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배경 영화(II)-'로스트 코맨드'(Lost Command)(4·끝)

 

(지난 호에 이어)

 라스페기 대령이 이를 수락하자 그제서야 무기 은닉 장소는 '오레스 산'이라고 말하는 필립. 그리고 여자를 어떡하겠냐고 묻자 대령은 재판을 받기 위해 파리로 보내겠다고 하는데 필립은 자기는 안 가겠다고 말한다. [註: 오레스 산(Aures Mountains)은 알제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애틀라스 산맥의 지맥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베르베르인들의 생활근거지였으며, 예부터 로마, 반달제국, 비잔틴 제국 등에 저항하는 터전이었다. 알제리 독립전쟁도 베르베르인 자유투사들에 의해 여기서 처음 시작되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마히디의 근거지인 오레스 산으로 출정하는 공수부대원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양측 모두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의무 헬기가 도착한다.

 

 그런데 브와퍼라 대위가 명령을 따르지 않고 앞서 진격한다. 마히디를 생포해야 하는 임무를 무시하고 사살하려는 브와퍼라 대위를 막기 위해 라스페기 대령은 의무헬기에 부대원들을 태워 정상으로 날아간다. 이때 헬기를 공격하는 FLN 대원들에게 사상자를 나르는 헬기를 쏘지 말라고 명령하는 마히디.

 

 이윽고 정상 뒤편에 착륙한 헬기 속 공수부대원들이 정상에서 공격하고 있는 FLN 반군들을 사살한다. 그 와중에 마히디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을 본 라스페기와 에스클라비에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그런데 막 도착한 브와퍼라가 기관총을 발사하는 게 아닌가. 필립은 "죽일 필요는 없었는데!"라며 브와퍼라의 멱살을 붙잡지만 죽은자는 말이 없다. 이로써 알제리 저항세력은 완전 소탕 당한다.

 

 라스페기 대령이 "그래도 승리했다"고 말하자 필립이 "한심한 승전!"이라고 대꾸하며 "별 달고 백작부인과 결혼도 하라"고 빈정대자 그의 뺨을 때리는 대령. 부하들이 필립의 무기를 뺏는다. 이에 오히려 고맙다며 공수연대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필립 에스클라비에 대위.

 

 장면은 파리. 오레스 산, 가페즈, 포슈 캠프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제10공수연대가 줄줄이 포상을 받는다. 라스페기 대령은 무공훈장을 받고 장군으로 승진한다. 그러나 그는 FLN에 연민의 정을 느끼던 옛 전우들을 생각한다.

 

 이즈음 군복을 벗고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필립. 신사복을 차려입고 부대 건물 밖으로 나오다 건물의 한쪽 벽에는 '독립'이라는 그래피티를 지우고 있는데 또 다른 벽에는 한 아이가 다시 '독립' 슬로건을 페인트로 칠하는 모습을 본 필립이 웃음을 짓고 자유를 만끽하며 걸어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로스트 코맨드'에서 강인한 공수부대의 지휘관으로 등장하는 피에르 라스페기 대령은 실제 마르셀 비제아르(Marcel Bigeard, 1916~2010) 대령을 모델로 그린 인물로 보인다. 이미 '알제리 전투(The Battle of Algiers, 1966)'에서도 언급했던 비제아르 대령은 항상 선두에서 지휘하고 부하들보다 솔선수범하여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만일 불가능하다면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프랑스의 '마초'로 유명하다.

 

 그는 와인은 정력을 감소시킨다며 전투식량(ration) 대신 생양파를 매일 먹도록 하는 등 비록 부하들로부터 '밥맛 떨어지는 비제아르(casquette Bigeard)'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도와 무선기만으로 전투를 훌륭히 지휘했던 반면, 일반 병사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 하지 않고 지시만 하는 지휘관 장성들을 경멸했기 때문에 상사들에 대한 정치력은 부족했다.

