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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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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와 군주제-영국 왕실의 존폐 논란

  
  

▲2011년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 후 한자리에 모인 왕실 사람들.  

 

 

 의회 민주주의의 시초로 꼽히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 1215- 국왕의 권리를 문서로 명시)를 계기로 영국 왕의 권위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후 최초의 의회 제정법인 권리장전(Bill of Rights, 1689)과 입헌군주제(1721) 도입 등을 거치면서 영국 왕실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며 오랜 세월 존속해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런 방식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높다. 고리타분한 왕실은 언제까지 존속할 것인가. 


 영국을 비롯해 아직도 왕실을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만 일부 국가의 왕실은 권위보다는 세인들의 조롱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영국의 경우 언론의 가십성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들이 왕실 사람들이다. 왕실을 없애지 않는 이유가 황색언론에 가십과 조롱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마져 있다.


 많은 이들이 영국 왕실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들이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스캔들이나 일으키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숨질 당시 왕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대두되면서 왕실 폐지론이 비등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영국 왕실이지만 1, 2차 세계대전 등 역사의 큰 고비마다 영국을 움직인 건 왕실이 아니라 의회와 유능한 수상들이었다. 영국에서는 일찍부터 의회가 발달해 수상 중심으로 국력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0…영국인들 사이에 왕실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또 다시 높게 일고 있다. 이번에도 도화선은 왕실 인사의 부적절한 태도 때문이다. 주인공은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비 부부. 이들은 최근 왕실의 구성원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가족회의를 연 뒤 이들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왕손 부부의 독립을 인정했다. 이를 두고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빗대 메건 마클 왕손비의 왕실 독립선언을 뜻하는 ‘메그시트’(Megxit)라며 왕실의 분란을 이슈화하고 있다.


 해리 부부가 독립을 선언한 이유는 마클 왕손비에 대한 보수 신문들의 지속적인 공격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클 왕손비는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으로, 2018년 5월 해리와 결혼 당시 두 살 연상에 이혼 경력까지 있어 화제가 됐고 이는 언론의 공격대상이었다. 따라서 해리 부부의 독립 선언은 왕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해리 부부는 독립을 선언한 뒤 영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고 자선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 돈인데, 이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생겼다. 해리 부부가 왕실을 배경으로 돈을 만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왕실에 지급한 지원금은 8220만파운드(약 1230억원). 여왕이 소유한 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4배에 달하는 액수다. 해리 부부가 노리는 돈도 이 정부 지원금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안 그래도 왕실을 지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불만이 많은 여론을 감안할 때 이는 부적절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해리 부부의 독립 선언을 통해 다시 불거진 영국 왕실의 추문이 왕실 폐지론까지 이어지는 건 자연스런 시대적 여망이다. 왕실 폐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인지 와는 별도로 시대 변화에 따라 왕실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역할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0…왕실 인사들의 모범적인 자선행위가 세인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서 다양한 자선활동을 펴고 있다. 왕실재단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은 윌리엄 왕세손은 '직장 정신건강'이란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부인인 미들턴 왕세손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여러 어린이 단체를 후원 중이다. 윌리엄과 해리로 이어진 자선활동은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비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일탈행동도 많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3남 1녀 중 막내인 에드워드 왕자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모두 첫 결혼에 실패했다. 각각의 이혼 과정도 순탄치 않아 황색언론의 단골 먹잇감이 됐다. 특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이혼, 잇따른 그녀의 비극적 죽음 등은 군주제 폐지론에 불을 댕겼다.


0…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공무를 중단하고 영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지낼 예정이다. 그러면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해리는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와 증조모로부터 3천만 파운드(약 45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의 재산은 400만 파운드(약 60억원) 정도. 그러나 이들 부부는 개인재산 외에도 당분간은 찰스 왕세자가 개인 영지(領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로서는 해리 가족의 경호가 골칫거리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의 경호비용을 캐나다 정부가 대서는 안 된다는 반발 여론이 높다.


 영국의 군주제 폐지 논란은 엘리자베스 2세의 사후(死後)에 지금보다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민주국가에서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왕실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은 것 같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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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kimchiman
    76787

    kimchiman

    2020-01-25

    Her Majesty 영국여왕 겸 캐나다 여왕에게 충성맹세를 하고서 캐나다시민권을 취득한 우리들! 왕실제도를 없애버리자고 주장/동조하다간 자칫 역모죄(Treason) 로 몰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