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II 배경 영화(II)-'대열차 작전'(The Train)(1)

 

 2014년에 개봉된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The Monuments Men)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주연하고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존 굿맨, 장 뒤자르댕, 케이트 블란쳇 등 호화 캐스팅이었다.

 

 줄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나치에 의해 5백 만점 이상의 세기의 걸작을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 속, 미술 역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는 이를 막기 위해 미술관 관장, 건축가, 조각가, 예술품 감정가, 미술품 거래상 등으로 구성된 예술품 전담부대인 이른바 '모뉴먼츠 맨' 결성을 주도한다. …자신의 목숨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 모뉴먼츠 맨은 도난 예술품의 은닉처를 찾아 최전선으로 향하는데….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반세기 전 '대열차 작전(The Train)'의 리메이크판이다. 1964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 배급. 출연 버트 랭카스터, 폴 스코필드, 잔느 모로, 미셸 시몽 등. 비록 흑백영화이지만 이 작품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박력있고 스릴감이 있다.

 

 감독은 '알카트라즈의 조류가(1962)' '만주인 지원병(1962)' '5월의 7일간(1964)' '세컨드(1966)' '그랑프리(1966)' '로닌(1998)' 'Reindeer Games(2000)' 등으로 유명한 존 프랑켄하이머(1930~2002). 음악감독은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닥터 지바고 (1965)' 등으로 유명한 모리스 자르(1924~2009). 러닝타임 133분.

 

 이 영화는 미술사를 전공하고 파리의 죄 드 폼 국립미술관(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에서 큐레이터(임시 학예사)로 근무했던 로즈 발랑(Rose Valland, 1898~1980)이 쓴 실화인 '예술의 전선(戰線)'(Le Front de L'Art: Defense des Collections Francaises, 1939-1945)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로즈 발랑은 '제3 제국(The Third Reich)' 즉 나치 독일 시기인 193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까지 이 미술관은 물론 유대인 개인소장 예술품들의 목록을 꼼꼼히 기록하였다. 그녀는 이 기록에 의거하여 나치가 약탈, 독일로 반출하려는 수백만 점에 달하는 세기의 문화재를 레지스탕스와 협력하여 보호한 공로로 프랑스, 미국, 심지어 독일로부터 훈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 장면에 "이 영화를 훌륭한 정신과 용기를 보여준 프랑스 철도 종사자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뜬다. 당시 파리를 점령했던 나치 독일은 기차로 프랑스의 미술품을 반출하려고 했으나 프랑스 철도 레지스탕스 전원이 목숨을 걸고 수호했기 때문이다.

 

 배경은 1944년 8월2일 파리, 독일점령 1,511일째. [註: 그러니까 나치 독일이 파리를 점령한지 4년여쯤 되고, 같은 해 8월19~25일 동안 지속된 '파리 해방 전투(Liberation de Paris)'가 발발하기 바로 직전 시점이다.]

 

 "죄 드 폼 박물관(Musee du Jeu de Paume)은 독일군사령관의 명령에 의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독일어·프랑스어로 쓰인 안내판이 보이고 박물관 앞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독일군들의 경비가 삼엄하다.

 

 한밤에 헤드라이트를 밝힌 두 대의 오토바이 에스코트를 받으며 리무진 한 대가 박물관 앞에 서고, 차에서 제3제국 독일장교가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와 코트와 군모를 벗는다. 독일군 대령 프란츠 폰 발트하임(폴 스코필드)이다. 실내는 그림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박물관 큐레이터인 빌라르(수잔느 플롱)가 나타나 "지난 4년 동안 멀리 보내질까봐 걱정했는데 걸작 미술품들을 이 박물관으로 모두 모아 간직하고 보호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대령은 "파리의 해방이 가까와지니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라며 "그럴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내가 감사드려야 할지도…"하고 대꾸한다.

 

 빌라르가 "당신은 특별하니 이 그림들의 가치를 알죠."라고 치켜세우자 대령은 "통찰력이 있으시군요. …우리 독일은 바로 현금이 되는 것만 찾죠."라고 말하는 순간 부관인 슈미트 대위(쟝 부쇼)가 부하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폰 발트하임 대령은 부관에게 내일 아침까지 기차에 실을 준비를 끝내도록 명령하는데….

 

 그리고 오픈 크레디트가 나오고 긴장감 넘치는 드럼, 심벌즈 소리와 행진곡 풍의 음악이 요란하게 흐르는 가운데, 독일병들이 그림 액자를 꼼꼼히 포장하여 나무상자에 화가별로 분류해 차곡차곡 넣는다. 짐 궤짝 위에 고갱, 르누아르, 반 고흐, 마네, 피카소, 드가, 미로, 세잔느, 마티스, 브라크, 쇠라, 위트릴로 등의 이름을 프린트 한다. 눈 뜨고도 속수무책인 빌라르 양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텅 빈 박물관 실내를 바라본다.

 

 다음날 아침. 폰 발트하임 대령이 기차역에 도착했으나 배차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 화가 나 통제실로 온 대령에게 프랑스 국유철도회사 SNCF(National Society of French Railways) 소속의 인스펙터인 폴 라비쉬(버트 랭카스터)가 자기가 했다며, 특수 무장 기관차를 최우선적으로 준비하라는 서부전선 총사령관 폰 룬트슈테트 원수의 명령 때문이라며 그 전문을 보여준다. [註: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Karl Rudolf Gerd von Rundstedt, 1875~1953)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 원수로 아돌프 히틀러와 장갑을 낀 채로 악수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권력자 중 한 명이었다. 1945년 3월 히틀러에 의해 면직 당할 때까지 은퇴와 복귀를 거듭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전범자로 기소되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1948년 석방되었고, 하노버에서 살다가 1953년에 78세로 사망했다.] (다음 호에 계속)

 


▲ '대열차 작전(The Train·1964)' 영화포스터
 


▲ 한밤에 그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죄 드 폼 박물관에 들어오는 독일장교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
 


▲ 박물관 큐레이터인 빌라르(수잔느 플롱)가 "당신은 특별하니 이 그림들의 가치를 알죠."라고 치켜세우는데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은 부관에게 내일 아침까지 기차에 실을 준비를 끝내도록 명령하는데….
 


▲ 독일병들이 포장된 상자에 작가의 이름을 잉크로 프린트 하고 있다.
 


▲ 배차계획이 취소됐다는 보고를 받은 폰 발트하임 대령(폴 스코필드)은 화가 나 통제실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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