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일출(高空日出)

 

 

 

고공일출(高空日出)

 

 

 

새벽 미명에
피어슨 공항에 축축하게 겨울비가 내린다.

 

비구름을 뚫고 비상하니 
회색빛 운해(雲海)가 지구를 포획한다.

 

무채색의 세계가 
파르스름한 빛으로 기지개를 켜더니,

 

검푸른 우주 끝에서 
불씨 하나가 톡하고 튀어나와 발갛게 숯불을 지핀다.

 

질주하던 시간이 멈춘다.
엔진의 굉음조차 쟁~ 하고 사라진다.

 

흡하고 숨을 멈춘 그 정적이
영겁으로 이어질 듯 아득하다.

 

부릅뜨고 직시하던 눈에 눈물이 맺혀
그만 눈을 감아 버리려는 찰나, 
황금빛 광선검이 휙하고 수평선을 베어 버린다. 

 

단 한번의 칼부림으로 천지가 개벽한다.

 

갈라진 틈새로 
태양이 용트림하며 튀어 오른다.

 

병풍처럼 둘러친 구름이 
빛의 해일이 되어 천지를 뒤덮는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황금빛 새 날이 밝아온다.  

 


- 2015년은 모두에게 역동적인 고공일출의 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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