼있다.

사람은 앞만 보고 달리거나 인생에서 한창 오르막일 때는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한다. 산이 아름다운 줄도, 곁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정상에서 내려와 비로소 한숨 돌리고 나면 안 보이던 상황도 보이는 것이다.

 

0…올해 91세가 되는 고은 시인.

그의 1980년대 저항시들이 투쟁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시적 품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랫동안 선시(禪詩)같은 서정시를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고한 시인이 수년전 전세계를 강타한 ‘미투(#MeToo) 열풍에 휩쓸려 한순간에 모든 영예와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0…사람이 정상에 서면 주변의 모든 것이 만만하고 하찮게 보이는가 싶다. 고은 시인이 그대로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다.

어쨌든 그의 시 작품만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용되고 있다. 

 

0…검사 이성윤. 그도 한때는 잘 나가던 대한민국 최고위급 검찰 간부였다. 요즘 이 사람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음에도 평생 몸담았던 검찰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매우 서정적인 책을 썼다. 이름 하여 ‘꽃은 무죄다’.

0…스스로를 ‘꽃개’라 자처하는 전 서울고검장 이성윤의 ‘꽃 이야기’. 들판의 야생화들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꽃을 통해 살피게 된 세상사를 담담히 서술했다.

그런데 꽃과 야생화들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 놀랍다. 각각의 학명(學名)에서부터 서식처와 계절, 고유의 생태습관 등 전문 생물학자 못지 않다.

 

0…검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엄청 바빴을텐데 언제 이런 자연 공부를 했을까. 이는 꽃에 관심 많은 아내와 함께 온천지를 헤집고 다니며 발굴해낸 그의 고유 역작이다.  

외지고 비탈진 구석에 주로 사는 야생화를 찾아 꼼꼼히 관찰한 성정(性情)이 참 섬세하다.   

0…그가 언급한 식물들은 생소하면서도 다정스럽다.

양지꽃, 개망초, 금강초롱꽃,  큰구슬붕이, 강아지풀, 꽃마리, 병아리풀, 인동덩굴꽃, 구절초, 물봉선, 엘레지, 영춘화, 낙우송, 히어리, 노루귀, 처녀치마, 금잔옥대(수선화)…

 

0…문장력과 묘사력 역시 어느 전문작가 못지않게 유려하면서도 읽는데 편안하다. 아내가 그린 그림, 본인이 찍은 사진, 모두모두 깔끔하다. 아주 준수하다.

미물인 꽃 한 송이로도 충분히 세상을 볼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0…그는 ‘닭의장풀’을 보며 하늘의 별이 된 어머니를 떠올린다. 팽나무를 보며 팽목항의 비극과 악몽이 떠올라 가지마다 주렁주렁 걸린 아픔에 짓눌린다.

더러운 진흙에서도 고운 존재로 피어나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상징인 연꽃을 그는 사랑한다.

 

0…’노랑망태버섯’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버섯을 보고 그는 이렇게 썼다.

“겉은 화려하지만 어떤 것도 포용할 수 없고 내용물도 없으며 세상 누구도, 심지어 자신조차 품을 수 없는 그 텅 빈 화려함…”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내실은 없어 일시에 쓰러져 녹아내리는 그런 세태를 일갈한 것이다. 

 

0…자신이 책임자로 재직했던 서울중앙지검에 출두당하는 모욕을 겪으면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역천(逆天)의 무도(無道)함을 허용 않겠다는 믿음의 뿌리는 바로 야생화에 있다.

오염된 세상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만 하는 사람은 지은이가 보기에 속이 텅 비어 실속이 없는 꽃 ‘박새’와 다르지 않다.

권력에 취한 자와 그 하수인의 성정을 하나로 뭉쳐 놓은 듯한 독초 박새를 보며 ‘꽃개’는 화(火) 내지 않는다. 대신 화(花) 낼 태세를 가다듬는다.

 

0…담쟁이가 그에게 속삭이는 평화의 언어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벽에 붙어 힘겹게 살지만 너도 힘을 냈으면 해. 세상은 더디 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처럼 조금씩 나아가는 거야.”

비록 몸이 통째로 뜯겨 나갔어도 삶의 흔적을 남기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담쟁이와 줄기가 꺾여도 기어이 꽃을 피우는 개망초처럼 순리를 따르는 평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0…‘심어진 곳에서 꽃 피우라(bloom where you are planted)’는 좌우명으로 그는 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가 만약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승승장구했더라면 이런 소중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주옥같은 명저(名著)들이 대부분 유배지에서 탄생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0…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의 짧은 주례사는 “너를 보니 네 아버지 생각이 난다. 잘 살아라” 였다고 한다.

자주 주례를 섰던 저자는 이를 원용(援用)해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살아보라”고 했다.

‘꽃은 평화이고 소통이며 순리이자 희망이다. 그러기에 꽃은 언제나 무죄(innocent)다.’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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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아침형 인간

Editor’s Note

 

-어느새 다시 서머타임 시즌       

-생체조절 잘해서 건강한 삶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이 시조에는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늦잠에 빠져있는 게으른 머슴의 모습이 목가적(牧歌的)으로 잘 그려져 있다.

 

 

0…예전 농경시대 사람들은 하루종일 논밭에 나가 일하다 저녁 때 집에 돌아오면 밥숟가락 놓기가 바쁘게 곤한 잠에 빠졌다.

그 시대엔 달리 오락거리도 없었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을 터이기도 하다.

지금도 대체로 시골 출신들이 초저녁 잠이 많은 것은 아마도 자라온 집안의 내력과 생활습관 영향이 큰 때문일 것이다.

 

0…나는 충청도 시골 출신에다 나이까지 들어가는 탓인지 초저녁 잠이 무척 많다.

아내나 딸아이들은 보통 밤 12시~1시경에 잠자리에 들지만 나는 영화 한편을 다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일찌감치 머리를 꾸벅댄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는 “재미없는 시골 출신”이라며 투덜대기도 한다.

