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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는 별들도 함께 살더라

    강숙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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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떠나다.

 

 

진정한 내 삶의 길을 찾으려면 두 번의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은 나 자신을 잃는 것이고 두 번째 여행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여행에는 여러 종류의 길을 연상하게 된다. 행복한 연인과 목적지 없이 떠나도 좋고, 가족 간에 오순도순 떠남도 좋으리라. 


그러나 마음의 슬픔이나 고뇌를 안고 아프고 쓰리고 나를 잃어버리고 싶은 길 떠남의 여행도 있을 것이다. 갈급한 삶이 나를 찾아왔다면 더욱 그러할 때가 있으리라 여긴다.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면 언제나 그때가 참 좋았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게 된다. 나 역시 오십대 초를 어렵게 지났었다. 꼭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위로를 길 떠나는 일로 채워갔었다.

새벽이고 밤이고 훌 떠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던 그 시절, 떠나고 또 떠나도 지칠 줄 모르고 나는 길 위에서 산 적이 많았다. 가다가 마음이 머무는 곳에선 하루도 지내고 이틀도 지내면서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었다.


무엇이 급하였던지, 아님 꼭 자기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는 듯이 우리 곁을 유유히 떠나 하늘 사람이 된 그 사람. 그 사람을 찾기라도 시작한 듯이 국내의 방방 곳곳을 그냥 누비고 다녔었던 그 시절이, 그렇게도 아파서 울며 다녔었던 그 때를, 지금은 아련히 그리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실소를 금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이게 인간이지 싶다.


그 시절을 여행이었다고 한다면 어폐가 있으려나? 아무튼 눈물을 뿌렸던 길인만큼 많은 경험도 하였고 위로도 받았었다. 첫 번째 떠남에 있어서는 그냥 나를 버리려, 나를 잃어버리려 길을 떠났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해가며 나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으며 사는 길 친구도 만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날이 더러 생기기 시작했었다. 


나의 그런 행동이 때론 사치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것도 알게 되었던 그 시절. 어떻게 인간이 겸손해져야 하는 지를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참 많은 것을 배우며 느끼며 지혜롭게 살아가야 할 나의 마음자세도 공부했던 것 같다. 한번으로 족하다 여긴 삶의 자세를 서서히 바꾸어 나가기 시작하였고 오늘 나는 캐나다에 정착한 영 캐네디언이다. 이제는 한국에 가서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머니가 계시니 오직 그것이 끈이 되어 있을 뿐, 어머니마저 저 세상으로 가시고 나면 나는 과연 한국을 찾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내 유년이 있고 아이들이 자라던 모습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이 세상과의 결별로 여기고 싶다. 내가 크리스천이라서 꼭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무덤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때마다 찾아가야 하는 산소를 자식들의 어려움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 내가 가기 전에 그 사람의 산소도 정리해주려 한다. 물론 나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이 처음엔 낭패스럽게 여길지 몰라도 언젠가는 다행으로 여길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세상 잠시 잠깐 소풍 왔다가 가는 것인데 가는 길이 깨끗하여야 정신도 맑게 떠날 것이라 여긴다.


남은 내 여행지는 이 세상에 태어나 여러 인연을 맺고 아름답게 살다가, 주어진 내 삶의 무게를 다하고, 그 분이 주신 사명을 이루어 ‘잘 했다’ 칭찬 받는 여정을 넘어 훌훌 떠날 수 있는 여행이 되길 기도한다. 그래서 그 분의 나라에서 영생복락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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