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의 털옷, 요셉의 죽음

 

야곱은 애굽왕 바로 앞에서 자신이 살아온 130년 인생을 한마디로 고백했다.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야곱이 ‘험악한 세월’을 보내기 전,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로 작정된 상태에서 태어났다. 이삭과 리브가가 쌍둥이 에서와 야곱을 임신했을 때 여호와께서는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창세기 25장23절)”고 말씀하셨다. 또 말라기 선지자에게는 “내가 야곱을 사랑하였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말라기 1장2~3절)”고 하셨다.

바울은 이 장면을 “그 자식들이 아직 나지도 아니하고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지 아니한 때에 택하심을 따라 되는 하나님의 뜻이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부르시는 이로 말미암아 서게 하려 하사 리브가에게 이르시되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나니(로마서 9장11절)”라고 기록했다.

이처럼 하나님의 뜻은 인간들의 행위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로지 부르시는 이, 하나님 그분으로부터 정해진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셨고, 큰 자의 섬김을 받기로 이미 결정된 야곱의 인생은 ‘험악한 세월’로 나타났다. 그는 아버지와 형 에서를 속인 뒤 장자의 축복을 받았고, 도망간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도 권모술수를 동원해 재산을 축적하려 했다. 형 에서와의 재회를 앞둔 얍복강에서는 하나님의 사자를 밤새 붙들고 늘어져 기어코 복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는 브니엘에서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하다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는 바람에 평생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으며, 딸 디나가 히위족속 추장 세겜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에 분노한 아들 시므온과 레위가 그 족속을 도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야곱은 두려움에 떨면서 “너희(시므온과 레위)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집이 멸망하리라(창세기 34장 30절)”고 말했다. 야곱의 삶은 어느 한 순간도 평안을 누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야곱의 험악한 삶은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세기 28장15절)’는 하나님의 언약에 지배당하는 것이었다.

야곱이 스스로의 힘과 잔꾀로 복을 받기 위해, 또한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실제로 그를 이끌어간 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야곱의 삶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은 태어나기도 전에, 선악을 행하기도 전에 이미 사랑하기로 작정하신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그의 삶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은 스스로 추구했던 목표나 야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도권 아래에서 펼쳐졌다는 의미다.

이것은 창세 전에 선택 받은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이다. 그들이 세상 어디로 가든지 하나님께서 지키며 반드시 그분의 나라로 끌고 들어가시겠다는 언약이다. 하나님께서 정한 계획에 따라 허락된 것은 성도 개인의 목표와 관계없이 성취된다. 아브라함과 야곱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한 자로 등장했듯, 성도들도 하나님의 뜻보다는 자기의 유익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내내 험악할 수밖에 없다.

야곱은 장자였던 형 에서의 좋은 의복을 입고(창세기 27장15절)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받았다. 이삭은 복을 받으러 온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에서가 아니라 야곱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의 도움을 받아 에서처럼 보이기 위해 염소새끼의 가죽을 손과 목에 걸쳤다. 이삭은 야곱이 입고 있던 에서의 옷에서 풍기는 큰 아들의 향취를 맡고는 야곱에게 마음껏 축복한다. 야곱 자신의 자격이 아니라 가죽이 벗겨져 피 흘리고 죽은 염소새끼의 가죽털과 에서의 옷에서 나는 장자의 향기 때문에 복을 받은 것이다. 바로 장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구약성경 스가랴에서 여호와 하나님 앞에선 대제사장 여호수아는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사탄은 여호수아의 더러움을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정확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사탄을 책망하시며 천사들에게 명령해 여호수아의 더러운 옷을 벗기라 하시고는 여호수아에게 “내가 네 죄악을 제거하여 버렸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스가랴 3장 1~4절)”고 말씀하신다.

이는 요한계시록 19장8절 “그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셨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는 말씀과 연결된다. 앞서 계시록 7장에도 하나님의 보좌 앞에 흰 옷을 입은 자들이 등장하며, “이는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고 기록한다.

성도는 하나님께서 입도록 허락하신 옷,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씻은 옷을 입고 거룩한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예수의 옷을 입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 속하여 하나님 나라로 진입하는 것이다.

야곱이 ‘험악한 삶’의 과정에서 목숨 걸고 추구했던 세상의 모든 복은 하나님 앞에서 허무한 것으로 드러난다. 대신 험악한 세월 속에서 하나님의 ‘장자로 여겨주심’ 때문에 하늘의 복에 이끌려 간다.

야곱이 굶주림과 기근에서 구원 받는 것은 그가 가장 사랑하던 아들 요셉의 죽음 때문이었다. 요셉은 형들의 모함과 시기 때문에 세상나라 애굽으로 팔려갔지만, 야곱에게 요셉은 피 묻고 찢겨진 옷만 남긴 채 이미 죽은 아들이었다.

야곱의 심정은 창세기 42장에 잘 나타난다. 애굽으로 양식을 사러 갔던 아들들이 돌아와 다시 양식을 얻기 원하면 막내 아들 베냐민을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곱은 “너희가 나에게 내 자식들을 잃게 하도다… 만일 너희가 가는 길에서 재난이 그(베냐민)에게 미치면 너희가 내 흰 머리를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게 함이 되리라”하고 탄식한다.

그러나 기근이 갈수록 심해지자 야곱은 43장14절에서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출생 전에 이미 사랑 받기로 작정된 야곱을 하나님께서는 그 막다른 자리까지 밀고 가신 것이다.

야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삶을 경험했지만 그 죽었던 아들이 살아나 애굽의 총리가 되면서 가족 모두 구원을 받는다. 스스로 복을 향해 달렸던 삶을 부정당하고, 진정한 복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주어진다는 복음으로 끌려들어간 것이다.  - '사람낚는 예수, 사람잡는 복음(부크크출판사.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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