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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여름 이맘때, 나는 군(해병대) 생활을 서해도서 전방에서 시작했다. 6개월 여의 소대장을 마치니 병과(기갑)교육 명령이 떨어져 광주로 갔고 타군(육군) 위탁교육이다보니 별 간섭 없는 느긋한 생활을 3개월간 했다. 그러다 일선 전차부대로 복귀해 근무한지 한달여, 갑자기 대대장이 불러서 갔더니 오늘 당장 짐을 싸서 서울 본부로 올라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서 어르신 잘 모시고, 혹시 기회 있으면 나도 자네 덕 좀 보자…” 했다. 내가 2성 장군의 부관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이 장군님의 뒤만 2년간 졸졸 따라다니는 생활이 시작됐다. 사관학교 출신인 장군님은 키는 땅딸막했지만 매우 다부졌고 강한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한 것은 물론, 사려분별도 확실한 덕장(德將)이었다. 내가 이 분을 모시는 동안 보직(補職)이 두번 바뀌었는데, 나를 잘 보셨는지 “이 중위, 웬만하면 나랑 함께 있다가 전역하지” 하셨다. 나는 기꺼이 그 말씀에 응했다. 그 분을 모시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군님 가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둘, 딸 하나가 있었는데 모두 서울에 살면서 부인이 가끔 낭군을 보러 전방부대로 오곤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부인은 조용하고 예의가 바르며 이지적(理智的)인 여성이었는데, 나를 보고는 깎듯이 “부관님”이라 불렀다. 공관에는 나와 2명의 공관병(운전병과 취사병)이 함께 기거하며 장군님을 모셨다. 


 장군님 가족들이 공관을 방문하면 우리는 나름대로 수선을 피우며 공관청소를 하고 음식도 좀 별난 것으로 차리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그 가족들이 거드름을 피거나 우리를 하대(下待)하는 듯한 태도는 볼 수 없었다.

장군님이 술을 좀 즐기는 편이라 어느땐 취사병이 해장국을 끓이느라 수고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으셨다.   


 내가 제대하는 날, 장군님은 나를 위해 특별히 술상을 차리게 해 거하게 한잔 따라주시며 “사회에 나가서 꼭 성공하라”고 격려하시며 적지 않은 교통비 봉투도 건네주셨다. 그 분은 결국 사령관까지 승진하셨다.  

      
0…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육군 4성장군과 그 부인의 ‘갑질’행태를 보면서 나는 참 행복한 군생활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설마 그럴 리가…’ 하는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대장 부인이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공관병이 자살시도까지 했는지. 나라 지키라고 군에 보냈지, 장군 부인의 수발이나 들라고 보낸 것은 아니잖은가. 


 군에서 장군은 그야말로 스타다. 대낮에도 별이 뜬다 했다. 그만큼 장군은 위엄 있는 존재다. 더욱이 군에서 가장 높다는 4성 장군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높은 사람이다. 그런데 한갖 공관 안의 사소한 일들로 인해 그 권위가 땅에 떨어진다면 막상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어쩔 것인가. 정당한 영(令)이 서질 않는다면 말이 되는가.

특히 그는 4성 장군이 되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겠는가. 그런 성공이 경솔한 아내 때문에 하루아침에 패가망신하게 됐으니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평범한 경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되뇌어 본다. 


 군사령관이 사회적 조롱거리로 전락했으니 군의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 군대 같은 거대한 조직에서 정당한 권위마저 흔들린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사실 우리시대까지만 해도 군에서는 부하에 대한 괴롭힘이나 가혹행위가 있어도 그냥 쉬쉬하며 넘어갔지 별로 사회문제화 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갑(甲)과 을(乙)의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갑과 을은 상거래 계약에서 사용하는 말로, 우위에 있는 쪽을 ‘갑’, 열위에 있는 쪽을 ‘을’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갑’의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비등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기업 오너 일가의 직원들 하대(下待), 심지어는 폭행까지, 사람 취급을 안하는 행태까지 이르렀다. 갑질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정작 본인보다도 주변을 둘러싼 세력이 호가호위(狐假虎威- 남의 힘을 빌려 위세를 떠는 행위) 하며 더 설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도 맞다. 자신들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성공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잘 헤아려야 할텐데, 배운 그대로 써먹는 것이다. 


0…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과 부유층은 갑이고 민은 을이다. 그래서 지금도 ‘갑’에 진입하기 위한 ‘을’의 피눈물나는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이 한마디는 모든 갑질을 정당화하는 말이 됐다.  


 그러나 ‘출세’라는 말이야말로 악성 바이러스 같은 표현이다. 원래 스님의 출가(出家)를 의미하던  말이 일제에 의해 세속적 성공을 뜻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도 그렇지만, 이로 인해 도덕적 가치가 무시되고 갑이 을을 주종관계로 다뤄도 좋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다. 


 수직적 ‘갑을문화’를 수평적 협력문화로 바꾸려면 무엇보다 ‘갑’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갑’은 ‘을’이 있음으로 해서 존재하고 발전한다. 이는 사람이나 기업, 어느 세계나 마찬가지다. 갑이 진정으로 을을 자신의 파트너로 인식할 때 사회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에 기대를 걸어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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