 예전엔 초저녁 잠이 많으면 잘 산다고 했다. 그것은 낮에 부지런히 일을 하기에 저녁엔 무척 고단하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얘기를 하면 꼰대같은 소리라고 핀잔이나 듣기 쉽다. 

 

0…나는 저녁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는 덕분에 아침엔 일찍 일어난다. 가끔 전날 술자리 때문에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아침엔 꼭 일찍 일어난다.

 이 때문에 직장에 지각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알람시계를 맞춰놓을 것도 없이 새벽에 눈을 뜨면 정확히 5시50분 경이다.

 이래서 나는 직장이든 어떤 약속이든 지각하거나 늦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게을러 보이고 그래서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다.

 

0…머리 회전도 아침에 훨씬 잘 돌아간다. 저녁엔 그저 나른하게 졸리워서 기억력도 현격히 떨어지거니와 아무 생각도 하기가 싫다.

 그래서 골치 아픈 일이나 꼭 기억해내야 할 일들은 다음날 아침에 생각하면 대개는 쏙쏙 떠오른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할 정도다.

 골프도 오전에 치면 점수가 훨씬 잘 나온다. 그래서 누가 오후에 골프를 치자고 하면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morning person)인 것이다.  

 

0…예전부터 아침형 인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말이 더 많다. 서양에도 여러 격언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겐 건강, 부귀, 지혜가 따른다’(Early to Bed and Early to Rise Makes a Man Healthy, Wealthy, and Wise).

 수년 전 토론토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lark)족’은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는 ‘올빼미(owl)족’보다 전반적으로 행복도가 높았다.

 올빼미형 인간은 늦은 저녁까지의 활동으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만 종달새족은 일찍 일어나 여유로운 시간으로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성을 갖게 되고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0…아침형 인간은 대체로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나 절제도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성공한 사람 중에는 대체로 아침형 인간이 많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의 금언(金言)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인간은 해가 뜨면 일어나 활동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한다.

 

 0…일본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을 경영하는 사람이 인생을 경영한다. 아침형 인간의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죽도록 싫은가? 매일 반복되는 출근 전쟁에서 탈출하고 싶은가? 하루가 한없이 길고 고된가? 직장생활이 두려움의 연속인가? 밤이면 내일 또다시 출근할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는가? 그렇다면 그 모든 고민을 한방에 날려 버릴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하라. 내일 아침부터 딱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라. 30분 일찍 일어나 당신의 아침, 당신의 하루, 나아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하는 첫날의 감동을 맛보라.”

 

0…지난 일요일부터 캐나다에서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서머타임)가 시작됐다.

 이에 아침잠이 많은 분들이 적응하려면 고생 좀 할 것이다. 한시간을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0…서머타임은 1905년 미국의 한 건설업자에 의해 제안돼 1차대전을 거쳐 유럽에서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효율성을 놓고 찬반의견이 엇갈려 시행과 폐지를 반복하다 2007년부터 본격 실시됐다.

그러나 주(州)에 따라서는 이를 시행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미국 하와이, 아리조나, 캐나다 사스캐처완 등).

0…서머타임은 낮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 일년에 두 차례씩 시계를 인위적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불편함과 아울러 사람의 생체리듬에도 이롭지 않으니 이를 폐지 또는 영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온타리오주 의회는 수년 전 서머타임을 영구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것이 시행되려면 같은 시간대인 퀘벡주와 뉴욕주 등이 동의해야 한다.

 아무튼 새로 시작되는 시간에 잘 적응해 영육간에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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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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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풀잎의 지혜

Editor’s Note
-대세에 순응하는 들풀처럼
-자기중심 지키되 모나지 않게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시  '풀')

 

 풀은 어디에나 흔한 미물(微物)이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짓밟고 뽑아내도 자꾸자꾸 돋아난다. 
0…풀은 비를 만나면 비를 맞고 눈보라가 치면 눈보라를 맞는다. 한 계절에는 푸르고 무성하지만 다른 계절엔 늙고 병든 어머니처럼 야위어서 메마른 빛깔이다. 
 하지만 고난 속에서도 풀은 비명이 없다. 바깥에서 오는 것을 긍정한다. 그러기에 오래 살아남는다. 이래서 이어령 교수는 순응하듯 저항하는 ‘풀들의 혁명'이라 했다. 
 아무리 짓밟아도 끝내 일어서고야 만다. 그래서 민초(民草)라 했다.  

 

 

0…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할 때 직속 부장으로 근무하던 선배가 있었다. 
초급기자 시절, 매사 의욕에 불타던 시각으로 볼 때 그 선배는 식견이나 사려분별도 그렇고 사건사고에 대한 핵심 파악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결코 능력이 뛰어난 언론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기인사 때 보면 그는 언제나 주요 보직을 맡고 승진도 동기생 중 제일 빨랐다. 그런 날이면 우리 부서원들은 예외 없이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가 있었다. 그의 출세비결은 바로 ‘손바닥 비비기’에 있다고. 
 그에겐 손금이 없을 거라고 우린 분기탱천해 떠들었다.   


0…그랬다. 그 선배는 업무능력은 자기 동기들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처세술 하나만은 기가 막혔다. 회사 윗분들이 지시를 하면 군말없이 즉각 그대로 시행에 옮겼다. 
그것이 불합리한 지시임이 분명한데도 일체 토를 달지 않고 오로지 “네, 알겠습니다”였다. 이민 와서 나중에 알아보니 그는 결국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0…이런 사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무수행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윗사람들과 잘 지내고 그래서 승진도 빠른 케이스를 많이 보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세상이 반드시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직장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상사와 동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0…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자기 측근을 중책에 기용한다고 언론에서 난리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다분히 위선적이고 고답(高踏)적이다. 
 생각해보자. 대권의 비전과 이상을 펼치려는데 그 철학을 이해하고 함께 따라줄 사람이 필요하지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워 사사건건 입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박정희는 왜 이후락과 차지철을, 전두환은 왜 장세동을, 노태우는 왜 박철언을, 김영삼은 왜 최형우와 김동영을, 김대중은 왜 한화갑과 권노갑을, 노무현은 왜 문재인을, 이명박은 왜 최시중을, 박근혜는 왜 유영하를 지근거리에 두고 챙겼겠는가. 
 누가 뭐래도 그들이야말로 나를 이해해주고 평생토록 절대 배신할 것 같지 않은 ‘내 사람’이기 때문이다.

