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 불과 한 달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더니 그 선수단이 들고 들어갈 국기가 ‘한반도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왜 하필 한반도기인가? 정치적인 이유로 기존의 국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Korea"나 "Corea"라고 쓴 깃발을 들어도 될 걸 굳이 지도를 그려 넣은 정체불명의 기를 드는 무신경이 통탄스럽다.
언제부터 한민족의 땅이 한반도 끝자락에 고착되었던가? 한민족의 국토는 역사를 따라 늘 변해 왔고 변해간다. 힘이 강할 때는 넓어지기도 하고, 약할 때는 좁아지기도 한다. 아주 약할 때는 없어지기도 한다.
21세기초반인 현재 지구상에서 한민족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은 한반도와 그 북쪽에 위치한 연변지역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한민족은 유사이래로 계속 이 땅에서 이렇게 살아왔던 건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듯이 어느 민족이든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그들이 차지하고 사는 땅은 늘 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유전과학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민족은 중앙아시아 바이칼호 부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빙하기가 닥치면서 몽골리안들은 오랜 기간 동안 바이칼호부근에서 살다가 해빙기를 맞아 남하해 요하문명을 일구었고, 뒤에 동이족의 중심지역도 남하하여 홍산문명지역에 다다랐다. 이 지역에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한 건 약 1만1천년 전쯤으로 추정되고, 이후 이들이 조선족과 흉노족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후에 조선족은 한반도 북쪽에 고조선을 세웠고, 이 후 역사는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대로이다.
땅이란 본질적으로 그걸 차지하고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태초에 누군가가 지구상의 각 종족들에게 특정 지역을 정해주고 거기서 살라고 한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자기가 차지하고 살던 땅이 자기 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힘의 논리에 의해서 남의 땅을 차지하기도 하고 자기 땅을 빼앗기기도 하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 상태로 살고 있지만, 현재상태가 결코 최종적인 것도 아니고 영구적일 리도 없다.
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하고 사거나, 힘으로 빼앗거나,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런데, 위의 방법 외에도 주인이 버젓이 있는 땅을 거저 차지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리 민법 제 245조에는 “점유취득시효”와 “등기취득시효”란 게 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사람이 자기소유가 아닌 땅을 차지하고(또는 등기를 하고) 주인행세를 하면서 일정기간 이상을 살면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몇 가지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단순화시켜서 기본개념만 얘기하자면, 그 땅이 비록 법적으로 남의 소유일지라도 그런 식으로 합법적으로 소유권을 얻어 그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단 원래 주인이 그 땅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나가라거나 세를 내라고 하는 등 주인행세를 전혀 하지 않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한 국가가 차지하고 지배하는 국토의 개념도 기본적으로는 개인차원의 토지소유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현재 그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땅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 국제법상 그 나라 땅이 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재 그 땅을 누가 실제적으로 차지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실효적 지배’와 역사적인 사실과 기록들이다.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특히 한 나라가 한 때는 차지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은 그 나라가 지배하고 있지 못한 땅의 경우 나중에 사정이 허락할 때 그 땅을 되찾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과 그 기록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인류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문명이 꽃 핀 21세기 현재에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평온한 듯 보이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땅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댄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역사적 근거도 없는 억지에 불과한 주장들을 저들은 왜 계속하고 있을까?
중국은 2002년 초부터 중국 동북3성에서 일어난 과거 역사에 대한 조직적인 학술연구와 한국사왜곡작업인 이른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로 현재 중국지역을 포함하는 발해와 고구려사를 대상으로 하며 신라와 백제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근원적으로 고구려와 고려의 연결고리를 끊고 한민족의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있으며 나아가 장차 남북이 통일될 경우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내 한민족들의 동요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학자들이나 정부당국자들은 과연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고 무지해서 저런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양국의 연구인력으로 보나 확보하고 있는 자료로 보나 아마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기에 억지주장을 하는 건 그들이 무식해서가 아니라 긴 역사적 안목에서 그들 국가의 이익을 늘 머릿속에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록 지금은 자기들이 지배하고 있더라도(또는 지배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장래에 상황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해서 장기포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주인이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기 땅도 잃어버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수천년 전에 중앙아시아대륙 바이칼호근처에서 출발해 수천년이 지난 지금은 한반도 끝자락에 발붙이고 살듯이 향후 수백년, 수천년 후에는 유럽 땅 어디에서 살고 있을지, 하와이 어디쯤에 살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21세기 초에 불과 백년도 못 살고 가는 우리가 무슨 근거로, 무슨 권리로, 과거 역사도 팽개친 채 한민족의 땅을 한반도 끝자락에 가두어 버리는가? 일본의 저 지긋지긋한 독도공세를 당하고도, 중국의 저 음흉한 꿍꿍이를 보면서도 어찌 그리 털끝만큼의 깨우침도 얻지 못하는가? 언제까지 일장기를 불 태우며 시위나 하고, 대마도도 우리땅이란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광개토대왕 드라마나 넋 놓고 보고 있을 것인가?
한반도기(旗)는 단순히 "태극기를 드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한민족의 땅을 한반도 끝자락에 영원히 가둬버리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행위이다. 어찌하여 세계만방의 사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벌여놓고, 그 앞에서 한민족을 영원히 반도끝자락에 가두어 대못을 박아 버리려는 저 얼빠진 짓거리를 바라보는 남북의 8천만 동포 중에 이를 질타하는 이 한 사람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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