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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의 미학(상)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감칠맛 없고 좀은 투박하나 내 용모가 내 선택이 아니듯 환경유전버릇(DNA)인걸 내 어쩌겠는가? 절대로 고집이 아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부드러운 서울 말로 바꿀 수도 없지 않으나 그게 쉬운가? 


부모 자식도 그렇다. 비록 내 선택이 아닌 천륜적 만남이지만 배우고 못 배우고, 잘생기고 못 생기고의 우열 따위에 상관없이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인연으로 하늘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 터다. 


우주는 다름의 전시장이다. 그 모든 것이 다르기에 만물(萬物)이라 하고 그 상(象)이 만가지라 만상(萬象)이라 하는데 그 만물만상이 변할 줄 모르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다면 세상 무슨 맛으로 살아질까? 


더욱이 만상이 한가지로 닮아 있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다. 지옥이 별 곳인가? 바로 그런 곳이지 싶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수작이 무언고 하니 닮은꼴로 획일하자는 꼬드김이다. 다름이 다름의 값어치로 있는 다양성의 묘미, 양귀비가 예쁘다고 세상 여인들이 제다 양귀비 붕어빵으로 닮아버리면 그래 살맛 날까? 이제 맞춤형 성형 미인들이 판을 칠듯하니 아찔하다.


 나는 그때 군 병영생활에 힘들어 했었다. 같은 옷 같은 신발에 같은 밥을 같은 양으로 먹고,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이 뛰어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는 남과 다르기 때문이고, 이 개성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하늘이 준 절대 몫(DNA)이라 그 어떤 이유로도 흠집 낼 수 없는 나만의 존엄성이다. 


그러함에도 그 모든 것들과 더불어 함께 어울림으로써 만이 기능적 존재가 된다는 조건이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다름의 미학이며 어울림의 미학이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없어 사람인(人) 자라 했다.


천지만상엔 똑같은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 그 형상, 그 색상, 그 소리, 그 맛깔이 다르다는 것, 이 얼마나 살맛 나고 신나는 일인가. 그러면서도 이들 개체들이 홀로 각기 따로 있지 않고 서로 어울려 있을 때가 더 좋게 보이고 값져 보인다는 것, 화단은 다양한 꽃의 어울림이며,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소리의 조화가 아닌가. 


무지개 또한 3원색이 만들어 내는 색의 파노라마이고, 캐나다의 명물 가을단풍 풍경은 자연이 그린 수채화이며 우리가 즐겨먹는 비빔밥은 각개 나물이 버물려 어우러져 나오는 맛의 향연이다.


한가지로 획일하자 함은 우주본질을 거역하자 함이며, 다름이, 비교가 없는 곳엔 새로움(탄생)이 숨어버린다.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이 쓸모의 다양성으로 존재, 서로 먹이사슬로 얽혀있다는 사실, 이를 자연생태계라 이름하는데, 어지간한 생태계의 상처는 자연치유가 되나 지나치면 치유불능 공해에 찌들어 생명체의 멸종(씨앗의 죽음)으로 이어질까 인간들은 지금 떨고 있다.


 ‘좋다’를 한자로 쓰면 호(好)다. 처녀(女) 총각(子)이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 보기만으로도 좋다. 둘이 있어 좋고, 이웃이 있어 좋다. 이게 바로 하늘 뜻이다.


우리는 종종 차이를 차별로 인식할 때가 있다. 자기 것에 애정을 가질수록 그 징후는 심하다. 사람이 덜 될수록 제 새끼만 감싸 돈다. 


다름을 차이로 보지 않고 차별의 눈으로 보는 데서 세상의 비극이 시작 된다. 흑과 백의 차이, 길고 짧음의 차이, 높고 낮음의 차이, 차이가 없는 것은 이 우주상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차이 사이를 헤엄치듯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우주의 질서다.


만물을 비추는 저 하늘햇살이, 만물을 적시는 저 하늘빗물이, 만물을 숨쉬게 하는 저 하늘공기가 차별이 있는가? 하늘은 만물의 근원이며 만물의 어버이시다.


만물을 운행하는 저 바탕하늘이 나만을 택했다는 선민의식이 되면 남은 이방인이 되고, 남의 하늘은 우상이 돼버린다. 참으로 웃기는 난감한 수작이다. 그리하여 내 것만이라는 아집(ego)에 의해 전쟁도 불사, 살상을 춤추듯 천하에 바보짓거리를 밥 먹듯이 벌여 지구촌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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