 

0…측근 기용 문제는 언론에서 비판하기 좋은 고리타분한 소재일 뿐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인재라도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함께 일하기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똑똑한 부하보다는 편안한 충신을 더 선호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능력은 다소 떨어져도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충성스런(loyal) 부하를 더 선호하는 법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세상의 불문율이다.   
0…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잘 말해주는 고사(古事)가 있다. 
 중국 초한시대,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명장 한신(韓信)은 어릴 적 동네 불량배들이 길을 막고 가랑이 밑을 기어가라고 하자 그대로 했다. 
 그것은 사소한 일로 다툼으로써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일시적 굴욕감을 참고 앞날의 큰 꿈을 이루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그리 했던 것이다. 

 

0…병법(兵法)에서 최고의 전략으로 꼽는 것은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일단 싸움을 벌이면 이긴 쪽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큰 뜻을 위해서는 일단 몸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생존술의 기본이다. 눈이 내린 빙판길도 허리를 굽혀 지나가면 넘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가다간 넘어지기 십상이다. 
 세상사 이치가 이와 같다.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새겨두어야 할 처세술, 그건 바로 풀잎이 되는 것이다. 

 

0…영어에 Don't sweat the small stuff란 말이 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는 뜻이다. 대의를 지키기 위해 웬만한 일은 그냥 넘어가고 큰 그림(big picture)을 보라는 것이다. 
 아무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극한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순간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면 추후 모든 그림이 망가지고 만다.     
 세파에 휘말려 일시적으로 고개를 숙일지라도 자기중심이 뚜렷하고 속마음이 단단하면 반드시 재기한다. 

 

0…바람이 불면 잠시 누웠다가 바람이 그치면 금방 다시 일어나는 풀잎의 지혜를 되새기자. 이민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생존의 이치도 바로 이런 것 아닐는지. 
 예전의 그 신문사 선배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그라고 왜 생각이 없었겠나.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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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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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적당히 거리 두며 살기

 

Editor’s Note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지혜 

 

 

 우리 (큰)사돈댁은 홍콩 출신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와 말이 매끄럽게 잘 통하는 편은 아니다. 
 두 분이 모두 어느정도 영어를 하긴 하지만 우리와 속내까지 털어놓을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와 영어로 대화할 때는 대충 몸짓 눈짓으로 의사를 주고 받는 식이다.
 외식(外食)에 익숙한 사돈댁은 우리를 종종 중국식당에 초대하는데, 식당에선 주로 바깥사돈이 메뉴를 정하고 우리는 그냥 지켜보고 있으면 알아서 맛있는 종류를 시켜준다. 
 우리 입맛을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모두가 만족스럽다. 

 

0…외국 사돈댁을 보면서 우리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즉,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 새삼 감사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람들끼리는 얼굴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훤히 알지만 이 분들은 그렇지가 않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웃으면 그냥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섬세한 감정까지는 모르겠으되 적당히 모른체 하니 오히려 좋다. 이래서 사돈댁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0…사돈이 같은 한국사람이었더라도 그랬을까. 아마 결혼식 절차와 신혼집을 정하는 문제 등에서부터 사돈끼리 다소간 실랑이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한국의 누구네는 결혼을 앞두고 혼수(婚需)와 신혼집 문제로 사돈 간에 티격대다 결혼식 직전에 혼사 자체가 깨져버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참 다행이다. 
 딸과 사위는 오래 사귄 끝에 결혼을 했기에 시부모님과도 친근하고 사이가 좋다. 그런데 이런 원만한 관계도 외국 시부모들이기에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언어과 관습 등의 차이에서 적당히 거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0…이처럼 인간관계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을 때 원만히,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다소 생뚱맞은 말이지만, 나는 친밀한 사이라도 해외여행, 특히 옵션 투어는 가능한 함께 가지 말라고 권한다. 
 평소엔 잘 모르던 서로의 습성이 여러날을 함께 지내면서 속속들이 나타나 실망하는가 하면, 취향도 서로 달라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0…수년 전 우리 가족이 한국에 나갔을 때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이민 오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에 살았더라도 이렇게 서로가 반가워하고 애틋해 했을까. 아마 가까이 살았더라면 가끔은 토닥대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어쩌다 한번씩 보니 반갑고 살가운 것이 아닐까.
 촌수(寸數)가 없다는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살뜰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도 서로를 너무 가까이 훤히 알다보면 상대방의 허물이 눈에 띄고 그러다보면 가끔은 티격대는 일도 생기는 법이다. 
 남편이 어디 출장이라도 갔다 돌아오면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도 가끔은 서로 떨어져 쉬는 시간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0…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 가운데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 Dilemma)' 라는 것이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고슴도치들은 날이 추워지면 추위를 막기 위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 깜짝 놀라며 황급히 멀리 떨어진다. 
 그러다 곧 추위를 느끼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지만 이내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픔을 피하려 다시금 멀어진다.
 그들은 추위와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 마침내 서로 적절한 거리를 찾게 된다. 즉,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가장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상처입지 않을만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해한다.
 이 이야기는 모든 관계에 있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동물의 세계가 그러하거늘 만물의 영장인 인간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0…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가 좋다’는 말이 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 등에서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이가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이’라는 것은 한자로 ‘간(間)’이다. 그러니까 사이가 좋다는 것은, 서로가 빈틈 없이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만한 인간관계의 비결은 바로 이 ‘사이’에 있다. 

