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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화단 전쟁 배경 영화-'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2)

 

(지난 호에 이어)

 이러한 민중들의 분노와 불만을 배경으로 튀어나온 것이 의화단이었다. 의화단은 산동 지방에서 원나라 때부터 맥을 이어오던 백련교(白蓮敎) 계통의 비밀 결사로 대도회(大刀會)·팔괘교(八卦敎) 등 많은 비밀결사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백련교는 불교 정토종의 일종인 백련종에서 비롯되었는데 중국 역사에서 두 번이나 큰 역할을 했다.

 

 14세기 원나라를 무너뜨린 '홍건적의 난'의 사상적 뿌리가 백련교이며 주원장(朱元璋)도 백련교에서 출발해 명(明)나라를 건국했다. 또 하나는 18세기 말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반기를 든 '백련교도의 난'(1796~1804)으로 중국 민족의 주류를 이루는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한 애국심과 종교가 융합된 비밀 결사체였다.

 

 이들 백련교 계통의 비밀 결사들은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병(神兵)이라 칭하여 권법(拳法)과 봉술(棒術)을 익히고 주문, 부적, 의식을 통해 하늘을 날고 축지법을 쓰는가 하면 '도창불입(刀槍不入)', 즉 칼과 창도 자신의 몸을 뚫을 수 없다고 믿었다.

 

 이런 권법 무술 단체들의 무리를 '의화권(義和拳)'이라 불렀는데 서양은 이들을 권투선수(Boxer)로 번역했다.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 그래서 '의화단의 난'을 The Boxer Rebellion이라고 불렀다.

 

 의화단은 노사부(老師父), 대사형(大師兄), 이사형(二師兄) 등 조직적 지도 체계를 갖추고 그들이 타도·제거 해야 할 적들을 재미있게도 '털의 길이'로 표현했는데, 1호는 긴 털이 난 자들, 즉 대모자(大毛子)로 외국인, 2호는 이모자(二毛子)로 중국계 그리스도교도, 외국 협력자, 3호는 삼모자(三毛子), 즉 수입품을 쓰는 자들로 규명했다.

 

 그들이 산동성에서 들고 일어났을 때 폭도에 불과했던 의화단이 1900년 6월 베이징에 들어왔을 때는 '부청멸양(扶淸滅洋·청을 도와 외세를 멸함)'의 단체로 변신하여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한편 서태후의 측근들은 의화단의 진격 상황을 지켜보고 이들의 힘을 배외 운동에 이용하려 하였다.

 

 다른 한편 6월10일 영국 공사의 주장아래 각 국의 군대를 더 동원한다고 발표하고, 영국 공사는 톈진(天津)에 있던 영국군 해군 제독 시모어(Edward H. Seymour, 1840~1929)를 지휘관으로 8개국 연합군을 조직하여 2,129명이 기차로 톈진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에 청조에서는 즈리성(直隸省·직예성) 총독 유록(裕祿)에게 이를 저지하라고 지시하고, 원래 의화단을 진압하고 있던 녜시청(?士成)의 무위전군(武衛前軍)으로 하여금 연합군의 베이징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이동시켰다. 이는 서태후의 태도가 크게 바뀌어 전쟁 준비로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시모어 제독이 지휘한 연합군은 5일 동안에 톈진에서 베이징까지 절반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해야 했다.

 

 그런데 6월17일 열강의 연합군이 톈진의 다구(大沽) 포대를 함락하였다는 소식이 베이징에 전해졌다. 이에 긴급 어전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서태후는 서양 열강이 제시한 4가지 요구 사항을 공포하였다. 그 내용은 황제를 위한 특별 주거 지역을 선정하고, 외국 대사들에게 각 성의 세금 징수권 및 군사 관할권을 부여한다는 것과 광서제의 일선 복귀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정치권 반환'은 거북스러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요구 사항은 사실 단군왕 재의(端郡王載?, 1856~1922)에 의해 날조된 것이었는데, 여하튼 이 발표에 자극받은 서태후는 청나라는 열강의 어떠한 행동에라도 맞서 결사항전할 것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6월20일에 직예성 총독 유록이 톈진의 의화단이 3만 명 가까이 모여 교회를 불태우고 서양인을 죽이려 하는데 이를 평정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이들을 달래자고 건의하였다.

 

 이 사실은 서태후를 크게 고무시켰고 의화단, 즉 민심을 이용하여 열강을 막아내 청조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 수구파의 의견을 받아들여 열강에 대한 선전포고를 결심하게 되었다.

