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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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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whining, please- 분명한 자기의사 표현의 중요성

 

-특히 단체장은 스피치를 잘해야

 

 

 그동안 이민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느껴온 것 중 하나는 이민자들과 현지인들의 말하는 습관과 태도의 차이다. 이곳 현지인들이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데 비해 이민자들은 대체로 느릿하게 더듬거리며 말한다.

 

 특히 한인들은 대체로 말주변도 없거니와 논리도 부족하다. 그것은 영어든 한국어든 마찬가지. 예로부터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배워왔다. 심하게 말하면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을 강요당해왔다.

 

 그래서 말과 관련한 금언과 속담도 많다. 세치 혀를 조심하라, 어른에게 말대꾸하지 마라, 밥상 앞에서 말하지 말라,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저 사람 왜 그렇게 말이 많지?’를 비롯해 단어에도 반말, 빈말, 존대말 등 그야말로 여러 말이 있다. 감언이설(甘言利說), 교언영색(巧言令色) 등 한자어도 많다. 말에 관한 대부분의 말들은 부정적인 말이 많다.

 

0…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말조심을 하게 되고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것이 관습처럼 돼왔다. 회의나 모임에서 한인들이 대체로 수줍어 하며 주로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이런 문화적 습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또한 충청도 시골 출신인지라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와 스피치에는 영 재능이 없기에 회의석상에서도 말수를 줄이는 편이다.

 

 하지만 여러사람 앞에서 발표와 브리핑을 해야 하는 단체장은 사정이 다르다. 할말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단체장을 하려면 조리있는 말솜씨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0…지난 9월 한국 대통령이 토론토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하는데, 한인 2명이 발언권을 얻어 건의사항을 얘기했다. 그런데 그것은 데자뷔(Deja Vu), 전부터 많이 듣던 말이었다. 무슨무슨 사업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니 좀 보태주십사…

 

 대통령 앞에서 한다는 얘기가 돈 좀 달라는 것이다. 이럴 때 참 듣기도 민망하거니와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 토론토 동포들은 모두가 그렇게 굶주리고 구걸하는 집단인가.

 

 지난 2011년 역시 토론토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교민간담회. 그는 당시 주목할 발언을 했다. 동포사회를 위해 지원 좀 해달라는 한인들의 잇따른 건의에 “주류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본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70% 이상의 노력 뒤에 20~30% 정도의 도움을 (조국에) 요청해야 한다.”

 

0…그의 말은 동포사회가 너무 모국만 바라보지 말고 동포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나는 당시 이 말을 듣고 동포들이 모국에 대한 의존이나 기대감은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주엔 임웅순 캐나다대사가 새로 부임해 토론토총영사 관저에서 오찬 교민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20여 명의 한인단체장이 초청돼 참석했는데, 역시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우리 단체는 이러저러한 일을 하는데 사업비가 부족하니 지원 좀 해주십사…” 

 

 참 듣기에 민망하고 자존심이 일그러졌다. 아니 새로 온 대사에게 그렇게도 할말이 없는가. 단체소개도 좀 일목요연하게 하면 안되나. 헤어지고 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그런 장황한 얘기를 왜 하는가. 

 

0…단체장을 하려면 한국어든 영어든 스피치와 브리핑 좀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무슨 얘기인지 횡설수설 듣기에 불안하고 지루하기 짝없는 말 좀 줄이고. 연설이나 발언에 자신이 없으면 사전에 메모라도 해서 주변인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 무슨 (재정)지원 타령 좀 그만하자. 자존심도 없나. 동포사회는 모두가 굶주리는 사람들만 있나. 자체적으로 단체의 재정을 확충할 노력을 해야지 사사건건 죽는 소리만 해서야 되겠는가.

 동포단체장 여러분, 제발 징징대지 좀 맙시다! Don’t whine, please. 

 

0…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운 것 중 하나는 자기의사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도 거침없이 쏘아댄다. 얼마나 빨리 말을 하는지 상대방이 대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토론할 때 보면 상대방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자기 주장을 속사포 쏘아대듯 한다.

 

 우리같은 한인 1세대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선 가급적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예의 바르고 속이 깊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현지인들과 함께 모인 곳에서도 발언을 독점하는 쪽은 현지인이고 한인들은 그저 묵묵히 듣는 쪽이다.

 

 모임자리에서 말을 안하는 것은 영어에 자신없는 이유가 가장 크긴 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야 할 자리에서 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화젯거리가 빈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인들이 모임에서 어색하게 천장과 바닥만 바라보는 것은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0…이런 분위기라면 왜 아까운 시간을 내가며 참석하는가. 모임에선 스포츠든 여행이든 무슨 주제라도 이야기를 이어가야 한다. 식사자리에서 묵묵히 밥만 밀어넣으면 무슨 의미인가.

 

 현지인과 어울릴 때도 영어가 자유롭진 않더라도 가만히 침묵하는 것보다는 무슨 대화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평소 이곳의 신문 방송에 친숙해져 상식과 화젯거리를 비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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