 

0…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관계가 오래,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너무 가까이 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 하지도 마라’는 말을 철칙으로 삼을 때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아름다웠던 것이 너무 가까이서 보니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던가?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란 옛노래도 있듯이 차라리 그리워하면서 (떨어져) 지내는 것이 아름다운 정을 오래 간직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0…자고로 인간관계는 난로불 대하듯 할 일이다. 너무 다가가면 뜨거워 데이고 너무 떨어지면 추워진다. 
 “오냐 오냐 하면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른다는 점에서 인간은 모두 어린아이와 같다. 따라서 타인에 대해 너무 관대해도, 너무 부드러워서도 안 된다.” (쇼펜하우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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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의사, 변호사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위는 의학도들이 의사로서 첫걸음을 내디딜 때 외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의 일부다.

무엇보다 의사는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사회에 봉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로부터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 함은 이런 연유에서다.

0…의사들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이다.

그들에게 이런 심성이 없다면 수술대에 오른 인체를 마치 나무토막 다루듯 할 것이다.

돈은 그 다음이다. 자기 몸을 고쳐주면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보답을 하려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갖다 바치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다.

의사가 예전부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이래서다.    

의사들이 평생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의 정신만 간직한다면 세상은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0…그런데 지금 한국의 의료계 현실을 보면 안타깝고 참담하기 그지 없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며 ‘뺑뺑이’를 돌고 있는데, 현직 의사들은 그 수가 충분하다며 의대 증원에 죽기살기로 반대하고 있다. 

그 명분이 가관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들만이 최고의 두뇌를 갖고 최고의 의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머리는 2류로서 이런 사람들이 의대에 진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서천의 소가 웃을 일이다.   

0…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공공의료 시스템인 탓에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정부의 재량이며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들이 앞장서 의사 증원을 결사반대하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제발 정부 차원에서 의료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 모두 마찬가지다.

의사단체의 결사 반대로 18년째 의대 정원을 단 한명도 늘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너무도 대비된다.

0…의사가 절대 부족한 것은 국제적으로 비교한 수치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2명으로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이런데도 한국의 현직 의사들은 지금도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그들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결사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뻔하다.

의사가 적을수록 현재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0…환자의 아픈 몸을 보듬고 싸매줘야 할 의사들이 병상을 걷어차고 나와 머리띠를 둘러맨 채 증원 결사반대를 외치는 모습은 국민들의 혀를 차게 한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환자를 자기 몸처럼 최선을 다해 돌볼 수 있을까.

사람의 몸에 칼을 대면서도 속으론 돈 계산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섬뜩한 일이다.

0…의사들은 인명사고를 내도 수개월의 면허 정지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곧바로 돈벌이에 나선다.          

기고만장한 특권의식과 이기주의에 찌든 사이비 의사들은 다음과 같은 성현의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진정한 의사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히포크라테스

"환자는 몸 안에 자연치유력이라는 의사를 갖고 있다. 환자의 내부에 존재하는 그 의사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의사가 수행해야 할 최상의 임무다." -알버트 슈바이처

0…의사와 함께 돈을 많이 버는 대표적인 직업이 변호사다.

하지만 변호사 역시 세인들의 존경과 손가락질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이중적인 직업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는 구세주일 수도 있지만 때론 돈만 밝히는 돈벌레란 욕을 먹을 수도 있다.

한국에선 판.검사를 하다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하면 일반서민들이 평생을 죽도록 일해도 상상도 못할 거액을 단 2, 3년 안에 벌어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람들 뇌리에 서민들을 위한 진실된 변호 의지가 있을 리 없다.   

0…돈벌레 변호사들에게 짧고 굵게 살다간 한 인권변호사의 인생역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길 권한다.

노무현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였던 조영래. 그도 여느 법조인처럼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합리한 사회 현실에 눈뜨면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자초했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길지 않은 생을 일관했다.

0…그의 마흔넷 인생 역정은 약하고 그늘진 인간에 대한 사랑,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는 현실을 온몸으로 보듬고 고민하며 살다 간 경전(經典)이었다.

조영래는 세속적 부귀영화가 최고의 가치기준인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올바른 삶인가를 가르쳐줬다.

0…의사와 변호사는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기본 소명이다.

아무리 부와 권력이 막강한 사람도 병상에 눕거나 법정에 서면 한없이 약해진다.

몸이 아픈 환자를 치유해주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0…이런 판에 인간사랑이니 정의니 외치는 것은 순진할지 모른다.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들부터 그 지독한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인간 본성으로 돌아와야 혼돈의 이 세상은 비로소 질서를 찾아갈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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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처음처럼

                      ▲신영복 교수의 글씨 ‘처음처럼’

 

 

Editor’s Note

 

-초심만 유지할 있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있으리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신영복 교수 ‘처음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처음처럼’이다.

 한국에서 같은 이름의 소주가 출시된게 2006년 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2016년 1월 작고)의 시 제목과 글씨가 소줏병의 로고로 사용됐다.

 

0…한국사회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분인 신 교수가 어떻게 술 이름에 자신의 글씨를 쓰도록 허용했는지 처음엔 의아했다.

 당시 소주회사 관계자도 "신 교수님이 존경받는 학자이신데, 과연 술 이름에 자신의 글을 사용하도록 허용할지 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런 제의를 들은 신 교수는 의외로 흔쾌히 '처음처럼'의 문구와 글씨체 사용을 허락했다. 그는 "서민들이 즐기는 대중주(大衆酒)에 내 글이 들어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허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마침내 신 교수의 '처음처럼'이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 속 새 그림과 함께 소줏병에 찍혀 세상에 나왔다.

 

0…신 교수는 저작권료도 받지 않았다. 소주회사(당시 두산)가 여러 차례 지불을 시도했으나 "나는 돈이 필요치 않다"며 사양했고 결국 회사는 저작권료 대신 신 교수가 몸 담고 있는 성공회대학교에 1억 원을 장학금 형식으로 기부했다.

 갓 출시된 소주 '처음처럼'의 인기는 돌풍을 일으켰고 그 덕에 이 소주는 시장점유율이 껑충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처럼이 이처럼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것은 글씨에 담긴 교수님의 깊은 가르침과 친근한 이미지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0…‘처음처럼’ 소주가 내 눈에 띈 것은 수년 전 토론토의 어느 한식당에서였다. 벽에 예쁜 여자탤런트 사진과 함께 붙어있는 글귀를 보니 무척 반가웠다.