 

 총리아문(總理衙門, 오늘날의 외무부)은 베이징 주재 11개국 공사에게 안전을 위하여 24시간 이내에 톈진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대부분의 공사들은 조속히 베이징을 떠나자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도이칠란트 공사 클레멘스 폰 케텔러(Clemens von Kettteler) 남작이 총리아문에 항의하러 가던 도중 숭문문(崇文門) 앞 큰길에서 의화단에 의해 피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서태후는 6월21일 각국에 선전포고하고 30여 년 이래 서양 열강이 저지른 좋지 않았던 일들을 통박하면서 의화단에게 베이징 각국 공사관과 톈진 조계(租界)를 공격하도록 명하였다.

 

 단군왕의 진언에 따라 장친왕 재훈(莊親王載勛, 1853~1901)이 보군 총사령이 되고 보수파의 영수인 대학사 강의(剛毅)가 20만 명의 의화단을 통솔하여 동푸샹(董福祥) 휘하의 정부군인 무위후군(武衛後軍), 즉 감군(甘軍)과 서태후의 조카인 룽루(榮祿)의 만주 팔기병(八旗兵)으로 구성된 무위중군(武衛中軍)을 합류시켜 마침내 외국인에 대해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였다.

 

 북경의 거리는 바야흐로 폭동과 테러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양인(洋人) 1명을 죽인 자는 은 50냥, 양녀(洋女)를 죽인 자는 은 40냥, 양아(洋兒)를 죽인 자는 30냥'의 현상금을 거는 등 청나라 조정은 이성을 잃고 있었다.

 

 선전포고가 내려지자 의화단은 각국 공사관이 집결되어 있는 동교민항(東交民巷)을 포위하고 외국인 지구 공사관과 베이징 천주교회에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동교민항은 지금의 톈안먼(天安門) 맞은편 동쪽에 있었다. 이곳에는 당시 외국인 공사관 소속 외국인 473명, 군인 451명, 중국인 기독교도 3천여 명이 살고 있었는데 2만여 명의 의화단과 청조에 저항하여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곳에서의 포위 공격은 6월21일부터 영국·프랑스·미국·러시아·이탈리아·일본·독일·오스트리아 등 8개국 연합군이 북경을 점령한 8월14일까지 장장 55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1963)'이다.

 

 이제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 이 영화의 로케이션은 중국 베이징이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에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 특히 베이징의 천단(天壇), 자금성(紫禁城)을 비롯하여 중국어로 '멸양부청(滅洋扶淸)' '소살(燒殺)' '양귀(洋鬼)' 등이라고 쓴 깃발이나 벽보 등은 고증에 비교적 충실하여 실감나게 만들었다. 비록 글씨체는 엉성하지만….

 

 그런데 서태후를 포함한 청나라측 인물이나 의화단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백인들이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영록 장군 역의 레오 겐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별 위화감 없이 무난한 편이다.

(다음 호에 계속)

 

▲ 단왕의 제의로 의화단의 무술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아서 경의 부인(엘리자베스 셀러스), 아서 로버트슨 경(데이비드 니븐), 단왕(로버트 헬프만 경),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 나타샤 이바노프 남작부인(에바 가드너).


▲ 의화단원이 도창불입(刀槍不入)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루이스 소령에게 칼을 건네고 있다. 이 배우가 '취권(醉拳)'으로 잘 알려진 위엔슈톈(袁小田)이다.
 

▲ 독일 공사 살해를 항의하러 간 아서 경에게 서태후가 "중국은 유순한 암소인데 열강들은 젖만 짜지 않고 고기까지 구하려 든다."고 말하자 그는 "중국이 소라면 경이적인 소죠. …서양에선 평화를 배우지만 중국의 미덕은 인내입니다"라고 말한다.


▲ 자희태후가 "인내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반박하자 아서 경은 "폭력과 조급함이 횡행한다면 수백만의 피와 고통이 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 독일 공사를 살해한 의화단원들을 참수하는 장면. 이는 서태후가 측근고문인 단왕을 비호하기 위한 거짓 쇼이다.

▲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이 독일 공사 살해 명령자가 단왕이라고 일러바치자 서태후는 오히려 연합군은 24시간 내에 철수하라고 명한다.


▲ 서태후를 알현한 뒤 아서 경(데이비드 니븐)과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이 경호 없이 걸어서 공관으로 가는데 의화단원들이 둘러싸서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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