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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 (V)- 건파이터(The Gunfighter) (4)

(지난 호에 이어)

 이윽고 말안장에 짐을 얹고 마크와 맥이 전송하는 가운데 떠나려는 찰나, 링고를 부르는 몰리! 그녀를 따라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는 링고! 드디어 사랑하는 아내 페기를 만난 링고는, 여기에 온 목적은 그녀와 아들을 보기 위해서이고, 떠나는 것은 '우리'를 위한 작은 목장이라도 찾아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제 총잡이 일을 과거로 묻어버리고 캘리포니아 북서쪽 어느 지방,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정착하여 알콩달콩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나이가 든 만큼 좀 더 현명해져서 이 삶이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가장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말이다.

 페기는 아들의 교육 문제 때문에 당장은 거절하지만 링고가 약속을 지켜 총잡이 생활을 영원히 포기하는 조건으로 다시 생각해 보고 1년 뒤에 만나자는 제안에 링고는 동의한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마크가 방으로 들어와 시간이 10시 15분이라며 일이 꼬이기 전에 빨리 떠나라고 독촉하지만 아들을 꼭 보고 가야 한다며 5분을 더 요청하는 링고. 페기가 밖에서 다른 애들과 놀고있는 지미 월쉬를 찾고 있는데 삼형제가 말을 타고 마을로 들어온다. 링고의 계산보다 빨리 도착한 것이다. 위기가 고조된다.

 처음으로 아들을 대면한 링고는 자기가 아빠라는 얘기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 용기를 북돋우는 대화를 하며 행동으로 주점 주변에 몰려있는 애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는 일을 하라고 주문한다. 아들이 또 보고 싶다고 하자 지금부터 1년 뒤 다시 온다고 약속하고 헤어지는 링고!

 이제 카이엔에서의 링고의 볼일은 다 끝났다. 그러나 그는 너무 오래 머물렀다. 복수를 하기 위해 걸어서 오리라고 예상한 삼형제가 이미 마을에 도착하여 헛간에 잠복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보좌관 찰리가 한 명을 사살하고 나머지 2명을 붙잡는 바람에 큰 말썽 없이 잘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여기서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지만….

 드디어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고 말을 타고 마을을 떠나는 링고. 아마 이 때가 그의 생애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으리라. 그러나 여태껏 떠나지 않고 숨어있던 헌트 브롬리가 나타나 쌍권총으로 그를 등 뒤에서 쏘아 치명적 부상을 입힐 줄이야!

 금세 마을 사람들이 '브롬리가 링고를 죽였다'고 외치며 몰려든다. 어린 지미 링고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가겠다고 떼를 쓰지만, 그를 집으로 낚아채다시피 데리고 가는 페기.

 맥, 몰리 등이 링고를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링고가 친구 스트렛에게 말한다. "젊은 녀석을 교수형에 처해 쉽게 끝내주고 싶지 않다"며 "벌을 주는 대신 유명하고 강한 총잡이로 만들어 평생을 쫓기며 살게 해달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끝내 숨을 거둔다.

 링고는 가장 빠른 총잡이로 유명했지만 그의 삶은 사람들의 추방과 다른 총잡이의 표적이 되어 어디를 가든지 악명과 복수와 저주가 따라다녔던 것이다.

 스트렛은 브롬리를 헛간으로 데리고 가서 죽을 만큼 팬다. 친구를 잃은 억누를 길 없는 슬픔과 분노를 다 쏟아붓듯이…. 그러면서 "자 들어봐, 이 비겁한 놈. 링고가 잘 말했어. 네가 링고에게 한 짓을 너도 그대로 돌려받을 거다. 지미 링고를 죽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노리면서 너같이 값싼 수많은 망나니들이 지금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라며 총을 돌려주고 당장 떠나라고 명령한다.

 마크는 총을 줍는 헌트를 냅다 걷어차며 "이건 네게 다가올 시련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경고한다. [註: 처음 각본에는 보안관이 헌트 브롬리를 체포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어 있었으나, 제작총책인 대릴 자누크(Darryl F. Zanuck, 1902~1979)가 이같은 밋밋한 결말에 화를 내는 바람에 헨리 킹 감독과 각색가 누날리 존슨은 다시 고쳐 썼다고 한다. 그 결과 마크 스트렛이 발로 걷어차고 헌트 브롬리가 피를 흘리는 이 장면에서 관객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장면은 링고의 장례식장. 온 마을사람들이 다 참석했다. 자리가 없어 바깥에까지 줄을 섰다. 이때 페기가 아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찰리가 자리가 없다고 제지한다. 처음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당당히 '링고 부인'이라고 밝히고 아들도 '지미 링고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전갈을 받은 스트렛이 그들을 안내하여 맨 앞줄에 앉힌다.

 찬송가 494장 '만세반석 열리니(Rock of Ages, Cleft for Me)'가 울려퍼진다. 이때 실루엣으로 카우보이 링고가 석양 속을 달려가는 모습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링고는 그가 오랫동안 찾았던 것 ― 아내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아들과의 재회 등 사랑하는 가족의 품속을 찾고 이제 죽음으로써 평안을 얻게 됨을 암시하면서….

 영화 속의 지미 링고는 실제 서부총잡이 쟈니 링고(Johnny Ringo, 1850~1882)를 패러디한 인물이다. 쟈니 링고는 닥 할러데이와 와이어트 어프 형제들에 대항한 이른바 1881년 10월26일에 일어난 'O.K. 목장의 결투'에서 용케 살아남은 유명한 총잡이다. 영화 속에서와 같이 링고는 1882년 캘리포니아에서 그의 가족과 화해하기를 원했지만, 영화와는 달리 끝내 거절되었다고 한다.

 그런 후 열흘 동안 흥청망청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그 해 7월13일 오른쪽 관자놀이에 관통상을 입고 죽었는데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시체가 발견된 아리조나주 코키스 카운티의 참나무 옆에 돌무덤과 명판이 새겨져 있다. 그의 생애와 모험담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살아있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9월28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 보안관 사무실을 찾은 오거스트 페니훼더 부인 및 마을 부녀자들이 지미 링고와의 대화를 통해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하지만 총잡이에 대한 편견과 미묘한 갈등을 잘 표출한 장면이다.
 


▲ 감방에 있는 말로우 영감에게 가서 '어디서 아들이 죽었냐?'고 묻자 '툴사'라고 대답하는데 '거긴 내 평생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는 링고. 유명한 총잡이였기 때문에 이런 수모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 페기(헬렌 웨스코트·왼쪽)를 설득하는 몰리(진 파커)는 페기가 아직도 링고를 사랑하고 있음을 간파한다.
 

▲ 드디어 사랑하는 아내 페기(헬렌 웨스코트)를 만난 링고는 여기에 온 목적은 그녀와 아들을 보기 위해서이고, 떠나는 것은 '우리'를 위한 작은 목장이라도 찾아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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