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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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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답이다-자유와 의무 사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대한민국 헌법 제19조). 


 양심은 좋을 양(良) 마음 심(心), 문자 그대로 착한(좋은) 마음이다. 사람의 양심은 타인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돼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 그런데 이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기에 어찌보면 매우 인위적인 조항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양심)을 어떻게 법과 제도로써 강제로 통제한다는 말인가.


 하기야, 한국에서는 자기 생각(사상)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시대가 최근까지도 존재해왔다. 아니, 아직도 그런 폐습이 잔존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좌우 사상(이데올로기) 문제를 자유롭게 논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至難)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은 숱한 양심수(良心囚- Prisoner of conscience)가 양산되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단지 권력자들과 다른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거나 죽기까지 했다. 


 양심은 영어로 conscience를 쓰는데, 여기에는 도덕적 자각(自覺)이란 뜻도 내포돼있다. 즉 양심의 기반은 정직과 도덕이다. 거짓과 비도덕적인 양심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0…최근 한국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파장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으로 대표되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or)란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무기를 손에 드는 것을 거부하는 '집총 거부'도 있다. 거부 이유는 신앙하는 종교의 교리와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대표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로 꼽힌다. 


 이에 앞서 2011년 헌법재판소는 남북한 대치 상황을 고려해 현행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를 적시하면서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대한민국 헌법 제39조 1항)는 상충적인 조항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분단체제의 특성상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국은 필연적으로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많은 범법자를 만들어왔다. 


0…한국의 남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므로, 많은 국민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평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즉 “누구는 황금같은 청춘시절을 군에 갇혀 있고 싶어서 가느냐. 국민으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란 불만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군대 가는 사람은 양심이 없다는 말이냐?” “양심이 있다면 군대를 가야지…” 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시대가 발전하면서 국민적 의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양심 자유를 더 존중하는 추세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反戰)주의자, 불교신자이자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도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과연 ‘양심의 잣대’를 그 누가 공정하게 판별하고 어떻게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비양심적이고 편파적인 판결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법률상 ‘양심’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심(선량한 마음)’과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병역같은 문제에서 양심이라는 단어는 선한 마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에 기초한 신념을 가리킨다. 개인의 신념이 공동체가 부여한 의무를 동의하지 않을 때 공동체가 그 부동의를 처벌할 것인지가 논란의 본질이다.


0…어차피 사람은 항상 양심적일 수만은 없다. 다만, 사람은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의 양심만은 속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병역문제도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즉 모든 논란의 해결책은 양심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군복무는 젊은 남성이 짊어져야 할 의무임에 틀림없다. 이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신체, 정신적 결함 때문에 필할 수 없다면 면제시켜줘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싫어도 가야 하는 의무인 것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이 의무를 피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한국의 지도층 자녀 중에 이런 부류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군대 가면 바보, 안가는 것이 능력’이라고 여기는 풍조도 만연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앞으로 자칫 ‘양심’을 남발하게 할 우려마져 있다.  


어쨌든,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이 분명 인권자유국가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병역 의무를 마친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복무제의 내용을 더욱 합리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불필요한 논쟁이 없어질 수 있도록, 즉 병역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조국의 분단상태가 하루빨리 해소되는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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