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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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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갈릴리 작은 동산의 쿠루시(거라사)

 

예수님이 자주 들리시던 가버나움 회당 옛 터전 옆에 아름다운 그리스정교회 수도원이 있다. 그곳에서 동쪽 해변에 있는 엔게브 키브츠 근처의 쿠루시(일명 거라사)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지금은 사막같이 적막한 그 골짜기에서 예수님은 무서운 악령, 군대 귀신에 사로잡힌 사람을 고쳐주셨다.(Mk. 5:2-20)
그사람은 귀신이 좋아하는 무덤 사이로 그리고 불결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예수를 만나자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대안을 내어놓는다.
“저희를 저 돼지들에게 보내어 그 속에 들어가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자, 예수께서 “가라!”고 말씀하시자, 악령들이 2천마리의 돼지 떼 속에 들어가자, 미쳐버린 돼지 떼가 벼랑으로 몰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 광경을 본 ‘그 쿠루시 사람’은 새 사람이 되어 옷을 단정하게 입고 예수께 나와 제자로 삼아달라고 하지만, 예수는 거절하시고, 그 일을 집에 가서 가족에게 알리라고 하신다. 그는 자기 고향인 “데카폴리스 지방에 가서 두루 알렸다.”
그가 예수의 제자가 될 수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님 제자 중에 이방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방인 세계에 예수의 치유 이적을 알리고 선포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후에, 데카폴리스에서 예수 사건을 선포하는 전도자가 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 쿠루시 사람’은 예수 사건을 선포하는 일뿐만 아니라, 옛날의 자신처럼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일로 여생을 값있게 바쳤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 이적 사건 중에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온전하게 치유해준 일이 가장 그리스도적인 영혼치료 사업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 교회도 그 화려한 간판과 거창한 목표 선전을 내리고, “당신의 아픈 마음을 낫게 해드립니다!”로 간판을 대치한다면 진정한 새 삶의 기쁨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그 쿠루시 사람’처럼 말없이 실천하는 전도자들이 나오리라.
교구 목사이며 종교학 교수인 Wallace B. Clift는 그의 저서 <융의 심리학과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종교는 구원의 체계이며 그것은 치유나 재통합을 위한 체계이다. 목회는 사도 바울이 이미 파악했듯이 하나의 화해 작업이다. 구원의 체계는 세 부분으로 나눈다. 첫째 부분은 잘못되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 문제를 진단한다. 그 진단에는 원하는 목표나 해결책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둘째 부분은, 얽혀 있는 문제 가운데서 ‘무엇을 해야 내가 구원받을 수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신학자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이런 것들에 대해 말을 못해준다. 그들은 아무런 것도 제시하지 않는다. 아무런 답변도 하지않는다. 그런데 융의 심리학은 기독교에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다. 우리가 무의식 속에서 체험하는 하느님과 화해할 때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이나 자연과 화해할 수있게 된다. 자연과의 분열마저도 가능해진다.”
현대인은 누구나 조금씩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어떤 사람이 정신병환자이며 어떤 사람이 성한 사람인가 하는 경계선이 없어졌다. 그리스도교의 참 목표는 이러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군대귀신에 사로잡혔던 그 쿠루시 사람도 예수를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최상이 아니며, 치유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치유자는 예수였고, 그로 인해 구원받고 집에 돌아가 예수를 알리는 ‘선포의 사명’마저 받았다. 예수(치유자)의 도움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의 과정을 거쳐 구원에 이른 것이다.
푸른 바다, 신성한 나무들과 예쁜 꽃들이 철철이 피는 이 갈릴리 동산은 아마도 이스라엘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수님의 동산이리라. 가난하고 신체도 정신도 허약한 ‘가장 낮은 사람들’이 살았던 그 갈릴리에서 하늘나라의 비밀을 말씀으로 선포하고, 가르치고, 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신 그리스도 예수의 또 다른 비의秘意는 무엇일까?
이제 갈릴리 바다 남쪽 호숫가에 있는 티베리아 마을에 별빛처럼 아름다운 밤의 환등幻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며 예루살렘 숙소를 향해 차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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