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경북 봉화군 아연(亞鉛) 채굴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무사히 생환했다는 반가운 뉴스다.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째 221시간만의 기적이나 다름 아니었다. 구조당국이 갱도 내에 막혀 있던 최종 진입로를 확보함에 따라 제2 수직갱도(垂直坑道) 구조 경로를 통해 지상으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틴 생존자와 포기하지 않고 구조에 힘쓴 소방대, 시추(試錐)와 탐사를 담당한 육군 장병들이 보여준 드라마는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희망을 전했다. 광산 갱도 붕괴사고에서 생환한 작업자 2명이 고립 당시 손수 암석을 부수고 통로를 확인하는 등 자력 탈출에 노력하며 평소 숙지한 매뉴얼대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생환(生還)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에 따르면 앞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慘事)희생자로 인해 정부는 11월 5일까지 일주일을 ‘국가 애도(哀悼) 기간’으로 지정하고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측에도 각종 행사, 축제 진행 자제를 당부했다. 아직 평정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 제작발표회, 인터뷰, 앨범 발매, 공연 등 계획했었던 공식 일정을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하며 추모에 동참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옆집 잔디가 더 푸르다!”는 얘기처럼 안전사고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표현하는 방법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꾸짖음과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되게 들리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동전을 삼킨 고장 난 자판기에서 갖고픈 장난감은 나오지 않고 하염없이 마구 두드리며 울상을 짓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기호 식품인 줄 알았더니 ‘재난 식량’이 된 봉화 생존 광부들이 밥처럼 먹었다는 커피믹스 얘기도 기적적인 생환 스토리 덕분에 회사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는 후문(後聞)이다.

 

 감기몸살에 “병원에 가면 일주일 만에 낫고, 그냥저냥 집에서 버티면 7일 만에 감쪽같이 낫는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거리를 나간 것이 잘못이 아니다. 미꾸라지 몇 마리의 흙탕물이 문제다”는 날선 논쟁이 설왕설래(說往說來)한다. ‘소명(召命)을 다하지 못해 면목 없고 죄송할 뿐’ 이라는 현장서 고군분투했던 경찰관의 발언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겠지만, 걸핏하면 자영업자 장사 망치려든다고 민원(民願) 들이 내밀고, 자유가 방종(放縱)이어선 아니 되겠다. 설익은 자유 의식(意識)이 법치(法治)를 무시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다가 더 큰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유발(誘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사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엘리엇은 자사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극도로 어려운 경제 환경 탓에 전 세계는 초인플레이션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사회가 붕괴하고, 내전·국가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에서 엘리엇은 이런 위기의 책임은 각국 중앙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탓에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거짓말하지만, 사실은 2020년 COVID-19 확산 대응 당시 도입했던 엄청난 수준의 완화적인 재정정책이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 1970년대 약세장, 1987년의 블랙먼데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붕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고 해서 ‘볼 건 다 봤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천재지변(天災地變)은 물론 시시콜콜 온갖 세상사를 가격인상의 빌미로 삼는 국제 유가(油價)의 오름세는 경기침체의 우려보다 공급 불안을 내세운 듯하다. 하루해가 멀다하고 다르게 반복되는 일이니 특별히 놀랍진 않다. 본디 세상은 공평(公平)하지 아니하거니와 부(富)와 자원(資源)의 편중(偏重)이 심각함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쓸모없는 일인 줄 익히 알고 있으니 그런가보다 한다.

 

 내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렇게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벼 나무’라고 안하는 게 다행일 순 있겠지만, 선전광고물의 글이나 사진으로 보는 관광지 모습과 현실은 괴리(乖離)가 있을 수 있다. 갈대와 억새도 구별을 못하지만, 믹스커피가 뜻밖의 재난식량이 될 수 있듯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없지만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함께하면 유익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든 사람, 난 사람, 된 사람, 그도 아니면 웃기는 사람이라도 됩시다.

 

“霜前?葉一林紅 樹裏溪流極望空 此景憑誰擬何處 金?亭下暮烟中”- ‘서리 내리기 전 감잎은 숲속에서 붉고 /나무 사이 개울물은 멀리서 봐도 비었네. /이 경치 어느 곳에서 누구에게 견주나 /금창정(金?亭) 아래 저녁 안개 가운데가 그곳이리.’ -[당인(唐寅)/明代, <금창모연도(金?暮烟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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