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나 했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2월이다. 2월엔 발렌타인 데이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두근거리는 사랑의 마음을 전할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으로 쇼핑몰 마다 핑크빛이다.
핑크빛 사랑을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아름다운 외모란 것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일까?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시대에도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를 극찬한 시가 유행했다. 1580년 경 영국에서는 필립 시드니(Philip Sidney)의 “아스트로펠과 스텔라(Astrophel and Stella)”가 인기를 끌었다. 상투적인 미사여구로 아름다운 여인을 찬미한 소네트이다.
세익스피어는 “소네트 130”에서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묘사로 시드니의 관념적인 사랑의 표현을 조롱한다.
시드니가 칭송하는 여인의 눈은 태양처럼 빛나고 입술은 산호처럼 붉다. 눈같이 흰 젖가슴에 머리카락은 황금빛이다. 하얀 얼굴에 두 뺨은 장밋빛이고 숨결은 향기롭다. 목소리는 즐거운 음악이고 걸음걸이는 여신처럼 사뿐하고 우아하다. 대조적으로, 세익스피어의 여자는 잿빛 젖가슴에 입냄새 풍기는 여자이다. 세익스피어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고 맹세한다. 그녀는 화려한 치장으로 눈속임을 하지 않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이렇게 사랑한 그녀는 세익스피어를 떠났다. 세익스피어의 장난끼가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아스트로펠과 스텔라”를 익살맞게 패러디한 이 소네트를 처음 읽었을 땐 한참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의 핑크빛 열기를 잠재우고 싶진 않지만 이 소네트를 읽으며 적나라한 진실과 직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캐나다에선 12학년 영어시간에 배우는 소네트이다.
소네트 130
윌리엄 세익스피어
번역: 이혜경
나의 연인의 눈은 결코 태양처럼 빛나지 않아요;
그녀의 입술보다 산호가 훨씬 더 붉고;
눈은 흰색인데 그녀의 젖가슴은 어째서 잿빛일까요;
그녀의 머리카락은 검은 실타래, 황금색은 아니랍니다.
내가 본 다마스크에 수놓은 장미, 그 빨갛고 하얀 빛깔,
하지만 그녀의 뺨에선 그런 장미를 찾아볼 수 없네요;
향수가 훨씬 더 향기롭지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의 숨결보다는.
그녀가 말하는 것을 사랑하지만, 나는 알고있어요.
음악이 훨씬 더 즐거운 소리라는 것을;
아름다운 여신의 걸음걸이를 본 적은 없지만;
나의 연인, 그녀는 걸을 때 땅을 쓸며 다녀요.
하지만 그래도 맹세코 나의 사랑은 보기 드문 사랑이랍니다.
그녀는 결코 허황된 눈속임으로 속일 줄을 모르기 때문이예요.
My mistress’ eyes are nothing like the sun (Sonnet 130)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My mistress’ eyes are nothing like the sun;
Coral is far more red than her lips’ red;
If snow be white, why then her breasts are dun;
If hairs be wires, black wires grow on her head.
I have seen roses damasked, red and white,
But no such roses see I in her cheeks;
And in some perfumes is there more delight
Than in the breath that from my mistress reeks.
I love to hear her speak, yet well I know
That music hath a far more pleasing sound;
I grant I never saw a goddess go;
My mistress when she walks treads on the ground.
And yet, by heaven, I think my love as rare
As any she belied with false comp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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