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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배경영화 (V) - '추격기' (The Hunters) (중)

 

(지난 호에 이어)

한국전선에서 미그기를 격추시키며 혁혁한 공을 세우던 사빌은 어느 날 교토의 크리스티나 집을 방문한다.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녀는 사빌과 함께 운치 있는 호수로 가 돛단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는 사빌에게 애보트보다 먼저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때늦은 사랑을 아쉬워하는데….


 사빌이 한국 전선으로 돌아오자 애보트는 그가 없던 사흘 동안 일어났던 상황을 말해준다. 중공군 정예 파일럿 케이시 존스가 공중전에 복귀했으며, 몽크 몬카비지 대령이 공중전에서 존스에게 살해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빌과 크리스와의 관계를 의심하던 애보트는 자기의 남성다움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중공군 케이시 존스와 공중전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사빌이 거부하자 애보트는 출격하게 해주면 자기 아내를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사빌은 격분해 애보트의 따귀를 갈긴다.


 밤 9시 긴급 편대장 회의가 소집된다. 이밀 대령은 진남포(鎭南浦) 지역에 미해병 1사단, 블랙워치(Black Watch, 스코틀랜드 고지 제42연대), 터키군, 그리스군 등 1만8천명이 교전 중인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오전 3시에 C-119 수송기가 브래디(오산 K-55 공군기지)를 출발하여 낙하산 부대를 그 지점에 투하할 예정이라며 미그기도 케이시 존스를 포함하여 정예 파일럿으로 무장하여 벌떼처럼 몰려올 것이므로 총공격을 개시하여 적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비행단장 이밀 대령이 지휘하는 세이버 전투기들의 이륙 장면이 장관이다. 또한 중공군 미그기의 이륙 장면도 교차돼 나온다. 얼마 후 사빌 편대는 미그기를 추격하다가 케이시 존스의 공격을 받는다. 애보트의 전투기가 격추되고 그는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한다.


 사빌은 드디어 존스의 미그기를 격추시키고 애보트를 찾기 위한 정찰 비행 끝에 나무에 걸린 낙하산에 매달려 있는 애보트를 발견하고 스스로 불시착하여 복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구출한다. 사빌은 그를 어깨에 매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인민군이 추격한다. 뜻밖에 연료부족으로 기지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던 에드 펠이 나타나 공중사격을 하는 바람에 목숨을 구한다. 그러나 대공포 사격을 받고 펠도 낙하산으로 탈출한다.


 장면은 바뀌어 크리스티나가 공군사령부 다크 대령 사무실을 찾아 남편의 생사 여부를 묻는다. 애보트, 사빌 및 에드 펠 모두 실종된지 닷새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시원한 대답을 못 듣고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는 비가 쏟아지는 추녀 밑에 매달린, 사빌이 선물했던 풍경 소리를 들으며 심란해 한다.


 한편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사빌과 펠은 텐트 속에서 막 식사를 하고 있는 인민군 2명을 처치하고 방한복과 털모자, 음식 그리고 수류탄, 따발총(둥근 탄창이 달린 소련제 PPSh-41 기관단총) 등을 노획한다. 둘은 동굴로 돌아와 애보트를 들것에 실어 임진강 가까운 어느 폐허가 된 예배당으로 피신한다.

 
 갈 길이 머니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라는 애보트. 그러나 온 길보다는 멀지 않다며 출혈도 멈췄으니 해낼 수 있다고 그를 격려하는 사빌. 이때 한국 농부(빅터 센 양)와 그 가족들이 와서 말이 통하지 않자 성경책을 보여준다. 이제 서로를 믿게 돼 셋은 안심하고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데….


 망을 보고 있던 농부의 딸(캔더스 리)이 인민군 트럭이 오고 있다고 알리자 들것에 실린 애보트를 운반해 급히 다른 건물로 옮기는 사빌과 펠. 그러나 미처 챙기지 못한 미군 조종사 재킷을 본 인민군 장교(캄 통)는 농부와 그의 가족을 모두 살해한다.


 사빌과 펠은 노획한 수류탄과 따발총으로 격렬하게 저항해 가까스로 인민군을 물리친다. 이 과정에서 사빌은 왼팔에 총상을 입는다. 사빌이 앞에서 경계를 서고 펠이 애보트를 실은 수레를 끌고 필사적으로 적진을 벗어나려고 시도하느라 기진맥진할 무렵 다행히도 이들은 그리스 정찰부대를 만나 구조된다.