나는 그 후로 소주를 시킬 때면 으레 ‘처음처럼’만 찾곤 했다. 지금도 이 글씨를 볼 때마다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다.

 

0…그러나 한국에서는 한때 이 글씨가 수난을 당한 적이 있다.

 한번은 어느 경찰서장이 신 교수의 서예작품 ‘처음처럼’을 서각(書刻, 글씨를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제작해 관할 파출소 등에 내걸 계획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 이 작품이 과거 시국사건에 관련된 인사의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초 그 서장은 "초심을 잃지 말고 경찰의 본분을 지키자"는 의미로 신 교수의 허락을 받아 작업을 추진했다.

 ‘처음처럼’ 제목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으로 시작되는 시 구절이 새겨졌으며 미술에 조예있는 한 경찰간부가 제작을 맡았다.

 

0…그러나 경찰은 내부검토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작품을 경찰관서에 게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계획을 취소했다. 신 교수는 이른바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형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 경력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과거 간첩사건 연루자가 썼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보수단체의 민원을 이유로 신 교수가 쓴 정문 현판을 교체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의 편협한 사고를 질타하는 비판여론이 이어졌다.

 

0…‘민체’ 또는 ‘유배체’로 불리는 개성 강한 서체인 ‘처음처럼’은 문장과 서예가 뛰어난 신 교수가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격조높은 서예작품마저 순수하게 받아들일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0…‘처음처럼’은 곧 초심(初心)을 유지하자는 다짐이다. 매사를 처음의 자세로 대하고 겸허하게 살아간다면 이 세상엔 욕심을 내거나 서로 다투고 미워할 일이 없을 것이다.

 부부가 처음 만나 맺은 사랑의 맹약을 잊지 않는다면 평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터이다. 새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첫 직장에 출근할 때의 철석같은 다짐과 각오만 끝까지 간직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0…친구와의 우정도 처음 만났을 때의 굳은 결의만 유지된다면 도중에 갈라서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맹약(盟約)과 배신이 수시로 반복되는 것은 처음의 다짐이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모든게 생각같지 않게 뒤틀려 보이는 것은 처음의 다짐과 각오를 잊은 채 너무 큰 기대치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0…이민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마음자세가 바로 이 ‘처음처럼’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험한 일이 닥치더라도 꿋꿋하게 견뎌낼 것이라며 이민봇짐을 쌀 때의 각오만 끝까지 간직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실망하거나 낙담할 일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처럼’의 자세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나만 해도 이민 초기의 소박했던 다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든 것이 성에 안차고 불만투성이다.

 웬만하면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아갈 법도 하건만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고 마음이 늘 허기져 있다.    

 

0…현실이 고달프다고 생각되면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결심으로 돌아가 ‘처음처럼’을 되새기자. 신영복 교수 말대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또 한해를 맞이한다. 매양 가고 오는 세월 속에 새해가 뭐 그리 대단하랴만 그래도 또 다시 다짐이란 것을 하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뜻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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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8
책을 치우며

 

Editor’s Note

-손때 묻은 소중한 물건들
-버려야 채워지는 세상 이치 
 

 

사람의 ‘직장 성격’엔 두가지 타입이 있다. 사무실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일을 하는 타입과 비품들을 어수선하게 너질러놓고 일하는 스타일.
 일반적으론, 누가 보아도 깔끔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정신집중도 잘되고 일에도 능률이 오를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매사에 반듯한 언행을 하는 예가 많다.           

0…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사무실의 너저분한 분위기가 실제로는 생각을 더 깊고 명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지아 리우 박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업무효율과 생산성 증가를 위해 깨끗한 사무실을 선호하지만 이는 지저분한 환경이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전통적 관습에 따른 것”이라며 “너저분한 환경과 마음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영국의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은 어수선한 책상으로 악명이 높았다. 

 

0…평생 기사 쓰는 일이 직업인 나는 예전부터 책상 위에 원고지가 수북히 쌓이고 각종 신문들이 사무실을 온통 뒤덮고 있어야 정신이 집중되고 일도 능률이 올랐다.
 이민 온 후에도 계속해서 언론에 종사하다 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토론토의 내 사무실을 한번이라도 방문했던 분들은 쓰레기 하치장같은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혀를 차는 분들이 많았다. 
 “이게 뭐야. 정리 좀 하고 살지…” 하지만 이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도 집중되는걸 어쩌나. 

 

0…그런데 최근 신문사 사무실을 옆방으로 옮기면서 어쩔수 없이 비품정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루 날을 잡아 사무실에 온통 널려있는 신문지와 각종 서류뭉치들을 치우는데, 버리고 또 버려도 끝이 없었다. 
 마침 대형 쓰레기수거박스(Bin)가 있어서 처리할 수 있었지 그게 없었다면 큰 애를 먹었을 것이다. 

 

0…그런데 다른 허접한 것들은 그냥 버려도 아깝지가 않았으나 그동안 쌓아둔 수 많은 책들은 느낌이 달랐다.   
 특히 지금 갖고 있는 책들은 내가 이민 온 이후 동포 문인과 저자들로부터 건네받은 것들이 많은데 15년 정도를 모으다 보니 분량이 엄청 많았다.  
 이 책들을 쓰느라 고생한 분들을 생각하면 쉽사리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들어갔겠는가. 

 

0…더욱이 이민사회에서 작품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은 더욱이나 어렵다. 
 그런데 책이란 것이 그렇다. 
 책은 인생에서 삶의 좌표를 잃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치유해준다. 
 하지만 책은 이사할 때 가장 큰 두통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다니자니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읽지도 않을 책이면서 그냥 버리기도 아깝다.

