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상공에 나타난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
세월호가 인양이 시작되는 날 원주 상공에 노란 리본의 형체를 한 구름이 나타났다고 한다. 목격자는 얼마나 놀랐겠나. 그는 세월호 원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었다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사진을 찍어 회원들에게 돌리자 “숨이 멎는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멀리 있는 필자 역시 이 글을 쓰려다 숨이 멎는 순간을 경험했다. 다름 아닌 ‘노란 리본’의 노래 때문이었다.
이 노래는 어쩌면 딱 세월호와 운명을 같이 하는가. ‘3년’이라는 세월이 가사에 등장하고 있으니 기막힌 일 아닌가. 3년 만에 바다 속에서 인양되는 세월호나 3년 동안 교도소에 있다가 고향으로 가는 노랫말의 주인공 역시 같은 운명이 아닌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를 옮긴다.
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형기를 마치고
이제 무엇이 내 것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아내야 하죠
곧 풀려날 거라고 쓴 내 편지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은 알 거에요
아직도 당신이 날 원한다면
아직도 당신이 날 원한다면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달아주세요
3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죠
아직도 날 원하나요?
오래된 떡갈나무에 리본이 없으면
버스를 타고 그냥 지나쳐 갈게요
이 노래는 미국 어느 교도소에서 3년 동안 수감생활을 마친 한 전과자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연을 담는다.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고 돌아오길 원한다면 마을 어귀에 있는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매달아 달라고 썼다. 떡갈나무에 리본이 달려 있지 않으면, 자기를 원하지 않는 걸로 알고, 마을을 그냥 지나가겠다는 거다. 이 노래는 1973년 어느 팝 그룹이 불러 대히트를 했다.
‘리본 모양 구름’에 대해 기상청은 “권운(卷雲)에 해당한다. 권운이 그렇게 많이 휘어지기 힘든데 이 구름은 좀 신기한 모습”이라고 답했다.
인양되는 세월호에는 9명의 실종자 시신의 수습여부가 관건이다. 그들 중 2명은 수학여행 학생들의 인솔교사다.
양승진(실종 당시 57) 선생님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준 채 “갑판으로 나오라” 외치면서, 자신은 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체육을 담당했던 고창석(실종 당시 40) 선생님 역시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벗어주며 ‘탈출하라’고 외쳤다. 인명구조 자격증이 있고 수영도 잘했지만 살아 나오지 못했다. 그에겐 교사인 아내(38)와 어린 두 아들이 있다. 이건 숨 멎는 인간드라마가 아닌가. 그런 미덕들은 벌써 인양됐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면 견디고 견딜 테니 제발 가족 품으로 돌아와줘. 기다리는 것밖에 못해 미안해. 다시 만나면 절대 헤어지지 말자…” 이것은 고창석 선생님의 아내가 쓴 편지다.
그 편지는 ‘노란 리본의 구름’이 돼 원주의 하늘에 띄어졌는지도 모른다. 그 구름은 이내 사라졌지만 고씨는 인양되는 배 속에서 그걸 보고 안심하고 비로소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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