 몇 주 후 일본의 군병원. 애보트는 크리스에게 다음 주에 미국으로 후송된다며 함께 가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동의한다. 한편 사빌을 병문안 온 이밀 대령과 펠 중위. 이밀이 펠은 편대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펠은 겸손한 척 안전을 위해 사빌의 편대에 남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이밀 대령에게 보고한 문서에는 사빌이 대공포를 맞아 불시착했다고 허위 보고한 사실을 알게 되는 사빌….


 크리스티나는 병원을 떠나기 전 사빌에게 짧은 작별인사를 한다. 아쉬운 듯 저만치서 뒤돌아서며 다시 손을 흔드는 크리스. 그러나 사빌은 애써 슬픈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다시 한국 전선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듯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장면은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나는 전투기 편대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크리스티나 역의 청순한 미모의 메이 브리트(May Britt·86)는 스웨덴 출신으로 이탈리아 영화제작자 카를로 폰티(1912~2007)의 눈에 띄어 19살 때 이탈리아 영화에 데뷔했으며, 1950년대 후반에는 헐리우드에 진출해 수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등 장래가 촉망되는 듯했다.


 그녀 나이 23세 때 당시 스탠포드 대학생이던 19세의 에디 그레그슨(Eddie Gregson, 남가주 부동산 재벌 Edwin Gregson의 아들)과 멕시코 티화나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이혼하고 그녀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새미 데이비스(Sammy Davis Jr., 1925~1990)와 1960년 11월13일 결혼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짐 크로우법'에 의해 흑백간 결혼이 금지돼 있었을 때다. 이로 인해 브리트는 은막계를 떠나야 했고, 데이비스는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활동을 금지 당했다. 1961년 7월5일 딸 트레이시를 낳고, 아들 둘을 입양했으나 1968년 데이비스가 무용수이며 가수, 배우인 롤라 팔라나(78)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했다.


 브리트는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2017년에 세 번째 남편을 잃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화가로 활동 중이다.


 리처드 이건(Richard Egan, 1921~1987)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극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인텔리 배우. 그는 '러브 미 텐더(1956)'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형 역으로 나왔으나 첫 데뷔한 엘비스의 그늘에 가려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고, '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1959)'에서도 10대 청춘스타 샌드라 디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등 만년 조연급 배우였다.


 로버트 미첨(Robert Mitchum, 1917~1997)은 194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유명 미국 배우. 그런데 그가 작가 시인 작곡가이며 가수였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많다. 1967년에 "That Man, Robert Mitchum, Sings"라는 앨범을 냈고, 그가 주연하고 각본을 썼던 영화 'Thunder Road(1958)'에 삽입된 그가 작곡하고 불렀던 컨트리 송 'The Ballad of Thunder Road'는 빌보드 팝 싱글 차트에 69위를 차지했다.


 미첨은 반세기 이상 서부극 전쟁물 멜로물 범죄물 코미디 등을 두루 섭렵하며 10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는데 냉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맡았다. (다음 호에 계속)

▲ 오찬을 하며 크리스(메이 브리트)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사빌(로버트 미첨).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 "내가 당신을 그와 비교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함께 상의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애보트(리 필립스)를 안심시키는 크리스티나.

▲ 사빌의 편대에 들어간 애보트 중위(리 필립스)는 자기 아내가 부탁했기 때문일 거라며 아내와 사빌과의 관계를 의심하며 딴지를 건다.

▲ 첫 정찰비행에서 사빌의 경고를 무시하고 에드 펠이 편대를 이탈하여 미그기를 격추시키는 바람에 동료 코로나가 사망한다.

▲ 크리스티나는 사빌에게 애보트보다 먼저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때늦은 사랑을 아쉬워한다.

▲ 사빌 소령의 F-86 세이버 애기(愛機)에는 미그기 7대를 격추했다는 의미의 7개의 별이 그려져 있다.

▲ 이밀 대령의 지휘 하에 전 전투기 편대가 총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수원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 중공군 미그-15기 편대가 공중전에 대비하고 있다, '7-11'이라고 쓴 전투기가 정예 파이럿 케이시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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