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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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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미국사(史) -시대착오적 인종차별주의


▲한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이 자신을 위협한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왼쪽). 백인경찰에 의해 무릎으로 목을 눌린 채 괴로워하는 흑인 남성.

 

 1991년 3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단의 백인 경찰관들이 과속으로 질주하는 흑인 운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집단구타를 자행했다. 이 폭행사건은 피해자인 로드니 킹(당시 25세)이 평생 청각장애인이 될만큼 심각한 사건이었는데도 관련 경찰들은 이듬해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이 킹을 집단폭행해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공개되면서 흑인사회의 분노가 폭발, 시위가 벌어졌고 급기야 6일간의 대규모 폭동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으로 53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으며 재산 피해액만 10억 달러를 넘었다. 당시 약탈과 방화로 LA 한인사회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0…지난 5월 25일 오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를 위조지폐 사용혐의로 체포하던 중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위에 있던 시민들의 항의가 있었음에도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고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삽시간에 퍼져 미국 전역은 난리가 났다.

 

 미니애폴리스의 식당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플로이드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지불한 20달러 지폐를 위조지폐로 의심한 가게주인이 신고를 해 경찰 4명이 출동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수갑을 채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다. 그는 숨을 못 쉬겠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무시했다.

 

 경찰은 8분 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짓이기듯 눌렀고, 그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떼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게 됐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이 목을 짓이기는 장면은 흡사 닭을 잡을 때 목을 비트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몸서리가 쳐진다.    

 그나마 현장 모습이 행인들의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경찰은 플로이드가 물리적으로 저항했다고 했지만 CCTV 영상에서는 그가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위조지폐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0…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같은 날 아침, 뉴욕 센트럴 파크. 한 백인 여성(에이미 쿠퍼)이 개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 개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였다. 공교롭게 같은 성(姓)을 가진 흑인 남성(크리스찬 쿠퍼)이 이를 목격하고 (공원의 규정대로)개에 목줄을 채우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묵살했고, 크리스찬이 규정위반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백인여성은 크리스찬의 촬영이 계속되자 911에 거짓신고를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 남성이 나와 개를 위협한다. 경찰을 보내달라."면서 위기에 처한 듯 울부짖었다. 그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그의 인종을 강조했다. 그는 이때 그녀에게 다가가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 사건은 크리스찬의 가족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그가 단지 새를 보기 위해 공원에 나선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인여성의 인종차별 행동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녀는 자산운용사의 고위직으로 근무 중인 중산층 여성. 네티즌들은 “경찰에 신고당한 크리스찬은 자칫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분노했다.

 

0…같은 날 연이어 발생한 두 사건은 미국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제적 논란을 재점화했다. 특히 조지 플로이드의 (개)죽음을 기폭제로 미 흑인사회는 분노의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시위는 미 전역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분노로 들끓는 흑인시위에 기름을 부은 자가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시위대를 향해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붓고 비난했다. 폭력배, 급진좌파, 군대를 동원해 발포하겠다는 등 군사독재자나 다를 바 없는 폭언을 쏟아냈다. 시위대 배후에 자신의 안티세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주지사들에게 강경진압을 선동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가 직접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평화적인 시위대를 최루탄으로 밀어붙이고 그 자리에서 성경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0…미국의 인종차별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1995년 에밋 틸 사건, 2012년 트레이본 마틴 사건, 2014년 마이클 브라운 사건 등 즐비하다. 여기에 미국은 현재 코로나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는 190만명, 사망자는 11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흑인지역일수록 더 취약함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실업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폭증하는 중에 인종차별까지 가해진 이번 사건으로 흑인사회가 마침내 폭발했다. 트럼프 집권 후 갈수록 노골화되는 백인우월주의도 큰 영향을 주었다. CNN은 "흑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녹화된 영상에 의존해야 한다. 영상이 없었다면 정의의 바퀴는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부가 희여멀건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백인우월주의자들. 국가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와중에도 뉴욕 증시는 여전히 달아 오르고 있다. 옆에서 이웃이 죽든 말든 천민자본주의는 여전히 불타고 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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