 

0…나도 그동안 모아놓은 책들은 좀처럼 버리기가 아까워서 서너번 이사를 하면서도 죽어라고 싸들고 다녔다. 
 이민 올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무거운 책들을 박스에 채곡채곡 챙겨왔다.     
 그러다가 가끔 집수리를 하면서 그동안 별로 읽지 않았던 책들은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주섬주섬 헌책들을 보아보니 사과상자로 10개 정도가 됐다. 
 책 중에는 대학시절의 영문시선집(anthology)에서부터 ‘창비’(창작과 비평) 전집, 대하소설류, 각종 문학전집 등이 있었다. 또한 ‘운동권 서적’도 꽤 남아있었다. 
 중국 근대사, 러시아 혁명사, 제3세계론, 교육철학 같이 주제가 무겁고 거창한 것도 있고, 변증법적 유물론 따위의 머리 아픈 것들도 섞여 있다. 
 이런 책들은 평소 손에 들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다. 나의 청춘시절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0…언젠가 헌책들을 버리다 보니 문득 장왕록 교수님께서 친필 사인을 해주신 수필집도 있고 그의 따님인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한국에서 친히 보내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도 눈에 띄었다. 
 이런 책들을 보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들 부녀(父女) 학자는 비록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그들이 남긴 따스한 문향(文香)들은 두고두고 세인들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것이다.          
 이민 후엔 토론토에서 만난 문인들이 책을 출판해 친필사인을 해주신 것들이 많아졌고 지금 내 책상 위엔 이런 책이 적잖이 쌓여있다. 
 (그 중 ‘출판의 달인’ 이동렬 교수님의 수필집은 예닐곱 권이나 된다.)       

 

0…사실 나는 35년째 언론에 종사하면서 나름 글 좀 쓰려고 노력해왔기에 그 분량이 적지 않다. 이래서 나를 아끼는 분들은 그것들을 모아 책을 내라고 권유하신다. 
 책을 낸다면 아마 10여 권은 족히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책이라고 낼만한 수준도 안되지만 고생해가며 책을 낸들 그것이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엔 특히 온갖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기에 책장을 넘기며 사색에 잠길 여유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머리엔 그야말로 잡식(雜識)만 가득하고 책의 진정한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0…아무튼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겠다. 버려야 채워지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아깝지만 책도 그 중 하나다.   
 ‘채우려 하지 말기/있는 것 중 덜어내기/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애써 덜어내 가벼워지기/쌓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높이/높이만큼 쌓이는 고통/’ (이무원 시인 ‘가벼워지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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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메뉴판의 왼쪽

 

Editor’s Note  

 

-음식보다 가격에 더 눈길이

-남을 위해선 왼쪽에 더 신경을  

 

서민들이 외식을 하러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선뜻 메뉴판의 왼쪽(음식 종류)만 보고 고르는 경우가 있을까. 대개는 왼편과 오른편(가격)을 번갈아 본 뒤 주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음식값이 비싸면 선뜻 주문하기가 어려운 것이 서민들의 마음이다.

 특히 요즘같이 음식값이 비싸고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을 땐 자연히 값을 먼저 본 뒤 저렴한 음식을 찾게 될 터이다.

 

0…부끄러운 고백 좀 하면,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할 땐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 해도 출입처 인사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단이 단체로 회식을 하는데 혼자서 빠지기도 무엇하고 해서 참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땐 내 돈을 내지 않으니 별다른 부담 없이 먹고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반주(飯酒)도 한잔 곁들이게 된다.

 

0…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막상 식당에 가도 음식값을 모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다 이따금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게 되면 자연히 음식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선뜻 비싼 음식을 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대개 가족들에겐 좋은 음식을 시키라 하고 나는 슬그머니 메뉴의 오른편을 본 뒤 값이 적당한 음식을 시키게 된다.

 

0…언젠가 한국 언론에 소개된 어느 90객 사업가의 자린고비 스토리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91세였던 이 분은 사재(私財) 3천억 원으로 자신의 아호를 딴 장학재단을 만들고, 20여년간 무려 1조 7천억 원을 쏟아부었다. 개인이 세운 장학재단으로선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재단에선 매년 국외·국내 장학생 수백명을 선발해 지원해왔다. 이에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이 분이 하시던 말씀. "쑥스러운 얘기지만 나는 평생 한번도 식당에 가서 메뉴판 왼쪽을 보고 시켜보지 못했어요.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가격이 적힌 오른쪽에 먼저 눈이 가더라고. 이게 다 어려운 나라에 태어난 업보요.”

 

0…시골에서 태어난 이 분은 화학공장을 차려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부자가 된 뒤에도 그는 '점심은 짜장면, 특식은 삼계탕'을 고수했다.

 직원들은 "식당에 가면 사장님이 ‘맛있는 거 맘껏 시켜. 나는 짜장면!’ 하기 때문에 우리도 감히 짜장면 이상은 못 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장학금은 통크게 지급했다. 우수 대학생을 선발해 국내 대학은 연 2천만 원, 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연 4만~6만달러씩 지원했다. 

 그 분의 말. “코 묻은 돈 모아 어렵게 만들어 장학금 주는데, 개중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으로 아는 학생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일로 한번도 배신감 느낀 적 없어요. 앞으로 계속 베풀 겁니다.”

 

0…어렵게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재산을 힘들게 모았기에 어려운 이웃을 봐도 외면하는 ‘수전노’ 타입과,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명분이 뚜렷한 좋은 일에는 과감히 베푸는 ‘자린고비’ 타입이 그것이다.

 흔히 ‘자린고비’라면 금전에 지독한 사람을 연상하지만 실은 좋은 말이다. 이 말은 조선 인조 때 충북 음성에서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던 조륵이란 양반으로부터 유래했다.

 

0…이 분은 평생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해 구두쇠라는 말을 들으며 만석군의 재산을 모았다.

 얼마나 검소했는지, 신발이 닳을까봐 신을 들고 다니고 아들이 조기 반찬이 먹고 싶다고 하자 조기를 사다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숟가락 먹고 한번씩 쳐다보라 했다.

 하루는 아들이 밥 한숟가락에 조기를 두번 쳐다보았다고 야단을 쳤다고 할 정도였다.

