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 해에 태어났대요”

 

내가 즐겨 찾는 TD은행에만 오면 “한나, 내가 개띠 해 새벽 3시에 태어났대요”하고 반긴다. 주디, 자넷, 토마스, 린다가 나를 무슨 운명 철학가라도 되는 양 말한다. 나는 원숭이띠에 밤에 태어났는데, 에릭도 한 축에 끼며 얘기꽃을 피운다.
피커링에서도 가장 바쁘고 친절한 나의 단골 은행. 모든 직원이 친절하고 상냥하다. 오래된 친구들. 정이 많고 사랑도 많으니 고객을 잘 대접하고 코너엔 멋지게 커피와 티를 즐기는 안식처가지 만들어 놨다. 
녹차를 준비해서 대접하는 주디는 상냥하다. 어느 때부터인지 이곳 주변에서도 사주, 관상, 팔자를 얘기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은 아니다. 자기가 태어난 년과 일과 시간과 상황을 토대로 한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태어나던 날, 콩 볶아먹는 날 아침 일찍 나를 출산했었다면서 “막둥아, 넌 건강도 축복도 많을 것이야”한다. 물론 어느 부모인들 자기의 자녀들을 호평하겠지만. 
콩은 건강에 좋은 식품이고, 아침 일찍은 하루의 시작이기에 중요한 시간이다. 2월 1일(음력)에 낳은 막내딸을 곧바로 출생신고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 거의 1년이 지날 무렵에 면소재지의 사무소에 가서 아버지께서 “저, 이번 막둥이 딸을 출생 신고하러 왔소이다. 그냥 오늘 날짜로 해 두게나”하셨던 것 아닌가.
벌써 70년이 지났어도 애매모호한 나의 출생역사가 어느 땐 궁금해서 어안이 벙벙하다. 오빠들이 4명이나 위로 있었으나 기가 센 탓이었는지 어릴 때부터 당당했고 지고는 못 배기는 성질이었다고 한다. 


주위의 친척분들이 많이 알려주던 어릴 적 기억들은 봉건적이고 엄격하셨던 나의 친정아버지. 난 진짜로 개띠에 태어난 것이 정확한지요? 성격이 온순, 명랑, 침착했다고 초등학교 성적표엔 매번 잘 평가해 준 담임선생님들. 나의 어릴 적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그리고 기고만장했던 나. 
오늘 주말인데다 밖에 날씨가 음산하다. 비가 오고 살짝 얼어 아침나절에 점심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서둘러서 귀가했다. 내일 다시 한파 예보로 은근히 걱정도 된다. 특별히 어린 손주 녀석들의 등하굣길이 무사하고 안전하길 기도 드린다. 한 달만 있으면 3살이 되는 외손주, 신기하고 기특하다. 같이 놀아주면서 노래도 부르고 기차놀이와 책 읽어주기에 바쁘다.
“기차 길옆 오막살이~ Eliot은 잘도 잔다~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정확히 따라 부르는 녀석이 신통하다. 핸드폰에 친구들이 보내온 동영상을 보면서 한동안 깔깔대고 웃음을 못 참는 녀석은 천진하고 난만하다. 거의 4살하고 반인 위의 형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잘도 배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성실히 일하는 며느리도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다. 
친손주를 못 본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데 보고 싶어 사진만 자꾸 들여다보면서 인사한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귀한 손주들, 지혜와 총명이 가득하게 자라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근무가 끝나면 녀석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는 딸아이도 열심히 노력하는 장한 어머니이다. 너희를 볼 때마다 나의 젊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오늘도 어머니의 기도를 간절히 열심히 올린다.


귀하고 장한 자녀들과 손주들과 친구들과 이웃을 허락하심을 감사 드리면서… 밖을 보니 어두워진다. 집에 가야 한다. 저녁을 준비하자. 무나물을 맛있게 준비하자. 감자떡과 송편(모시)도 쪄놓고 둥글레차랑 맛있게 TV 시청하며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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