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외손주(3살) 녀석이 열이 나고 힘이 없었다. 데이케어 학교도 이틀간 못 가고 딸아이도 직장을 쉬면서 애태워 할머니의 마음도 편할 수 없었다. 간밤에 내가 전신이 쑤시고 그야말로 몸이 아파서 일찍 침대에 누웠어도 마음이 불편하다.
고열과 재채기와 오한을 심하게 느낀다. 어릴 적 친정어머니께서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넣어 이열치열이라며 땀을 내야 한다면서 끓여주신 기억이 난다. 6시에 문을 여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갔다. 뜨거운 찜질방에서 땀도 내면서 간절한 기도도 드린다.
어제 부주의하게 눈길을 많이 걸었고, 발코니에 쌓인 눈을 장갑도 안 챙기고 치웠다. 몸이 차갑고 머리가 무겁더니 사필귀정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하루를 지내도 조심조심 정말로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
체온 유지가 균형을 잃으면 감기를 앓는 것이고, 고열은 우리를 무력하게 힘이 줄어들게 한다. 김칫국을 양파와 닭고기를 섞어 끓였다. 평소엔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데 억지로 커피와 함께 먹는다. 뜨거운 것이 몸에서 요구된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습관적으로 도서실 맨 뒤 칸을 찾는다. 나의 전용 공부방이다. 아늑하다. 입이 심심하면 크래커와 사과 주스로 입맛을 되살린다. 1월이 훌쩍 지나갔다. 세월의 허무함에 하루하루 복되고 가치 있는 나의 삶이 되라고 연초에 다짐을 했었는데 실천은 얼마나 된 것이냐.
조국의 고향이 문득 생각나고 가고 싶다. 농한기엔 밤이 길어서 고향 분들은 무엇으로 소일거리를 할까. 달이 밝던 어느 날, 눈이 덮인 신작로를 걸어서 6촌 오빠들과 극장 구경, 화투놀이, 야식으로 김치볶음밥에 동치미 국물과 고구마 찐 것과 시루떡을 먹었었다.
봉건적이고 엄격했던 나의 친정아버지. 자고로 여자들은 밤 8시 이후엔 외출도 삼가라면서 굳게 빗장을 잠근 대문을 엄마가 열어주면서 일찍 오라고 했던 그 옛날이 그래도 너무 좋았다.
침대 옆의 아버지 사진이 “오늘도 넌 최선을 다했겠지”하고 훈계하시는 듯하다. 노인대학에서 학사모를 쓰신 아버지 사진을 보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가끔 문득 뵙고 싶은 친정아버지, 제가 너무 찬바람을 쏘여서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떳떳한 막내딸이 될 것을 명심하겠습니다.
손주들이 보고 싶으면 사진을 꺼내놓고 기도한다. 할머니의 염원을 소망하면서 이제 열이 조금 떨어지니 정신이 맑고 살 것 같다. 따끈한 수프와 야채볶음을 사 먹자. 만나는 이웃들과 다정하게 인사도 나누자.
다음 주엔 며느리와 점심을 함께한다. 수고 많은 너를 칭찬 격려해 주련다. 요즘의 나는 하루 쉬고, 하루 놀고 하니 편안하지만 노인의 대열에 깊이 들어온 느낌이다. 신문 읽고, 책 보고, 산책하고, 쇼핑하고, 은행가고, 좀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까?
날씨가 풀리면 풀과 나무가 푸르게 쑥쑥 자랄 것이고, 평온한 일상을 감사하면서 즐길 수 있다. 2월만 잘 보내자, 3월이 오면 몸도 마음도 생기가 돌 것이다.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몸살아 물렀거라, 하룻저녁이면 족하다.” 건강한 마음과 육신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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