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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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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병보다 더 깊은 내 마음의 장애

 
 
 
 

▲장애인연합 재활여름캠프 공연순서에서 유홍선(오른쪽 가운데) 회장 등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토론토의 성인장애인공동체(대표 유홍선)와 밀알선교단(단장 김신기)이 공동 주최한 제11회 장애인 연합 재활 여름캠프가 지난 8일~11일(토)까지 토론토 북쪽 심코호수변에 위치한 구세군 잭슨스포인트컨퍼런스센터(1890 Metro Rd. N. Jacksons Point)에서 열렸다. 나는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한번도 직접 참가를 못했었는데, 올해는 다른 일 제쳐두고 잠시나마 시간을 냈다.  


 본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광역토론토지역 장애인과 가족 및 봉사자 등이 참가해 재활의 용기와 연대의식을 북돋는 연례행사로, 3박4일간 재활세미나, 야외 활동, 스포츠(공원골프 등), 음악공연, 캠프파이어, 바비큐, 어린이 캠프 등으로 진행됐다. 올해 행사에는 지체장애인 그룹 90여 명과 발달장애인 그룹 60 여명,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모두 170여 명이 참가했다. 


 이에 앞서 토론토 한인사회는 올해 장애인 재활캠프를 위해 십시일반 정성어린 성금을 모았다. 사실 행사에 앞서 운영경비가 2만 달러 이상이나 부족해 주최 측은 발을 굴렀었다. 그러다 언론보도 후 많은 동포들이 현금과 물품 기부 의사를 밝혀왔고, 마침내 최소 목표액(3만3천여 달러)이 모아졌다. 


 장애인공동체의 유홍선 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0…이 여름캠프는 장애우와 가족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가슴 설레는 연례행사다. 거동이 불편하고 함께 모일 기회가 적은 이들은 이를 통해 한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과 함께,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기타 치고 노래하고 율동할 때 팔딱팔딱 뛰며 즐거워하는 청소년 장애우들의 천진스런 모습에서 이 순간만은 어떤 어려움도 잊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분들을 통해 새삼 삶에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이 행사에 왜 굳이 ‘연합’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무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다. 그것은 정신은 아주 총명한데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분들과 지체는 괜찮은데 발달장애(뇌성마비, 자폐, 언어장애 등)가 있는 분들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는 장애이되 형태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두 장애우 그룹은 함께 어울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     


 우리는 간혹, 한인사회에는 유사한 (장애우)단체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성인장애인공동체, 밀알선교단, 치매협회, 아리랑시니어센터, 무궁화양로원 등… 나도 처음엔 이들 유사단체를 통합해 운영하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장애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합칠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0…요즘 사회시설이 발달하긴 했지만 장애인이 살아가기엔 역시 불편한 점이 많다. 장애인은 근로 여건도 만만찮다. 따라서 생활이 어렵다. 동포사회가 이런 분들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것은 공동체로서의 책무다. 그러나 막연한 동정심만으론 소용이 없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장애우들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강한 의지와 노력이 있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우리는 장애우들에 대해 값싼 동정이나 보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갈 동행(同行)의 자세가 중요하다. 더디 가도 함께 갈 동행…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들이라는 점에서 다 같은 처지이다. 


 특히 우리는 모국이 아닌 외국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장애우들은 일반인들보다도 훨씬 더 큰 불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동족으로서 자연스런 의무가 아닐까. 


 이런 행사에 많은 동포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역시 세상은 아직 따스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한인행사에 단골처럼 나타나는 공관의 높은 사람들이나 그 많은 한인단체 ‘회장님’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유흥행사에는 꼬박꼬박 얼굴을 내미는 사람도 이런 행사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분들 중에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데 단 몇푼 갖고 벌벌 떠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모습을 볼 때 참 안타깝다.


0…사지(四肢)가 멀쩡한 사람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삶의 무게가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은 주변에 나보다 못한 사람, 신체가 성하지 못한 사람이 일상에서 얼마나 큰 불편을 겪으며 살아가는지 돌아보면 불평불만이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육체는 멀쩡해도 더 심각한 것은 마음의 장애가 아닐까. 부족한 것 없이 누리고 살면서도 고마움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애태우는 나 역시 정신적 장애를 안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본다. 세상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번 캠프의 공연순서에 모두가 하도 신나는 노래를 부르길래 나는 준비해간 노래(찬양곡)가 너무 처질 것 같아 취소할까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생각에서 아내와 함께 불렀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그렇게 살 순 없을까/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이것은 우리 부부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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