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항아리

  

그대는 도자기공인 님의 텅빈 항아리

이땅의 사랑도 미움도 텅텅 비워내어야  

불멸의 기쁨이 밀려온다고 하네

날마다 텅빈 가슴을 두레박 삼아 

이땅의 슬픔을 비우고 또 비우고 불사약인

우주 샘물을 퍼내는 꿀재미에  빠져있네

비움의 열망을 더듬어 마침내

텅빈 황금 도자기로 일어나 불타는 생명수

은하수 소용돌이 한가운데 좌정하겠네.    

 

그대는 텅 비어서 넘치는 우주 항아리

스쳐 지나는 길손의 눈길로 지나온

인고의 나날들을 회상하면서

채워도 채워도 넘치지 않는 텅빈 충만  

중단없는 창조를 완성 짓는 일곱째 날

우주법에 따라 다시금 첫째 날은 밝아오리라

그렇게 우주 수레바퀴를 휘돌리는 원동력인

동쪽에서 빛나는 새벽별의 환희로 눈 뜨는

텅 비어서  생명력이 넘치는 우주 항아리.

 

 

 

텅빈 우주 항아리 속에  도달하여 

마침내 그대가 님과 하나가 되기 까지

우주 마술 램프 속 지니를 불러오기 까지

그대는 이땅의 모든 것을 비워 버리기에

넘치게 채워지는 거꾸로만 가는 길

항아리 안에 뭇물고기와 뭇짐승도

산수화도 가득한 풍경화를 새겨놓고

홀로 넘치는 님의 살중의 살  피중의 피인

그대는 비어서 넘치는 우주 생명수의 충전기

언제나 지니가 동행하는 우주 램프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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