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 퀸즈칼리지어트 학장, 문학박사 (사회언어학)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학교 홍보 차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국의 TV방송국들이 앞
다투어 조기 유학의 문제점에 대해 특집방송을 내 놓고 있었다. 1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에 객원교수로 갔다가 5년 전 다시 토론토대학에 객원교수로
나왔고 그래서 아이들이 일찍부터 외국의 교육에 익숙하다 보니 결국 캐나다에서 정착하여
사립고등학교와 대학입시학원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관심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시청하기가 처음부터 힘들었다. 온통 부정적인 내용과 그것도 기러기 부부들에게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예외적으로 충격적인 사례만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다. 어떤
경우이든 여러 가지 사람들과 사례가 있어 어두운 쪽 만을 방송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조기유학과 관련된 소위 기러기 부부님들에게는 부정적인 편견으로 한국인의
정서상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조기 유학의 열풍이 대단하다. 열풍의 수준을 넘어 폭풍이라고 말해야 할
듯 하다. 한국이 문을 잠그고 외화유출을 막고 할 때는, 그러니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유학이 대단한 것이었다.
인재들만 올 수 있었고 특수층만 가능한 일이었다.
해외유학시험과 국가 혹은 해외의 장학금에 의존해서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하러 오던 때였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정확하게는 한국의 군사정권이 시작과 종료까지는
군부독재가 싫어서 혹은 군사정권의 피해자로서 탄압을 피하거나 군사정권의 회유로 해외로
나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민 혹은 유학 길에 오른 마음 아픈 경우도 많았다. 물론 많은
인재들이 나와 인재유출(brain drain) 현상도 나타났다. 1990년대 초반 소위 문민정부에
들어와 한국은 국가의 개방에 나섰다. 학문과 외환, 그리고 경제와 과학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내보냈다. OECD에도 가입하고 외환도 자유화 시키고 언론과 여행의 문을 확 열어버렸다.
문민정부 특유의 차별화와 과감성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에 대한 준비가 안된
국민들에게는 불행한 축복이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자기통제에 실패하여 결국
IMF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가부도의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TV에 보도된 사례들은 상상할 수 없이 비 정상적인 것이었다. 1개월에 청 만원이 들고, BMW를
타고 다니고, 2년에 수억이 지출되고, 기러기 아빠가 외로워서 자살하고, 이런 등등의 심각한
보도는 그러나 조기유학의 문제라기 보다 개인적인 문제라고 여겨진다. 꼭 해외에 유학해서
라기 보다 한국에 살아도 이런 분들은 있게 마련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 1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외국학생들의 통계 숫자가 신문에 보도되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년 중국인 2,500명, 인도인 1,500명, 한국인 1,300명, 그리고 인분인 1,200명
가량이 미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나간다는 통계였다.
전체인구를 생각할 때 한국인 박사의 숫자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올해의 미국신문 보도는
한국인의 유학생 숫자가 드디어 전 세계 1위라는 것이었다. 남 하는 일을 안하고 못 있는
한국인의 기질, 자식교육이라면 논밭을 팔아서라도 무리하는 한국부모님들의 극성이, 그리고
부작용도 많지만 조기유학의 이상한 열풍이 오늘날 세계 어느 최고 명문 대학에 가도 쉽게
한국인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게 했고 도 세계 속의 당당한 한국들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이든 개인이든 발전과정 속에 아픔이 있고 문제가 있게 마련이지만 구름
속에 햇볕을 보고 문제 속에 해결을 발견하는 긍정과 확신, 인내와 끊기, 그리고 지혜와 아량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워낙 한국인의 기질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무슨 일을 하면 끝장을
보고, 또 그러는 가운데 시기와 경쟁과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해외조기 유학은 부정적이
면과 긍정적인 면이 다 있을 것이다. 다만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목표와 동기와
철학을 가지고 정말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와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고 결국 졸업 후
국가를 위한 능력 발휘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대신 해외인재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 인재유출 (brain drain)
을 막아야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 인재들이 해외에서 공부했을 경우 이들이
해외에서 경쟁하여 성공하려면 그 나라의 국정이 필요하고, 또 이들을 국가가 활용하려면
한국의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소위 이중국적정책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가 활용해야 하는 절실한 문제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국제적 추세에
맞춰 영어를 제2국어 (ESL)를 인정하는 국가적 언어정책도 가능하고, 조금만 더 자신을 가지면
이중국정을 인정하여 우리의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 수 있게 할 수 있으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통일비용 보다 더 많은 반통일 비용을 생각하여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성 싶다.
결국은 이것이 구민적 통합이요, 민족적 단합이요, 국가의 결속이다., 한국은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하며, 안주하지 말고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하고, 뒤 돌아 보거나 좌우를 둘러 보지
말고 꾸준히 앞을 보아야 한다. 체면문화를 벗어나야 하고, 수구적 사대사상에서 탈피해야
하며, 창조적 자기 혁신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해외에 있는 우리 자녀들과 인재들이 주변인간
(marginal men)으로 남아있게 하지 말고 주류사회 속 에서 당당히 역량을 발휘하는 지도자
(highly involved leaders)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 이 길이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민이 모두 함께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