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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의 꽃

 

아파트 화단의 꽃 

 

 


줄 맞추어 핀 게 아니라
줄 맞추어 심었다
기다리던 발자국 소리 쫓아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려
길가로 얼굴 내민 게 아니라
햇빛 그 방향에서 비춘다

 


꽃 피고 지는 일도 계획되고
꽃 피어도 심은 손 보이지 않는
이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생각할수록 살아갈수록 피곤하고
사람들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
아이들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힘들게 고개 들고 서있는데
꽃은 향기가 생명인데
투명인간처럼 쳐다보지 않고
서둘러 지나가는 걸음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누구나
이 도시에서는 갈 길 바쁘다

 


구석에 또는 한 복판이라도
비슷한 얼굴, 같은 키에 파묻혀
오래 전 말을 잃어 버리고
소리마저 내지 못하고 서있어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아무도 이름을 알려 하지 않는다 

 


각자 자리와 역할이 주어지고
바람도 적당히 불다 사라져도 
누구 하나 쉽게 쓰러지지 않아 
이곳은 안전하고 평화롭다
비는 알맞게 시간 맞추어 내려
목말라 하늘 쳐다보지 않는다

 


키 작은 꽃들 줄 맞추어 서있는
축복처럼 하늘에서 햇빛 떨어지고
도시의 그늘진 구석 웃으며 서서
뿌리째 뽑힐 날 기다리고 있다
설사 사람들 보지 않았다 해도
약속의 땅에 가는 길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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