 

 비제아르는 1936년 하사관으로 군생활을 시작하여 28세 때 대위로 승진했다. 그의 별명이 '브루노(Bruno)'로 이는 원래 무선호출명이었는데, 1945년 10월 인도차이나로 발령을 받으면서 이때부터 브루노가 그의 이름이 되었다. 비제아르는 그의 강철처럼 건장한 체구와 강인함 때문에 프랑스 육군사의 전설적 인물이다.

 

 1953년 11월 디엔비엔푸 전투에 참전하여 1954년 3월 포위된 당시 피에르 랑그레(Pierre Langlais, 1909~1986) 대령의 유격대에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이른바 '공수부대 마피아(parachute mafia)'로 활약했다.

 

 이때의 전공으로 중령으로 승진한 비제아르는 디엔비엔푸 전투를 '정글의 베르됭 전투(Jungle Verdun)'로 불렀는데, 그가 이끈 800명의 병사 중 단지 40명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1954년 5월 포로로 붙잡혔고, 물과 음식물, 약품 등을 제공받지 못해 많은 군인들이 죽었지만 비제아르는 4개월 후인 9월 풀려날 때까지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였다.

 

 그후 1956년 알제리로 급파된 비제아르는 헬기를 사용하여 속전속결로 FLN을 사냥한다. 그런데 그는 1956년 6월5일 소규모 전투 중 총탄을 맞았으나 가까스로 그의 심장을 비켜나갔다. 또 같은 해 9월5일에 홀로 지중해 해안을 조깅하던 중 FLN의 암살기도로 가슴에 2발의 총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건장한 체구와 강철같이 단련된 몸매여서 곧 회복, 복귀하여 자크 마쉬(Jacques Massu) 장군이 이끄는 제10 공수연대에 참전했다. 레스토랑, 카페, 버스정류장, 축구경기장, 시장통 등에서 암살과 폭탄테러를 자행하던 FLN을 '알제리의 디엔비엔푸 전투'로 규정한 비제아르 대령은 카스바에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한편 경찰에서 입수한 파일을 근거로 FLN 요원으로 의심되는 무슬림 2만4천명을 체포, 심문, 고문하였고, 이 중 4천명이 행방불명(?) 되었다. 또 FLN 최고위층 중 한 명인 라르비 벤 미디(Larbi Ben M'hidi, 1923~1957)를 체포하기도 했다.

 

 1957년 3월 애틀라스 산(오레스 산) 전투에 참여하여 큰 성과를 올리자 마쉬 장군은 '애틀라스 산신(山神)'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비제아르 장군은 1976년 중장으로 예편하고, 알제리 전쟁 중 고문을 '필요악'으로 정당화했으나 그 자신은 고문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죽을 때까지 부정하고 2010년 94세로 타계했다.

 

 여기서 뜬금없이 '백작부인'으로 나오는 미셸 모르강(Michele Morgan, 1920~2016)은 프랑스 배우로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안개 낀 부두(Port of Shadows·1938)'에서 쟝 가뱅과, 그리고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마르세유로 가는 길(Passage to Marseille·1944)'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공연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

 

 그녀는 장 들라노이 감독의 '전원교향곡(Pastoral Symphony·1946)'으로 칸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16년 12월20일에 96세로 타계했다. (끝)

 

▲ 심문을 받고 있는 아이샤를 본 필립 대위(알랭 들롱)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낚아채 그의 사무실로 데려간다.

 

▲ 마히디의 알제리 FLN무장세력 근거지인 오레스 산으로 출정하는 프랑스 공수부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 마히디를 생포하는 조건으로 오레스 산으로 진격하는 라스페기 대령(앤서니 퀸·오른쪽)과 필립 대위(알랭 들롱).

 

▲ 마히디(조지 시걸·왼쪽)를 중심으로 오레스 산에서 프랑스 공수부대와 결사항쟁을 벌이는 알제리FLN.

 

▲ 생포하기 직전 브와퍼라 대위가 쏜 기관총을 맞고 최후를 맞이하는 마히디(조지 시걸). 죽은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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