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동네 시청 앞 주차장엔 농부들이 모여든다. 이곳도 시골인데 더 멀리 포트 페리와 보만빌에서도 우리 농부(내가 어릴 적)들의 열악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농산물들이 시장가격보다 더 비싸다. 깎아주거나 덤은 하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이웃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오늘은 특별한 풍경이다. 닭과 오리와 고양이 등 가축들도 있어 꼬마들의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농장 아저씨가 달걀의 생산과정을 설명해준다. 갈색 달걀이 흰색 달걀보다 영양가가 더한 줄 아는데 똑같다는 말에 의아해 한다.
커피 트럭도 구수한 향기를 내고, 아이스크림 트럭도 장사가 한창이다. 시청에서 준비한 시원한 얼음물도 고맙게 마신다.
각종 채소와 과일들. 형형색색으로 진열해 놓은 테이블마다 풍성한 추수를 한 듯 흐뭇해하는 농부들. 사진사 아저씨가 보여주는 가축과 꽃과 나무의 사진들, 모두 자기의 재주를 뽐내면서 질서정연하다.
햇볕이 따갑다. 양산 겸 작은 우산을 들고 다닌다. 내가 어릴 적 동네에서 멋쟁이 정순 언니가 시장에 갈 때면 파란색 양산을 받쳐 들고 부채질을 하면서 동네 어귀를 지나던 기억도 가끔 생각난다. 언니는 80대가 되어갈까.
이맘때 햇감자를 양은 솥에 쪄서 사카린을 뿌려서 먹던 맛. 친척 아주머니들의 콩밭 매는 날엔 간식으로 소쿠리에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양은 주전자엔 시원한 막걸리를 담고, 그렇게 정답던 추억들이여.
동네 총각들은 저녁에 동네 우물가로 등목하러 나오고, 아저씨들의 딱총 소리에 화들짝 놀랜 아주머니들 “아이고! 누가 이렇게 놀래 키나?” 주섬주섬 옷들을 챙기고 나선다.
꽁보리밥에 열무김치, 상추쌈, 호박잎 찐 것과 된장이 먹거리의 전부다. 고추장 섞은 장떡(밀가루)도 맛있었다. 사촌 동생이 감나무 밑에서 숙제 하려고 오면 “야! 동화야, 장떡과 감자 찐 것 좀 먹으렴.” 김치국물만 있으면 족하다.
미숫가루 탄 것과 호박전과 엄마는 자주 챙겨 주신다. 비가 부슬부슬 앞마당에 흠뻑 내리는 날은 호박 부침, 그때의 그 맛을 다시는 찾을 수 없다. 읍내에 장보러 가셨던 아버지의 자전거에서 내린 쌀 튀밥 1봉지가 나의 간식거리였다. 다행히 동생이 없는 막내 처지라서 모두 내 차지이다.
동네 저쪽에서 “아이스 케키”를 외치던 소년. 그 맛도 잊을 수 없다. 할머니께서 사오신 날은 미소가 가득하고, 그 맛이 참 달고 좋았다.
하얀 모시 한복을 입으셨던 양반 행색의 할머니의 자태. 긴 담뱃대로 연초를 피우시며 “여자는 자고로 다소곳해야 한다”면서 자주 가르쳐주시고 품행과 언행의 차이도 알려주셨던 90이 넘은 나의 할머니였다. 그때가 그리워서 할머니의 사진을 자주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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