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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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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아름다운 사람들- 노부부의 감명깊은 출판기념회



-연세들어서도 쉼없는 열정에 숙연  

 


출판기념회장에서 윤경남.민석홍 부부
 


 지난 주말(3월 11일) 매우 뜻깊은 행사를 다녀왔다. 토론토의 원로 문인이신 윤경남(Yunice) 님과 우사(友史) 민석홍 선생 부부의 회혼례(回婚禮: 결혼 60주년)를 기념해 두 부부가 공동으로 펴낸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행사는 이토비코의 고색창연한 센자일스 킹스웨이(St. Giles Kingsway)장로교회에서 열렸다. 80여 명의 축하객이 참석한 이날 출판기념회는 올해 88세이신 노부부가 해로(偕老)하며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이처럼 우아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인 인사들과 캐네디언이 적당히 섞인 이 행사야말로 근래들어 가장 기품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유영식 교수의 해박한 윤치호 선생 소개는 참석자의 이해를 도왔고 조성준 장관, 강신봉 전 토론토한인회장 등도 일목요연하게 축사와 독후감을 전하는 등 전체적인 진행이 물흐르듯 매끄러웠다.      

0…윤-민 부부가 펴낸 <우순소리> 책은 구한말의 선각자 좌옹(佐翁) 윤치호(尹致昊, 1865∼1945) 선생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후손에게 조국사랑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현대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대한제국의 국권이 상실되었을 때 좌옹 선생은 일본 통감부의 횡포를 통렬히 비판하고 대한제국 위정자들의 무능과 위선, 부패상을 개탄하며 백성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이솝 우화를 인용, 한글로 책을 출간했다(1908년). 

 특히 일본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제12화(보호국)로 인해 통감부는 책을 몰수했고 합방 후 좌옹을 ‘105인 사건’ 주모자로 누명씌워 감옥에 보냈다. 이에 좌옹의 종손녀인 윤경남 선생이 <윤치호 일기>를 인용해 현대어로 고치고 재편집했다.

0…제2부 <윤치호 어록>은 구한말에서 국권 상실과 식민통치기까지 60년 동안 좌옹이 꾸준히 쓴 일기(한문, 한글, 영어)로 약 6천 여 페이지의 방대한 기록이며 내용이 다소 어렵다. 이에 민석홍 선생이 일기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 번역했다.

 영문일기 친필 원본은 좌옹의 미국 유학 당시 모교인 에모리(Emory) 대학교가 소장하고 있으며 윤경남 선생은 이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추진중이다.
 <우순소리>는 11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사회를 향한 통렬한 경고요 교훈이라 하겠다.  

0…민석홍 선생은 출판기념회에서 “우리는 2년 전에 결혼 60주년을 맞아 가족모임과 잔치를 생략하고 감사의 뜻으로 <윤치호의 우순소리>를 아내와 공동으로 출판했다.”고 밝혔다. 

 놀라운 점은 민 선생이 그 연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명석한 기억력으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인사말에서 책 출판에 도움을 준 분들을 일일이 거명하는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 

 특히 행사장을 제공해준 캐네디언 교회 관계자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표하는데 아주 유창했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영어연설에 어색한데 비해 민 장로님의 연설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미국에 사는 아들(텍사스 오스틴 대학 교수)은 감사인사를 전하며 연세드신 부모님이 느지막이  이민을 오신다기에 걱정도 됐고 특히 언어도 불편하실텐데 현지교회에 등록을 하셔서 염려했지만 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적응해가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0…윤-민 부부는 기품있는 가문에 한국 최고의 학력 등, 모든 배경이 화려하지만 평소 그런 내색을 전혀 않는다. 2남 1녀 자녀들도 훌륭하게 성장해서 캐나다(토론토)와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둘이나 배출됐다. 무엇 하나 아쉽거나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부부다. 

 어린아이처럼 해맑으신 이 분들은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씨를 가지셨다. 특히 학구열이 대단하다. 유니스 선생은 윤치호 관련 저서를 5권이나 펴냈고 국.영문 교양서도 3권이나 출판했다. 지금도 본보 등 한인언론에 꾸준히 글을 연재하고 있다. 

 연세 들어서도 무언가 값지고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 분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분들과 교류하며 지내는 나와 아내는 행복하다.

0…사실 윤치호 선생은 종손녀(윤경남)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친일파로 매장돼 있었을 것이다.   

 좌옹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무어라 단언하기가 어렵다. 한쪽에서는 ‘애국가’를 작사한 구한말 최고의 선각자, 학자, 교육자, 사회운동가로 존경받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여전히 친일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나는 누구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한국의 근대사에서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사람들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일제에 저항하다 깨끗하게 죽느냐, 일단 협력해서 살고 난 후 그 후를 도모할 것이냐… 

 그 중 후자는 자의든 타의든 후세에 의해 ‘친일파’로 분류됐고, 다른 업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것이 매도돼온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0…‘동해물과 백두산이…’ 한국인이라면 늘상 부르는 애국가. 이 애국가의 작사자 논란도 그렇다. 여러 사료(史料)상 애국가 작사자는 윤치호인 것이 사실쪽에 가까움에도 우리는 여전히 ‘작사자 미상(未詳)’의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나는 다만 다음 말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의 의견을 대신한다. 
 “우리는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와 작사자인 윤치호 두 사람 모두 친일파로 규정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 독립선언문을 쓴 최남선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이상하고 참담하지 않은가. 한참 뒤 우리 시대를 평가할 때 친미파•친북파라 낙인 찍으면 당사자는 당황할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소설가 조성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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