 

0…그러나 그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선생이 회갑을 맞았을 때 인근지역에 심한 가뭄으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됐다. 그때 선생은 기근민들에게 그동안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풀어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선생의 도움을 받은 기근민들이 고마운 뜻으로 공을 기리고자 ‘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 송덕비를 세웠다.

 여기서 ‘고(考)’자는 나를 낳아준 사람도 부모이지만 내가 죽게 되었을 때 도와준 것 또한 부모라 하여, 조륵 선생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 살게 해주었기에 사랑스럽고 어질기가 부모 같다는 뜻으로 명명한 것이다.

 

0…어렵게 돈을 모은 사람 중에는 평소 지독할 정도로 검약스런 생활을 하지만 좋은 일에는 과감히 거액을 기부하는 미담사례가 많다. 그것은 가난한 이들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콩나물 할머니’의 감동적인 장학금 기부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그런 인간적인 순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네 이민사회에도 힘들고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을 동포사회를 위해 또는 장학금으로 희사하는 분이 많다.

 어렵게 모은 재산이 남을 위해 값지게 쓰여질 때 쓰라린 옛 사연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관인엄기(寬人嚴己)가 될 것이다. 즉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하라는 뜻이다.

 지금은 이것이 뒤바뀌어, 남에겐 한없이 엄격하고 자신에겐 지나치게 관대한 세상이 되어가니 안타깝다.       

 

0…식당에서 자신의 음식을 주문할 땐 메뉴판의 오른쪽만 볼지라도 남을 위해서는 왼쪽을 보는 사람이 돼야겠다.

 타인에겐 고량진미(膏粱珍味)를 시켜주고 나는 기꺼이 단사표음(簞食瓢飮)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길 바래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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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8
Winter blues

Editor’s Note

 

-겨울철의 불청객 우울증
 

-스스로 건강대안 마련해야  

 

 

 겨울은 왠지 슬프고 우울한 계절이다. 정신의학적으로도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란 말이 쓰인다. 전문용어로 계절성 정동장애(情動障碍)라 하는데, 북미에서는 윈터 블루스(winter blues)라 한다. 
 겨울 우울증에 걸리면 늘 심신이 피곤하고 불안 초조하다. 아무리 잠을 자도 무기력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이는 햇볕이 부족한 이유가 가장 크다. 낮이 짧아 생체 시계바늘을 조절하는 태양빛이 적어지고 감정을 전달하는 신경물질도 감소한다. 

 

 

0…우울함은 추운 북쪽일수록 더하다. 미국 뉴욕의 겨울철 우울증 환자가 플로리다보다 10배나 많다는 통계도 있다. 남유럽에 비해 북유럽인들이 말수가 적고 침울해 보이는 것도 일조량이 적고 날씨가 춥기 때문이다. 
 복지제도가 잘 돼있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자살율이 오히려 높은 것도 음산한 겨울날씨 영향이 크다. 
 예술가 중에는 여름철에 메시아를 작곡한 헨델과 여름 햇살 아래 농부를 그린 반 고흐 등이 심한 겨울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반면, 카리브해 국민들이 빈곤하긴 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대체로 온화한 날씨 덕분이다.  

 

0…새해 첫달인 1월. 꿈과 희망이 깃들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에 지난 연말 들떴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새해 소망이나 다짐도 실현 가능성이 줄어드는 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상태를 일컫는 ‘쟁자이어티(Janxiety: January + Anxiety)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0…1월을 색깔로 표현하면 푸른색(blue)에 가깝다. 푸른색은 우울, 슬픔, 외로움 등을 나타낸다. 화가들은 이 색을 통해 우울감을 나타낸다. Feel blue는 ‘기분이 우울하다’는 뜻이고 ‘Love is blue’란 노래도 있다. 
 푸른색이 우울한 기분을 표현하게 된 것은 옛날 항해 중 선장을 잃은 배가 파란깃발을 달고 선체에 파란띠를 두르고 돌아온 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슬프고 흐느끼는 듯한 ‘블루스’라는 음악도 있는데 아프리카 노예들의 처량하고 힘든 노동요에서 유래됐다.     

 

0…1월하고도 보름 정도 지난 이맘때가 일년 중 가장 우울하며 그중에도 월요일이 특히 그렇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라 불릴 정도로 괴로운 날이 월요일이다. 몸은 찌뿌듯하고 기분도 별로 안 좋으며 머리 회전도 잘 안된다. 
 월요일인 Monday의 어원은 ‘달의 날(day of the Moon)’에서 비롯됐다. 한국, 중국 같은 동양에서도 한자에 달을 넣어 月曜日이라 쓴다. 반면 일요일(日曜日)인 Sunday는 ‘해의 날’(day of the Sun)이다. 
 해는 밝고 희망적인 기분을 주는 반면, 달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옛부터 요일에 따라 느끼는 기분도 달랐던 것이다.  

 

0…우울한 기분을 표현하는 푸른색과 기분이 저조한 월요일을 합쳐 만든 말이 Blue Monday다. 우울한 단어끼리 합쳐졌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는가. 
 1957년 미국 가수 팻츠 도미노가 발표한 ‘Blue Monday’ 노래가 있다. 가사는 이렇다. 
‘난 우울한 월요일이 싫어. 온종일 노예처럼 일만 해야 해. 이제 화요일이 오네, 오 힘든 화요일. 놀 시간도 없는 생활이 지겨워’(Blue Monday how I hate Blue Monday. Got to work like a slave all day. Here come Tuesday, oh hard Tuesday. I'm so tired got no time to play)

 

0…블루먼데이는 2005년 영국 심리학자 클리프 아낼이 발표한 이래 춥고 음습한 날씨와 함께 1년 중 가장 우울한 날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에 대해선 근거없는 속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이는 영국의 한 여행사(Sky Travel)가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사가 시원찮은 년초에 손님을 끌기 위해 이 개념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즈음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0…겨울 우울증은 일조량이 적어지는 늦가을에 시작돼 봄이 되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우울증 극복방법으로 다음 사항을 권한다. 
 1.낮에는 가급적 집 밖에 있을 것. 2.가능한 밝은 곳에 있을 것. 3.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 햇볕을 쪼일 것. 4.집에서도 조명을 밝게 할 것. 5.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6.운동을 꾸준히 할 것. 7.가급적 혼자 있지 말 것. 8.여유가 있으면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갈 것.  
 아름답던 옛날을 회상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꿈결같던 연애시절을 떠올리거나 어릴적 뛰어놀던 고향 풍경을 반추한다. 나는 옛날 노래를 흥얼거려도 기분이 풀린다. 

