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yoon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 26
    •  
    • 543,987
    전체 글 목록

(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꿈꾸는 아이오나 섬과 콜롬바 성인(하)

 

옛날에 한 수도승이 사랑했던 인어가 다시 나올 듯 신비스런 새벽안개에 쌓인 바닷가를 산보하고, 수도원 회랑 안뜰에 립치스가 조각한 ‘비둘기-성모님-삼위일체의 동상’을 둘러보았다. 긴 수도원 복도에는 이곳에 영묘를 차지한 60여 명의 스코틀랜드 왕을 돌에 새긴 석판 몇 개를 세워놓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진 맥베드 왕과 덩컨 왕의 묘비도 있을 법한데 못 찾았다. 우리는 산타 오란 채플에서 잠시 기도하고, 수도원의 아침 예배에 참석했다. 큰 성경책이 펼쳐있는 제단 위엔 분홍 꽃병 옆에 시온 산에서 발견했다는 희망의 별과 일곱 개의 촛대를 그린 큰 계란만한 석화(AD 200)가 놓여있다. 

 오른쪽 구석에 나무십자가 위엔 하얀 쪽지들이 잔뜩 꽂혀있다. 토론토의 우리 교회가 생각났다. 우리가 스코틀랜드에 간다고 하자 제일 먼저 반긴 사람은 빌 장로였다. 그는 우리가 아이오나 성지엔 꼭 가게 될 거라면서,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우리 교우 한 분의 유언을 들려준다. 누군가 아이오나 섬에 간다면 자신의 유분(화장한 유골가루)을 콜롬바 수도원이 있는 바닷가에 꼭 뿌려 달라는 것. 

나는 하얀 작은 상자를 목에 걸고 바닷가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그분의 유분을 뿌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고개를 저었다. 섭섭해 하는 빌 장로님에게 수도원 뜰에서 주워 온 반짝이는 예쁜 자갈돌 세 개를 아이오나 공동체 깃발에 쌓아 건넸다. 그 할머니의 소원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고 싶어서였다.

 

 

아이오나 수도원 교회 안에 촛불을 켜놓은 제단 옆 십자가 위에 잔뜩 꽂힌 기도문 쪽지를 보고, 나도 내 희망의 기도 쪽지를 적어 십자가 위에 끼워 넣고 싶었다. 그런 의식을 싫어하는 남편이 옆에 서 있기에 내 마음속의 백지에 그리스도에의 사랑과 내 소원을 적어 나무십자가에 꽂아 넣고 왔다. 그 중엔 ‘담임목사님이 안 계신 우리 교회에 좋은 목사님이 빨리 오셨으면’ 하는 기도도 들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주일에 교회에  갔더니, 낯선 여자 목사님이 설교를 한다. 브라인 목사님이 갑자기 사직한 후 우리 교회에 임시당회장으로 오신 캐롤린 매카보이 목사님이란다. 예배 후 친교시간에 슬라이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에든버러 출신이라고 해서 놀랐다. 

더 놀란 것은, 캐롤린 목사님이 얼마 전에 아이오나 섬의 수도원을 방문하여 며칠 동안 명상하며 이 채플의 십자가에 기도문을 써서 붙여놓고 왔다는 것! 그런 줄 알았다면 나무십자가에 붙여놓은 기도문들을 내 사진기에 잘 담아올걸. 캐롤린 목사님의 기도문쪽지를 찾아 교인들에게 보여준다면 정말 기적이야, 하면서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을 텐데.

 

 

 

다음날 새벽, 우리는 아직도 꿈꾸고 있는 듯한 아이오나의 바닷가 허물어진 옛날 수도원 돌담 밑에 분홍빛 분꽃과 흰 들국화가 바람에 출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이오나 공동체의 남녀청년들이 ‘에든버러 2010대회’ 막장에서 춤추며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환송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디. 

                                          

“파도 위로 깊은 평화가/ 바람 사이로 깊은 평화가/ 고요한 땅위의 깊은 평화가/ 빛나는 별들의 깊은 평화가/ 당신에게 샬롬으로 빛나리” (켈트의 ‘평화의 노래’)

 

 이윽고 뮬섬을 지나 오반 부두에서 배를 내렸다. 오반 시가지 언덕 위엔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서 있는 맥케이그 탑이 떠오르는 햇살 아래 우리의 다음 여정을 묻고 있었다. (2011.2.28)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A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