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구름에 달 가듯이…

 

 채근담(菜根譚)애선 “身如不繫之丹 一任流行坎止 心似旣灰之木 何放刀割香塗”(몸은 매이지 않는 배와 같이 흐름에 맡겨두라. 가고 멈추는 건 바람이 알리로다. 마음은 이미 재(灰)가 된 나무와 같은지라 칼로 쪼개거나 향(香) 발라 꾸미거나 무슨 아랑곳 있으랴.)고 이른다. 자연을 정화(淨化)시키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지키려는 대자연의 선순환(善循環)을 사람들은 재해(災害)라고도 부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사진으로 담아내긴 형편이 녹록치 않았을지언정 별은 두 눈에 담고 가슴에 남길 순 있건만, 미증유(未曾有)의 팬데믹(pandemic)상황에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지구촌 소식은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우리 육안(肉眼)으로만 보이는 세상에는 바이러스가 보이질 않는데 고객은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꺼린다고 아우성이다.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상용화되지 않은 현실이 너무 안타깝지만, 감염병(感染病)과 장기전에서 승리하려면 방역 주체인 국민의 절대적인 도움을 구하는 메시지의 호소력이 눈물겹다. 세계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가을과 겨울쯤 2차 유행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현재 임상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모두 6종, 임상 전(前)단계 후보물질은 77종에 이른다고 했다. 개발에 유례없는 가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빠르면 몇 달, 늦어도 내년엔 백신이 나올 거라고 하는데 생각처럼 백신의 개발이 가능할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인체실험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한 뒤 다시 체내에 바이러스를 일부러 주입해 백신 효과를 단기간에 파악할 순 있지만 시험 대상자는 잘못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터인데 다급하고 절실한 심정이 오죽일까 싶다.

 

 그런데 이 위험한 일에 가정주부와 학생, 퇴역 군인, 명상가, 학자 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이 백신개발을 후원하는 미국 의료시민단체 사이트에 몰려와 “기쁜 마음으로 마루타(maruta)가 되길 바란다.” “백신개발로 모든 존재를 구하고 싶다”며 앞장섰다고 한다. 백신 개발을 하루 앞당기면 2만 명, 1주일이면 13만 명, 한 달이면 5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통계가 전한다.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불러줬을 때 꽃이 된다”던 시어(詩語)가 있고, 꿈같이 살아가는 한바탕 인생살이도 소풍이라 하지만, 남 살리자고 자기 목숨을 내건 자원자들의 결심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경외심(敬畏心)을 갖는 우리들이다.

 

 발열(發熱)증상이나 후각(嗅覺)의 마비가 있다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고, 마스크 착용을 통해 코로 인한 감염에 더욱 주의해야했다고 한다. 유전자 서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눈·코·폐(肺)·장(腸)·심장(心臟)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는 코의 배상(杯狀)·섬모(纖毛)세포가 코로나19의 1차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환자들이 보여준 후각·미각(味覺)의 마비 증상과 원인을 설명해준다.

 

 “지금 우리는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산업화 시대의 우리도 아니고, ‘반듯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민주화 시대의 우리도 아니다. 의식구조는 내 탓보다는 남 탓, ‘가난이 벼슬’이라는 생각, 부자에 대한 적대감, 자존감 및 주체 의식의 부재, 요행을 바라는 심리와 공짜 심보, 경쟁 기피, 피해의식, 미래지향적 사고의 결여, 밥그릇 싸움, 편 가르기 등 빈곤 문화의 전형적 레퍼토리가 한국 사회를 유령처럼 배회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배급과 할당, 그리고 공유(公有)를 중시하는 국가 주도 반(反)실물 이념경제가 득세하면서 우리 사회는 노동의 신성함과 일자리의 엄중함이 무너지고 있다. 개인의 피·땀, 민간의 창의(創意), 시장의 활력 또한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이른바 ‘코로나 뉴딜’ 정책이다. 국가주의가 빈곤 문화를 잉태하고 빈곤 문화가 국가주의로 환류(還流)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쓰러질 때까지 굴러갈 전망이다. 현재로선 브레이크도 달리 없다. 싫든 좋든 국민이 선택했다면, 결과 또한 국민의 몫일 것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뼈아프게 들리기도 한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COVID-19 확진자는 12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6만5000명 이상 발생해 베트남전쟁 전사자 수(5만8220명)보다 많다는 뉴스다. 뉴욕에선 부패한 시신 수십여구를 실은 트럭들이 발견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긴 국가적 재난 상황인데도, 트럼프대통령은 희생자 애도, 유가족 위로에 인색해 “공감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국가의 비극 앞에서 슬픔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책임이 그들의 직무 중 하나라고 믿어마지않는 국민들의 생각이었을 테다.

 

 비끼는 햇살아래 움 터 오른 연둣빛은 정겹기까지 하다. 항상 봄날인 줄로 알았던 인간의 신체는 유기적(有機的)이라서 병(病)들고 때론 아픈 게 너무나 당연하다. RNA바이러스에 맞선 방역·의료진의 헌신적인 수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Google에서 펼치는 ‘Thank You Coronavirus Helpers’ 응원 캠페인이 여러분께 용기를 북돋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엄지 척 치켜세워준다. 건강은 평범한 건강습관을 실행에 옮기는데서 출발한다. 낡은 것은 송두리째 버리는 게 아니고 지키고 가꾸는 것임을 새삼 깨닫고 감사할 줄 아는 우리들이다.

 

 이른 아침마다 창밖 나무위에서 맑은 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의 합창에 두 눈을 비비며 기상한다. 거울에 비춰진 덥수룩함이 아무렴 익숙하진 않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거든 이발소의 문턱을 넘어 가위소릴 자장가삼아 보고프다. 풍진(風塵)세상을 살다보니 좋다가도 나빠지고 계획에서 빗나가다가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일 수 있더라. 순리대로 이뤄지겠지만, “힘들게 되찾은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책임 있는 실천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마음깊이 감사드린다.

 

“Yesterday is a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ay we call it -the Present”-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이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릅니다.’ - [더글러스·데프트(Douglas Daft) / 코카콜라사 회장]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0년 6월호)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