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청명하고 맑다. “파독 간호사 여러분! 우린 동지들이요. 고생 많이 한 우리요. 이민의 땅에서 자녀들 다 키워 장성해서 손주들 보면서 여생을 편안하기를 기도 드려요.”
오는 21일 토요일 9시 정각에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초원식당 앞에서 출발한다. 파독 간호사 회원들이랑 이번에는 서쪽으로 나들이다.
해밀턴의 유명한 관광명소다. 가는 길에 St. Jacob Market도 들린다. 서쪽 회원들은 미시사가 스퀘어원 챕터스 책방 앞에서 9시 30분에 도착하는 버스에 타면된다.
엊그제 임원들이 모였을 때 진지한 의견들을 나눴다. 벌써 멋지고 재미난 오락순서를 준비한 M 여사의 각오가 대단하다. 노래와 게임과 맛있는 점심 도시락, 총무이신 J여사는 삶은 달걀을 준비한단다. 언제나 배려가 깊은 회장 P 여사는 간식으로 맛있는 단팥빵과 사과를, 회계인 I 여사는 생수를 준비한다. 홍보를 맡은 나도 그냥 있을 수 없어 도넛이나 쿠키를 준비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소녀 같은 할머니 여러분! 마음은 아직 청순들 하시고, 보온병이 있으면 커피나 보리차 준비도 자유로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하세요. 그날 하루는 남편들께 양해를 구해주고, 혼자 있기 싫은 바깥양반들은 부부동반도 환영한다.
“얼마나 산다고. 그렇죠?” 남편께 은근히 제안했더니 “글쎄올시다.”
한 달이면 열흘은 먼 곳으로 외출이다. 그리고 거의 매일 동네 부근으로 울타리 아우들 10여 명과 피커링 옛날 친구들 5명이 어울린다. 파독간호사 회원 여러분 모두 귀한 분들이다.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남편에게 물려준다. “여보! 들어오는 전화 받기만 해요.” “알았어”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사돈들… 절대로 말이 없는 당신은 그것도 딱 맞아요.”
엊그제 초등학교(L 선생) 소꿉친구의 문자는 정말 반가웠다. 간결한 내용의 문자에서 S 후배는 “사진 보내요.” 한다. 그러나 아직은 나의 입장에서 언제쯤 사진 보내기를 완전히 이해할지 궁금하다.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 GPS, 메모, 연속극과 영화보기, 한국의 올케언니들과 화상통화 등등. 내가 넘어야 할 과정들이 은근히 걱정된다.
이민오기 전 옛날의 조국에선 전화기도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앞집의 6촌이 운영하던 정미소(방앗간)에서 서울의 오빠한테서 1년에 1~2번 소식이 오면 “야! 건강하냐? 밥은 잘 먹는 거지? 추석 때 내려와라.” 전화통을 내려놓으면서 눈물이 고이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침나절 TV 방송 프로 황금연못에서 고국의 모습과 노년층의 생활을 보고 느꼈다. 부부란 같은 취미나 성향, 서로를 아끼고 존중과 믿음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임을. 그래서 오늘 또 ‘있을 때 잘해야지’ 다짐하면서 30분 이상 전화기를 뒤적거린다.
다음 주에도 2번의 저녁 약속이 있다. A 아우의 딸 결혼은 먼 거리여도 꼭 다녀올 것이다. 남편이 “난 성경 암송이나 찬송가 부르라면 좋겠는데” 한다. “안돼요. 분위기가 안 맞아요. 당신은 묵묵히 열심히 가게나 지키세요.”
낮이 짧으니 올 때 갈 때 버스 안에서의 시간 활용이 정말 중요하다. 얼마 전 남편을 사별한 P 여사 꼭 참석하세요. 위로와 권면을 드립니다. 한번은 가야 할 길 조금 먼저 출발했을 뿐이죠.
남편이 출근한 뒤 도서관을 찾았다. 무언가 생각하고 싶고, 쓰고 싶은 주말 아침나절이다. 산책 삼아 인근 중국인 마켓에 들렀다. 뜨끈한 국물이나 있으면 좋겠다.
어제 선배 언니를 만났는데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소녀 같은 품성이다. 맛있는 김치를 정성껏 담아오셨다.
물 좋은 은색 갈치 조림과 김 구이, 생오이, 풋고추가 입맛을 돋운다. 저녁을 마치고 산책길에 오늘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보고한다. 우린 평범한 노부부다. 그저 평화로우면 복이고 은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