 

0…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따뜻한 남쪽나라로 피한(避寒)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토론토의 많은 한인들이 지금 플로리다 등 남쪽나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한참 일해야 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저 언젠가는 가리라는 상상만 하면서 스스로를 극복하는 수밖에… 
 지금은 겨울의 중간, 아직 추위가 지나려면 멀었다. 요즘 같은 때, 나름대로 겨울 우울증을 극복할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힌다/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윤동주 ‘눈 오는 지도(地圖)’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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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유대인 생각

 Editor’s Note

-고난 헤쳐온 강인한 민족성 

-인류의 ‘공공의 적’ 질시 두 얼굴      

 

                                          유대인 출신 유명인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여기서 사람들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각인돼 있는 것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Shylock)의 지독한 돈욕심일 것이다.

 그는 빌려간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채무자(안토니오)의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가겠다는 계약을 하고 돈을 빌려준다. 결국 제꾀에 넘어간 샤일록은 전 재산을 몰수당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0…권선징악적 색채를 띠는 이 작품은 겉으로 보면 희극이지만 16세기 유럽에 만연한 반유대주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유대인을 싫어한다. 그런 차별과 멸시를 받은 샤일록은 복수의 마음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안토니오의 살을 악독하게 떼어가려고 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그야말로 샤일록은 참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의도했든 안했든 이 작품을 통해 당시 만연했던 유대인 혐오 정서를 알 수 있다.

 지금도 선명한 샤일록의 악랄한 대사. “나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물질만 믿는다. 물질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I don't trust humans. I only believe in material things. Materials never betray.)

 

0…신(神)이 지배하던 중세 유럽은 기독교 사회였다. 그런데 기독교와 유대인은 양립(兩立)하기 힘든 존재다. 유대인은 예수를 죽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유대인은 오래전부터 유럽인의 ‘공공의 적’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은 법률에 의해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다. 따라서 농사도 못 지었고 허락된 것이라곤 오직 장사뿐이었다.

 유대인의 특성을 말할 때 장사 수완이 좋다고 하는데 이런 특성은 타고난 게 아니라 당대 사회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0…상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에 대해 일찍 눈을 뜨게 됐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은행제도를 창설한 것도 유대인이었다.

 중세인들이 비천한 직업이라 여겼던 고리대금업도 유대인들이 맡았다. 이것도 유대인들이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유대인들은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게 됐다. 유럽인들은 이런 유대인에 대해 수전노(守錢奴)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자기 민족도 아닌 자가 돈으로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유대인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후 십자군 원정에서 유대인은 학살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이런 학살에서 이들에겐 아무런 법적 보호도 적용되지 않았다.

 

0…유대인은 왜 강한가? 민족이건 개인이건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 강해지는 법이다. 유대민족이 그런 케이스다.

 유대인만큼 숱한 고난 속에 방황했던 민족도 드물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고 모두가 강해지지는 않는다. 비뚤어지거나 좌절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 무엇이 유대민족을 강하게 키웠을까? 그 힘은 신앙이었다. 종교는 배움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천가지 재물보다 한가지 배움이 더 소중하다고 가르쳤다. 하느님의 섭리를 하나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라고 가르쳤다. 그 내재된 힘이 오늘날의 유대민족이다.

 

0…요약건대, 유대인의 힘은 독실한 신앙심, 배움 강조, 공동체 자본주의, 삶의 지혜서 탈무드, 가정, 방랑의 고통에서 체득한 탁월한 적응력,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언어, 부(富)와 영리추구를 인정하는 종교 등에서 나온다.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불리는 것’이라는 신념은 외부인의 눈엔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반유대주의가 전세계에서 거세게 고개를 들고 있다.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동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대인 혐오 표현과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0…유대인, 그들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유대인의 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존을 위한 사투였다. 유대인이 있는 곳엔 증오와 차별이 따랐고 종국엔 학살을 불러왔다. 시대마다 주체와 장소, 동기가 달랐을 뿐, 유대인이 '공공의 적'이라는 점은 늘 같았다.

 특히 이스라엘이 건국(1948)을 전후해 야금야금 먹어들어온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계기로 세계의 적개심이 본격화됐다.

 

0…세계의 유대인 수는 1,600만명 정도. 이중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 밖에서 거주하며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 760여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프랑스에 45만여명, 캐나다에 40여만명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0.2%, 미국 인구의 2.4%에 불과한 유대인이 전세계 경제, 법조, 정치, 과학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세인들은 유대인의 놀라운 능력을 이리저리 분석하며 은근히 셈을 내고 부러워한다. 무슨 송사(訟事)가 벌어지면 변호사도 꼭 Jewish를 찾는다.

 

0…유대인이 남다른 데가 있긴 한가. 분명한 것은 그들도 하나의 종족일 따름이다.

 문제는 선민(選民)이라는 지독한 자만심에 빠져 자기네끼리만의 게토(Ghetto)를 형성한 채 타민족을 깔보고 상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가당착적 자만심이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만행으로 표출되고 있다.   

 

0…주일미사 때 툭하면 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고~` 대목만 보면 신앙이 깊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거부감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어진다.

 우리 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왜 허구한날 이스라엘민족 타령을 하고 그들을 찬양해야 하나. 더욱이 지금 저들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은 미치광이 살육잔치나 다름없잖은가. 

 이제 유대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나자. 탈무드가 어떻고 Jewish lawyer를 써야 한다는 둥의 배알없는 맹신에서 벗어나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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