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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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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

 
 

 지난 주말 아침, 토론토 에토비코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캠퍼스 주변은 토요일인데도 밀려드는 차량들로 붐볐다. 차에서 내리는 젊은이들은 로스쿨 지망생들로 이날 LSAT(법과대학원 입학시험-Law School Admission Test)을 치르는 날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시험을 잘 보라고 안아주며 격려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 막내딸도 이 시험을 치르러 갔고, 시험은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며 오후 1시쯤 끝날 테니 다시 데리러 오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다른 일 좀 보고 4시간여 후에 다시 학교에 가니 차량들이 학교 주변을 길게 감싼 채 부모들이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며 기다리는 사람도 보였고, 부부가 함께 온 사람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자식사랑은 인종을 떠나 누구나 마찬가지로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윽고 우리딸도 시험을 마치고 교실 저편에서 걸어나오는데, 모습을 얼핏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듯했다. 그래도 한 마디 안할 수 없어 “시험 잘 봤어?” 라고 물었더니 “그냥 뭐…”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시험 보고 100퍼센트 자신만만한 사람이 있을까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제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을테니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하고 애써 마음을 달래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으나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아이는 “에고, 힘들어…” 하며 가방을 제 침대에 풀썩 던졌다. 그 모습에 또다시 가슴이 아릿해졌다. 


 사실 우리 부부는 막내딸이 로스쿨이라는 어려운 과정보다 어디 적당한 직장이나 잡아 마음 편히 살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심지어 전문대학원을 나와도 딱히 기다려주는 직장이 없으니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면 얼마나 안쓰러운지. 


0…아래 사진에서 보듯, 백수(百獸)의 왕이라는 사자도 어린 자식 앞에서는 한갖 마음 여린 생명체에 불과하다. 가끔 화면을 통해 보는 동물들의 자식사랑은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것은 아무 조건이 없는 본능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의 자식사랑은 오죽하랴. 

 

 

 


 올해로 이민생활 17년째를 맞는 우리는 그동안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가족간 사랑만큼은 아주 잘 다져낸 것 같다. 특히 이민 와서 잘 자라준 딸자식들이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그동안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 있던 두 딸이 학업을 마치고 올해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함께 생활하게 되니 집안에 생기가 돌면서 정말 사람 사는 기분이 난다. 덕분에 아내가 집밥을 해 바치느라 늘 정신이 없지만 이런 것이 다 행복이려니 생각하면 모든 것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은 외출을 했다가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찾으며 일찌감치 집에 들어온다. 나는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밥상을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우리 애들은 한국말을 잊지 않은 덕택에 정서도 그대로 한국식이다. 그러니 가족간 대화가 단절될 일이 없다. 식사가 끝나면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설거지를 한다. 다섯살 터울인 두 딸은 우애도 깊어 까르르 웃으며 얘기를 나눌 때면 우리 부부도 절로 미소가 번진다.    


 다만 부모로서 걱정은 잠시도 그칠 날이 없다. 큰아이는 이제 안정된 직장을 찾아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해 안심은 되는데, 이제는 출퇴근 때문에 걱정이다. 하이웨이 운전길이 하도 험난하니 아이가 집을 나가면 돌아오기까지 걱정을 그칠 수가 없다. 내 스스로 장거리 출퇴근에 지친 상황인데 딸까지 그런 생활을 하게 됐으니 걱정이 아니 들 수가 없다. 


 큰아이는 사춘기 시절에 잠시 보였던 연약했던 모습이 아니다.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어려운 가정사도 척척 돌보아준다. 요금이 생각보다 비싼 인터넷 문제에서부터 수수료를 비싸게 떼어가는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우리 부부로서는 상대하기 힘든 문제들을 집요하게 추척해 해결해주는 딸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된다. 이런 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큰딸이 기반을 다지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자 이제는 작은딸이 걸리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어린아이로만 보인다. 전화를 해도 꼭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받는데, 험한 세상에 나가 어떻게 풍파를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로스쿨을 준비중인데 그저 모든게 잘 되길 빌 뿐, 내가 직접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돈 많은 부모들처럼 자식들에게 잘해주지도 못하고, 대를 이어 물려줄 가업(家業)도 없으니 이럴 때 부모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그저 반듯하고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넘치니,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스럽게 살아갈 것이라 굳게 믿는다. 


 부모로서 바램은 아이들이 평범한 생활 가운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심정이 아닐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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