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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VI)-'유스’ (Youth) (3)


삶의 권태 속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청춘' … 조수미의 엔딩곡 화제

 

 

 프레드와 믹이 산책을 한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다던 프레드가 먼저 "오늘 아침엔 소변을 시원하게 봤다"며 "행복했다"고 운을 뗀다. 이에 맞장구를 치는 믹에게 프레드는 "자넨 내가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게 탈이야"하고 핀잔을 주자, 믹은 "난 이야기를 창조해. 뭘 만들어내려면 모든 걸 믿어야만 돼."하고 말한다. 

 

 


 이때 한 젊은이가 자전거 앞 바퀴를 든 채로 뒷바퀴로만 언덕을 내려간다. 이와 같이 이 영화에는 곳곳에 '청춘의 생기'를 교묘하게 심어놓는다. [註: '산딸기(1957)' '송 포 유(Song for Marion•2012)'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늙음과 젊음을 대비시키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오히려 서글픈 장면으로 비치기도 한다.]

 

 

 


 믹은 지난 번에 프레드가 가족이 생각 안 난다고 했던 말을 끄집어내며, 자기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 어린 시절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때 대낮 숲 속에서 늙은 남녀의 야단스런 섹스 행위를 보게 된다. 여기서 또 엉뚱한 이미지 희롱을 통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줄거리에 가뿐한 채색을 하며 감독이 바라는 의도를 상큼하게 전달한다.

 

 

 


 밤의 야외 공연장. 레퍼토리는 이탈리아 배우이며 가수인 마리아 레티치아 고르가(51)가 부르는 '나의 길(My Way)'이라는 뜻의 '아 마 마니에르(A ma maniere)'. 프레드, 믹, 레나 그리고 지미 트리가 함께 합석해 관람하고 있다. 프레드가 지미에게 배역 일은 잘 돼가고 있느냐고 묻자 세부적인 걸 다듬고 있다고 대답하는 지미. 
 이때 레나가 불쑥 "문제는 우리가 애기가 없었기 때문일 거에요."라고 말하자, "네가 맞다"며 "내가 아는 건 음악뿐이야. 왜 그런지 알아?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야. 경험만 있으면 되지. 네 엄마는 널 이해했겠지. 난 못해."라고 지난 번의 설욕을 꼬집는 프레드.


 믹이 호텔로 돌아오니 풋풋한 매춘부가 로비에 혼자 앉아있다. 두어 번 망설이다 그냥 발걸음을 옮기는 믹의 뒷모습에서 늙음과 젊음의 묘한 대조를 읽을 수 있다. 

 

 

 


 줄리안이 차를 운전하고, 달리는 차의 선루프에서 팔로마 페이쓰가 온갖 섹시한 자태로 'Can't Rely on You'를 부르며 줄리안을 현혹시킨다. 마지막에 예수상 앞에 선 그녀가 화염에 휩싸이며 불타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는 레나. 악몽을 꾼 것이지만 팔로마의 모든 것을 본 관객들의 눈은 즐겁다.


 덩달아 잠을 깬 프레드에게 레나는 개인적으로 말할 게 있다며 "줄리안은 나쁜 놈이에요. 난 잠자리에서 잘 했어요."하고 말하자 "알아."하고 대꾸하는 프레드. "그걸 어떻게 알아요?" "넌 내 딸이잖아. 자랑은 아니지만 난 잠자리에서 끝내줬거든. 사실이야!" 부녀는 한바탕 폭소를 터뜨린다. 아무리 부녀지간 이라지만 한 침대를 쓰는 것도 그렇지만 참 솔직하고도 허물없는 대화이다.


 자신이 작곡한 '심플 송'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던 프레드가 소리가 나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이올린 레슨 선생이 이 곡을 연습하라고 했다는 앳된 소년은 악보에 있는 작곡가가 바로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심플 송 3번'은 단순히 쉽다는 점 뿐만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고 말하는 소년. 프레드는 그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활을 잡는 법을 수정해 준다.


 한편 여왕의 특사가 다시 호텔에 찾아온다. 그는 여왕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며 필립 왕자는 오로지 '심플 송'과 노지휘자만 고집한다고 전한다. 프레드가 '심플 송'을 지휘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 '개인적'이란 말은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지만. 
 



 그 노래는 아내를 위해 작곡했고, 특히 소프라노 파트는 오로지 자기 부인만이 불러야 하는데 그녀는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를 멀찌감치 떨어져 듣고 있던 레나가 흐느낀다. 이제서야 아버지의 깊은 뜻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이해한 레나의 눈물은 미소로 바뀐다.
 


 ▲호텔근무자들의 이색적인 출근 장면


 또 아침이다. 호텔근무자들의 이색적인 출근 장면과 함께 마크 코즐렉의 또 다른 경쾌한 노래인 'Third and Seneca'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프레드가 마사지를 받고 있다. 앳된 마사지 걸(루나 지믹 미조빅)은 손끝으로 만져보면 모든 걸 안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있는지, 감정이 풍부한지 등. 


 믹이 젊은 각본가들과 함께 산을 오른다. 전망대의 망원경을 보며 믹이 의미심장한 강론을 한다. 젊을 때는, 망원경으로 보면 먼 산이 아주 가까이 보이듯 '미래'의 것이 가까이 보이지만, 늙어서는, 망원경을 거꾸로 해서 보듯이 가까운 것도 멀리 보이고 그게 '과거'이라고…. 


 늙는다는 것은 미래보다 과거에 더 집착해서 사는 것이므로, 의지와 열정을 갖고 현재를 사는 것이 곧 청춘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마치 '송 포 유'의 매리언 같이.


 믹은 마지막 결론을 제외하고 그의 대본 작업을 끝내고 그의 정서적, 지적, 도덕적인 유작이라며 세 번째 초안 완성에 만족하여 각본가들에게 축배를 제안한다. 

 

 

 


 호텔 풀장. 아까의 바이올린 소년이 프레드에게 와서 활을 잡는 팔꿈치 위치를 고쳐 준 다음부터 연주가 훨씬 잘 되고 소리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한다. 프레드는 그 이유를 소년이 왼손잡이이기 때문이라며 "모든 왼손잡이는 비정상이지. 그래서 비정상적 위치가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때 마라도나가 프레드에게 다가와서 자기도 왼손잡이라며 의문을 제기하는데, 옆에 있던 지미 트리가 "당신이 왼손잡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고 하자 '고맙다'며 씩 웃으면서 돌아서는 마라도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장면이다.
 


▲ 거대한 몸집의 마라도나가 자기도 왼손잡이라며 항의하는데, 지미 트리가 "당신이 왼손
잡이라는 건세상이 다 안다."고 하자 '고맙다'며 씩 웃으면서 돌아서는 마라도나…?



 레나가 풀장 옆 막사에서 쉬고 있는데, 루카 머로더(로버트 시테일러)가 접근하여 자신은 산악인으로 이 호텔에서 강의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믹은 수년간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주역 배우는 믹의 전작 11편에 출연했던 '천재 배우 브렌다 모렐'로 결정한다. 지미가 믹에게 그녀를 천재라 부르는 이유를 묻자 믹은 이렇게 대답한다. 


 "만약 도둑질 하는 법을 알면 훈련이 필요 없지. 훔치는 교육을 받은 셈이니까. 브렌다가 바로 그래. 그녀는 디바가 됐을 때도 자신의 출신을 결코 잊지 않았어. 거리가 그녀의 진정한 집이었지. 바로 거기서 방황하고 훔치고 모든 걸 경험했지. 그걸 통해 잊지 못할 인물을 창조했던 거야.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받았지."


 이때 마라도나가 테니스 코트에서 발로 테니스 공을 차고 있다. 실제 마약 복용과 과체중으로 은퇴한 마라도나였지만 그 절묘한 공차기를 통해 영화 속 그의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한 듯하다. 이 마이너한 장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 젊음과 늙음 등의 주제를 곱씹게 한다.


 식당에서 프레드, 레나, 믹 세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다. 레나가 "아빠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던 프랑스인이 또 전화하여 아빠의 일생, 일 등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하고 묻는다. 프레드는 '날 잊으라고 대답해줘라’며 '난 은퇴했고 일이나 인생이 끝났다고 전하라’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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